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의대 이재갑 교수 “신종이라 잘 모르는 것이 가장 무서워…지역사회 감염 여부 면밀히 살펴야”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의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이 확인되면서 사스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지난 2015년 국내를 휩쓴 메르스 정도만 되면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지역사회 집단감염까지 일으킬 수 있는 사스 수준이라면 현 방역체계보다 한단계 상향된 대응체계가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 메르스 사태 당시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TFT 위원장으로 활동한 한림의대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본지와 통화에서 우한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 대해 이같이 진단하며 중국 내 지역사회 감염 여부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선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아직 모든 것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변수로 꼽았다.

이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얼마나 위험한 감염병인지 궁금해 하는데, 신종이기 때문에 잘 알지 못한다. 그 점이 가장 위험한 부분"이라며 “중국이 잘 대응한다 안한다보다는 처음 보는 감염병과 싸우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상황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밝혀진 정보만으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메르스 정도 감염병으로 보이며 그 사실이 맞다면 현재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으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중국이 초기에 사람 간 전파는 없다고 했지만 의료진 감염이 확인되면서 사람 간 전파가 없다는 중국 말은 거짓이 됐다”며 “중요한 것은 사람 간 전파가 어떤 양상인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현 상황에서는 병원 내 감염 확산 상황을 만들고 가족 간 전파 정도만 확인되고 있어 메르스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사람 간 전파가 메르스와 유사하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되며,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을 유심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정확한 사람 간 전파 양상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역학조사가 중요하다. 우선은 중국정부가 상세한 역학조사를 통해 실마리를 줘야 한다”며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만약 지역사회 감염까지 일으킬 수 있는 정도라면 메르스가 아닌 사스 정도 감염병으로 보고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메르스 정도라면 우리나라 방역체계로 대응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방역체계를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와 비교해서는 안된다. 우리 방역체계는 메르스를 혹독하게 겪은 후 일신했다”며 “동탄성심병원에서 의심환자를 바로 신고한 것도 그렇고 최초 확진환자를 공항 유입과정에서 찾은 것으로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려되는 것은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인데, 이런 부분은 의료진들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 등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지역사회 감염을 일으키는 사스급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했다.

이 교수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메르스 정도라면 의심환자 신고 시 국가지정병원으로 옮기는 정도로 대처할 수 있지만, 사스라면 질병관리본부가 전국 음압병상을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응체계를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되면 국가지정 음압병상으로 부족할 수 있다”며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1단계 지역거점병원, 2단계 상급종합병원 등의 전국 음압병상에서 환자를 빼거나 조정하는 등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잘하고 있다. 지금 수준으로 잘 대처하면 좋겠다”며 “메르스 때에는 초반 실수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21일 현재 국내에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확진환자 1명이 발생했지만 의사환자는 아직 없는 상태다. 조사대상 유증상자 10명 역시 모두 음성으로 판명났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발상지인 중국의 경우 21일 현재 우한시에서만 198명의 환자가 확인됐으며, 베이징 5명, 광동성 14명, 상해 1명의 환자가 집계됐고 사망자는 4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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