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박태선 교수

우리나라에서 당뇨병은 보건복지부가 경증의 대표적인 병으로 수시로 언급하는 만성질환이다. 이에 따라 당뇨병은 일차의료기관에서 주로 관리되어야 하고, 환자가 2차병원이나 상급종합 병원에서 관리를 받으면 약제비에 대한 불이익을 받는다.

그러나 경증이라는 당뇨병이 연말정산 때만 되면 세법상 장애인으로 바뀌어서 장애인 증명서를 요구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요구가 늘어난다.

왜 복지부에서는 경증인 당뇨병이 국세청에서는 세법상 장애인으로 분류하고 있을까?(참고로 필자는 세법상 장애인 제도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소득세법 기본통칙 51-2항'에 의하면 세법상 장애인은 ‘항시 치료를 요하는 중증환자’를 일컫고, ‘지병에 의해 평상시 치료를 요하고 취학, 취업이 곤란한 상태에 있는 자’로 정의한다.

이러한 환자의 경우 장애인 증명서를 발급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발급을 안 해도 된다고 규정하면서도, 이를 의사가 판단해야 할 부분이라고 애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기준에 속하는 병이 한 두 가지가 아니라는 게 더 문제다. 애매모호한 규정이 의사와 환자, 환자보호자의 갈등을 야기한다.

국세청은 (세법상 장애인 여부 관련) 민원인에 대한 답변서에 당뇨병이 포함된다고 꼭 집어서 나열하기까지 했다.

납세자연맹에서는 세법상 장애인 증명서를 꼭 받아서 이용하도록 구체적인 방법까지 홈페이지에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환자를 위하는 것이므로 의사를 설득하라는 행동요령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러면 왜 납세자연맹이나 환자들은 '세법상 장애인' 증명을 중요시할까.

세법상 장애인으로 인정받으면 인적 공제에서 본인은 장애인 공제 200만원이 추가되고, 부양가족은 기본공제 150만원 그리고 의료비 3% 초과금액에 대해 공제가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이익이 연말정산 시에만 받을 수 있는 특별한 혜택이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있다.

당뇨병은 장기간 항시 관리를 요하는 만성질환이지만 모든 환자들이 취업이나 취학이 불가능한 상태의 병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건강한 생활습관 유지와 약물복용 등의 노력에 의해 호전되는 만성질환이다.

경증으로 분류되는 당뇨병 환자들이 세법상 장애인이 되면 당뇨병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인식은 더 나빠지고 정부의 정책에 의한 적절한 관리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세법상 장애인으로 만들어서 일부 연말정산이 가능한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주는 이상한 정책이 당뇨병 관리에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당뇨병을 가진 사람이 항시 지속적으로 잘 관리 받을 수 있도록 교육비를 제대로 반영하고, 혈당 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모든 소모품을 급여화하는 것이야 말로 현재 필요한 정책이다.

모든 당뇨병 환자들이 자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큰 그림이 꼭 필요하다.

이것이 OECD 국가 중 거의 꼴찌인 당뇨병 관리상태를 획기적으로 바꿀 지름길이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