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적위원회 구성서 제외…“암 진단‧치료하는 소화기나 호흡기내과도 참여시켜야”

“소화기내과 의사들도 암 환자를 진단·치료하지만 항암제 오프라벨 사용 결정에선 배제된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결국 의사가 아닌 환자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A대학병원 소화기내과 B교수는 최근 본지와 만나 현재의 허가초과(오프라벨) 항암요법 사용승인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B교수에 따르면 허가초과 항암요법 사용을 승인받기 위해선 요양기관 내에 다학제적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회의 의결을 받거나 다학제적위원회가 없는 경우 ‘공용 다학제적위원회’(대한의사협회) 또는 ‘연계 요양기관의 다학제적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의료기관 내 다학제적위원회는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최소 2명 이상, 혈액종양분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에서 인증한 세부 전문의)1명 이상(19세 이하 소아청소년 환자가 아닌 경우 혈액종양내과 전문의로 대체 가능) ▲암 관련 수술을 하는 외과계 전문의 2명 이상(최소한 외과 1명 포함)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 1명 이상(단,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가 없는 요양기관은 연계 요양기관의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로 대체 가능)으로 구성된다.

정작 소화기 암 환자에 대해 오프라벨로 항암제를 사용할 하더라도 소화기내과 의사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루트는 없는 것이다.

B교수는 “(다학제적위원회에)혈액종양내과 의사를 제외하고 다른 내과 의사들은 다 빠져있다”면서 “내과 의사들은 전공의 때 항암 치료에 대해 배우지만 외과 의사만도 못한 위치에 있다”고 지적했다.

B교수는 “그러나보니 많은 병원들이 다학제적위원회를 구성할 때 혈약종양내과 의사 3명만을 채웠다”면서 “암 환자의 치료 방침을 결정할 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해야 하는데 혈액종양내과 의사만 있고 다른 내과 의사는 없다. 새로운 항암치료의 헤게모니를 혈액종양내과가 다 가져간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다학제적위원회 구성이 결국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C대학병원 소화기내과 D교수는 “(현재의 다학제적위원회 구성은)소화기내과 의사들에게 (치료를 할 때)허락을 받으라는 것으로 결국 소화기내과에서 (치료)하지 말고 환자를 보내라는 것”이라며 “몇 년 간 항암치료를 하다가 오프라벨로 치료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처방을 못하게 되는 불합리한 일이 발생한다. 이 때 환자들이 받는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효율적인 환자 치료를 위해 다학제적위원회 구성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D교수는 “외과는 수술을 했으니 위원회에 들어가는 게 당연하지만 소화기내과나 호흡기내과도 환자를 진단하고 치료에 동참한다”면서 “누가 빠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환자들을 위해 소화기내과나 호흡기내과도 다학제적위원회에 들어가 같이 (환자를)봐야한다”고 피력했다.

E대학병원 소화기내과 F교수도 “(항암치료를)혈액종양내과에서 주도를 하다 보니 (다학제적위원회가)이렇게 만들어진 것 같다”면서 “내과 의사가 외과 의사보다 질환이나 약물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외과 의사는 포함돼 있는데 소화기 질환의 전문가인 소화기내과 의사가 위원회에 끼지 못하는 이상한 형태의 위원회 구성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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