4개월만에 협의체 회의 열렸지만 한약사회·약사회 ‘한방 의약분업’ 요구로 제자리걸음
韓 “유관단체 반대 이해할 수 없어”…1월 중 정부안 발표 후 건정심에 상정 방침

4개월 만에 열린 첩약급여화협의체 회의가 소득 없이 제자리걸음만 걷다 끝이 났다.

지난 16일 오후 2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스마트워크센터가 있는 서초동 국제전자센터에서 ‘한약급여화협의체 3차 회의’가 열렸지만 대한한약사회와 대한약사회의 반발로 시범사업에 대한 최종안 합의는 또다시 무위로 돌아갔다.

그러나 한의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가 1월 중 정부안으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최종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할 것으로 보여 1월 중에는 시범사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회의가 끝난 직후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협의체 회의에서) 한약사회와 약사회는 처방 권과 조제권이 분리된 ‘한방 의약분업’을 주장하며 이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는 시범사업을 보이콧 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시민단체가 시범사업 최종안에 대한 논의를 요청했으나 결국 시범사업을 ‘시행 할지 말지’에 대한 논의에만 매달려 진전 없이 회의가 끝났다”고 했다.

그는 “한 번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시범사업으로 작게 시작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 아니겠냐”면서 “시범사업을 통해 안전성, 유효성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인데 시행 자체를 막고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한약사회와 약사회의 반발에도 정부의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 의지는 확고하다.

한의협에 따르면 3차 회의에서도 최종안 합의가 어렵게 되자 복지부는 차기 회의에 시범사업의 최종방향을 결정 지을 ‘정부안’을 공개키로 했으며, 1월 중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단독안건으로 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심의할 예정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시범사업에 대한 정부 입장은 명확하다. 의료계가 문재인 케어에 반대했을 때 정부가 밀어붙인 것처럼 (첩약도) 그렇게 간다고 본다”며 “이미 4차 종합계획에도 포함돼 있는 만큼 시범사업 추진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논의를 지속하지만 진전이 없으니 (복지부가)정부안을 다음 회의에 내겠다고 한 것이다. 건정심 소위원회안이 제시될 것으로 보인다”며 “1월 중 시범사업만 별도로 논의하는 건정심이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한약사회는 한약사의 첩약조제권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시범사업 ‘보이콧’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진단영역과 조제영역을 구분해야 약물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한약사회는 3차 회의 시작시간보다 1시간 앞선 오후 1시 회의가 열린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강행하는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한약사회 관계자는 “조제과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에 의한 의약품 조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처방과 조제가 모두 한의사에게 집중된 채 시범사업이 진행될 경우 과잉처방과 약물남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 한방 의약분업을 시행할 수 없다면 차선책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 없이 정부가 무조건 시범사업을 강행하겠다고 하니 처음부터 정해놓고 협의체를 운영한 것 아닌가 생각된다”며 “시범사업이지만 급여가 되면 국민의 세금을 사용하게 될 텐데 대충하려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시범사업은 무조건 반대한다”며 “한약사 직능의 이익을 위해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국민 건강과 건강보험 재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