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숙환으로 별세…김대중 전 대통령 주치의로도 유명
의학교육학과 신설·의학전문대학원 도입 등 의학교육 발전에 기여

당뇨병 분야 대가인 연세대 허갑범(허내과의원 원장) 명예교수가 지병으로 향년 84세(만82세)에 타계했다.

지난 1968년 연세의대를 졸업하고 군의관을 거쳐 84년부터 연세대 교수로 재직해온 허 명예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장,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소장, 대한동맥경화학회장 등을 지냈고 최근까지 한국성인병예방협회를 이끌어온 당뇨병 분야 최고의 전문가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민당 총재로 있었던 1990년 당시 단식투쟁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치료해줬던 게 인연이 돼 1998년 3월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로 임명되기도 했다.

허 명예교수는 연세의대 학장을 지냈던 지난 96년 국내에서는 가장 먼저 연세의대에 의학교육학과를 신설했으며, 이후에도 의학전문대학원제도 도입에 앞장 서는 등 교육영역의 전문화, 근거중심의 의학교육을 실천해왔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대통령 직속 의료발전 특별위원회 위원과 교육인적자원부 의학전문대학원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지난 2015년에는 <한국의료의 세계화 의학교육 개혁이 열쇠다>라는 의학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담은 책을 저술, 임상의 양성 위주 교육에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허 명예교수는 정년퇴임 후에도 2002년 허내과의원을 개원하며 당뇨병 진료와 연구에 매진해왔다.

허 명예교수는 2003년 한국인 2형 당뇨병 환자 183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당뇨병 환자의 표준 치료지침을 개발했다.

또한 2012년에는 최근 5년간 허내과에서 진료받은 제2형 당뇨병환자 6,579명을 대상으로 복부비만도와 인슐린저항성과의 상관관계를 조사, "제2형 당뇨병환자의 복부비만 판정 기준을 남자 87㎝·여자 81㎝로 낮춰 대사증후군관리를 철저히 해야 관상동맥질환과 경동맥경화증의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허갑범 명예교수는 본지가 의과대학의 주입식 교육을 반성하며, 미래의 한국의료를 책임질 의대생 및 전공의들이 전인격적 치료자로, 또한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할 것을 격려하고자 2001년 제정한 'MSD청년슈바이처상' 위원장으로서 10년간 위원회를 이끌어왔다.

당시 허갑범 위원장은 “현재 한국의 의학교육은 관행을 벗어나지 못한 채 편협하고 구태의연한 길을 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훌륭한 연구업적을 쌓고 바쁜 와중에도 봉사를 나가는 존경스러운 젊은이들이 있어 미래의 한국의료에 기대를 걸 수 있다”며 수상자들을 치하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