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메르스와 달리 감기 유행 시기에 확산…감기와 선별방법 마땅치 않아
"간병인 상당수가 조선족…고향 갔다가 감염돼 올 경우 입원실 뚫릴 수도" 불안 증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으로 인한 ‘우한 폐렴’이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자 국내 의료인들도 초긴장 상태다. 감염원이나 감염경로 등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신종 감염병인 데다 감기와 구별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3일 정오 기준 국외 우한 폐렴 확진자가 중국 571명, 태국 4명, 일본 1명, 대만 1명, 미국 1명, 마카오 1명, 홍콩 1명 등 총 580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54분 기준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확진자는 639명으로 늘었으며 의심 환자는 422명이나 된다. 사망자는 17명에서 더 늘지는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람은 늘고 있지만 감염원이나 감염경로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초기에는 사스(SARS)처럼 박쥐에서 전파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그 숙주가 뱀이라는 내용이 담긴 논문이 국제학술지 바이러스학저널(JMV)에 게재됐다. 정확한 감염원은 아직 모른다는 의미다.

감염경로도 명확하지 않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쉽게 감염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동물계에서 유행하던 코로나바이러스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사람에게 전파된 것 같다. 지금까지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될 때는 대부분 그런 경로였다”며 “사스 사망률이 9~10% 정도였고 메르스가 35% 정도다. 현재까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망률이 이보다 낮지만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전파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고 우려하는 부분인데 중국에서 나온 발표만으로 보면 메르스 수준으로 생각할 수 있다”며 “가족 간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정도 수준이라면 메르스와 유사한 정도”라고 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의료기관들은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의심 환자를 분류했다.

정보가 워낙 부족하다 보니 의료 현장에서는 느끼는 불안감은 크다. 무엇보다 우한 폐렴이 확산되는 시기가 감기가 유행하는 겨울철이라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우한 폐렴과 일반 감기를 증상만으로 구별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종합병원 원장은 “신종플루는 여름, 메르스는 5월부터 퍼졌다. 하지만 우한 폐렴은 겨울에 발생해 확산되기 시작했고 증상도 감기와 비슷하다”며 “요새 응급실에 오는 환자의 40% 정도가 감기 환자다. 우한 폐렴 환자가 응급실로 온다고 해도 증상만으로는 구분이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감기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 중 우한 폐렴 환자가 한명이라도 있으면 상황이 심각해질 것”이라며 “감기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을 전부 PCR 검사를 할 수도 없고 중국 여행력을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한 폐렴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병원에 근무하는 간병인 상당수가 조선족이라는 점을 걱정하기도 한다. 중국 설인 춘절 연휴에 고향에 갔다가 우한 폐렴에 감염돼 돌아올 수도 있다는 우려다. 올해 춘절 연휴는 24일부터 30일까지다.

모 병원 원장은 “조선족 상당수가 간병인으로 병원에서 근무한다. 이번 춘절 연휴 동안 중국에 갔다가 우한 폐렴에 감염돼 돌아오거나 그 가족이 감염돼 돌아오면 입원실이 뚫릴 수도 있다”고 했다.

보건 당국도 의료기관이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측면 지원에 나섰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우한 폐렴 국내 유입을 예방·관리하기 위해 지난 1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발생지역 입국자 정보’를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통해 의료기관에 실시간 제공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우한 폐렴 검사를 24시간 안에 할 수 있는 ‘신속 진단검사’를 24일부터는 전국 17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으로 확대하고 2월 초에는 민간의료기관에서도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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