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 "한국 반면교사 삼은 일본, 국가적 자산 축적 중"

2017년 3월 10대 암을 대상으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유전자 패널검사에 선별급여가 적용되며 건보재정이 투입된 지 4년여가 됐다.

작년 5월부터는 전체 고형암으로 급여기준이 확대되며 연간 7,000건 이상의 NGS 데이터가 각 병원 병리과에 쌓여가고 있지만, 해당 NGS 데이터들과 이를 활용한 임상정보 데이터, 약물처방 데이터, 치료성적 데이터 등 임상 데이터를 통합하는 국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는 부재한 상황이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

대한항암요법연구회 강진형 회장(가톨릭의대 종양내과)은 최근 본지와의 만남에서 "병원 등 이해당사자 간의 주장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보험급여를 통해 얻어진 NGS 데이터는 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의 것이 되어야 하며, 이를 대리할 수 있는 정부가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 회장은 한국보다 2년 늦게 NGS 검사에 보험급여를 적용한 일본의 경우, 한국이 겪고 있는 착오들을 반면교사 삼아 정부가 최종적으로 NGS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고 개발, 연구, 진료, 허가, 보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국가의 자산으로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작년 12월 11일 미국임상종양학회지에 실린 '일본의 암 정밀의료와 건강보험시스템(Precision Oncology and the Universal Health Coverage System in Japan)'이란 리뷰 논문에 따르면, 일본은 NGS 검사의 보험급여 이전 이미 시행 병원의 통합 네크워크 구성 및 유전자 프로파일링을 총괄할 수 있는 센터 설립까지 완료했다.

일본 내 NGS 검사 지정 병원은 170개에 달하며, 그 역할에 따라 정밀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임상시험을 실행하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11개의 핵심(Core) 병원과 실제 임상시험을 실행하는 34개의 허브(Hub) 병원, 그리고 환자에게 NGS 검사를 시행하는 122개의 연계(Liaison) 병원 3가지로 계층화했다(아래 그림).

뿐만 아니라 일본은 수많은 NGS 유전자 패널 중 최근 로슈가 인수한 파운데이션메디슨 사의 'FoundationOne CDx Cancer Genomic Profile'과 일본 국립암센터가 개발한 'OncoGuide NCC Oncopanel System'을 2개만을 지정해 급여 환급을 허용했다.

이와 동시에 일본 국립암센터는 암 유전체학 및 첨단 치료 센터(Center for Cancer Genomics and Advanced Therapeutics, C-CAT)를 설립했으며, 이는 NGS 검사를 받은 환자의 유전체 정보 및 임상 특성을 수집하고 임상시험과 연계할 수 있는 정보를 지원하는 중앙 데이터 저장소 역할을 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C-CAT을 통해 연간 1만3,000건의 아시아인 환자 데이터를 축적하며, 강력한 국가적 자산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강진형 회장은 "현재 국내 NGS 데이터는 각 병원 병리과에 쌓여있다. 이처럼 여러 병원에 쌓여있는 유전체 데이터와 임상 정보를 합쳐서 모아야 한다"며 "유전체 데이터는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를 활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하며, 성과를 모니터링한 데이터가 함께 모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지만 이해관계자에 따라 이러한 데이터들이 병원의 자산이라 생각할 수도 있고 심지어는 건강보험공단, 심평원, 질병관리본부, 식약처, 암센터 등도 각자가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다"며 "때문에 다소 간의 강제성이 필요하다. 건강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건보재정이 사용된 데이터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해 법/규정으로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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