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연구원, '한국복지 제3의 길' 토론회 개최…한국형 ACO 도입 논의
"의료시스템 붕괴 막기 위해 필요" vs "시기상조"…복지부 "다양한 지불제도 필요"

‘지역 내 의료기관 네트워크’ 구성을 핵심으로 한 '한국형 ACO(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제도 도입을 통해 가치 기반의 의료 서비스로 우리나라 의료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에 의료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현실에서는 ACO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바른미래연구원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복지 제3의 길’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 바른미래연구원은 지역 내 의료기관 네트워크 구성을 통한 의료서비스 제공을 핵심으로 하는 한국형 ACO 제도로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 2010년 ‘환자보호와 책임진료에 대한 법(Patients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PPACA)’을 통해 ACO 제도를 공식화해 메디케어 가입자에게 통합진료를 제공하고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감소시켜 비용절감 및 질 향상 활동을 하고 있다.

이에 통합의료전달체계 내에서 의료비 절감과 동시에 의료서비스 질 개선을 달성하면 성과급을 지급하는 ACO 모형을 한국현실에 맞게 수정해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 바른미래연구원의 주장이다.

특히 건강보험 보장성을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의 방향성은 타당하지만 재정위험 부담과 대형병원 쏠림현상 등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바른미래연구원 홍경준 원장은 “문 케어로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놨지만 건보재정 고갈 우려와 대형병원 쏠림현상의 부작용을 겪고 있다”며 “ACO는 국민에게 건강한 삶을 유지시킨 조직에게 성과를 제공하는 미래 지향적인 제도”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ACO 제도가 질병치료 중심에서 사전 예방중심으로 의료 패러다임을 전환해 적극적인 건강관리를 위한 제도를 구축하는데 도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날 ‘건강보험 ACO 제도 도입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아주의대 예방의학과 전기홍 교수도 ACO 제도 도입을 통해 가치기반 지불제도로 전환하면 국민의 건강수준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건강보험 진료비 증가를 제어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급여진료비 지출 증가율을 수가인상률 수준에서 억제하길 기대하지만 현재와 같은 양적 기반의 지불제도 하에서는 이뤄지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공급자가 스스로 양을 줄이고 국민의 건강과 비용을 고려해 진료하는 가치기반 지불제도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지역 내 의료기관 네트워크를 구성해 정해진 인구집단에 대한 예방부터 치료, 재활까지 포괄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대상 인구집단의 평균 진료비를 절감한 만큼 인센티브를 받는 구조로 문 케어의 연속선상에서 ACO 제도를 도입하면 건강보험의 재정적 위험을 피하고 의료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ACO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비영리법인의 의료비 절감액 배분 불가 ▲환자에게 의료기관이나 의료인 소개 알선 금지 ▲의료기관 이중개설 금지하는 등 현행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전 교수는 ‘인구집단 건강관리를 위한 특별조치법(가칭)’ 입법을 통한 제도적인 토대를 만들고 ▲상급종합병원 중심의 의료기관 종별 네트워크 ▲개원의-전문병원 중심의 연합조직 네트워크 등 두 가지 조직형태의 네트워크를 구성,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한 시범사업 운영을 제안했다.

ACO 둘러싼 의료계 의견 ‘분분’

ACO 제도 도입을 두고 보건의료계 전문가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토론자로 참석한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는 ACO 제도 도입은 의료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보장성 강화 방식의 의료 패러다임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며 “보장성 강화했더니 대형병원 쏠림현상이 발생하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비급여가 늘었다. 기존 시스템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한계가 보이는 상황이 바로 지금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내놓자 대형병원에서는 경증환자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무조건 (환자들을) 못 가게 막는 것은 국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다.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ACO 제도처럼 의료기관 네트워크에서 환자를 책임지고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의원과 대형병원이 연계돼 개인을 관리하고 상태가 나빠지면 대형병원 가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핵심”이라고 했다.

특히 ACO 제도 도입을 위한 초기 인프라 구축에 투입되는 비용은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의료인들이 일 하는 방식, 의료기관 내 시설, 의료기관 간 정보체계, 공유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시스템 등의 변화는 새로운 투자를 필요로 한다”며 “초기 투자비용을 정부가 건강보험으로 보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박은철 교수도 의료 환경 변화에 따라 보험제도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ACO 도입에 찬성했다. 오히려 현행 단일 건강보험제도가 의료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박 교수는 “다양한 니즈를 가진 국민들을 한 가지 보험 형태로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게 결론”이라며 “건강보험이 도입됐던 77년과 지금은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이를 따라갈 수 있는 급여체계가 필요하다. 오히려 의료발전을 건보 제도가 저해하고 있을 수 있다고 본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ACO 제도가 답”이라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보험제도 모색을 위한 적극적인 논의가 지속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ACO 제도가 만능키가 될 수는 없다는 것.

박 교수는 “현재 상황을 돌파하는데 ACO는 좋은 제도라는데 동의하지만 그 이후를 생각할 수 있는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ACO가 우리나라 도입되면 효과는 있겠지만 이를 수정하고 더 나은 제도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한국형 ACO 도입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는 한국형 ACO 모델이 지불체계에만 국한되지 않고 의료전달체계 등 질병예방으로 의료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지만 제도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성 정책이사는 “의료계에서는 ACO제도가 총액계약제로 인식되고 있어 반대가 많다”면서 “당연지정제도 내에서 ACO 제도 활성화가 가능한지 의문이다. ACO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당연지정제가 폐지돼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공급자 입장에서는 현재 정부가 엄격한 규제를 통해 공급자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부적인 경쟁이 상당히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네트워크를 위한 거버넌스 구축은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공급자가 ACO 모델에 찬반 의견을 내는 건 아직 시기상조다. 논의 단계이기 때문에 공급자가 적극 참여할 수 있으려면 참여유인책을 제공해야 한다”며 “의료 비용절감과 의료의 질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이동우 사무관은 ACO 제도와 관련해 논의할 필요성은 있으나 도입은 좀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사무관은 “우리나라 의료제도 내에서 지불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ACO 제도가 논의된 것으로 본다”며 “의료전달체계를 고려한 다양한 지불 제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는 점은 의료계와 인식을 같이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무관은 "ACO 제도가 도입되려면 의사들이 단순히 환자를 이익추구 수단으로 보지 않도록 제도를 수정해야 하고 공급자가 느끼는 무한경쟁 속에서 이익을 어떤 식으로 보장할 것인지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면서 ”정부도 지불방식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