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객 전원 발열검사 등 메르스급 대응체계 갖추는 의료기관들
“격상된 감염병 위기경보, 질본 중심 체계 흔들리는 일 없어야”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 캡처

설 연휴가 끝나면서 의료 현장이 긴장하고 있다. 독감이나 감기 증상과 비슷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인 ‘우한 폐렴’ 때문이다.

잠복기에 입국해 병원, 호텔 등 거리를 활보하다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 우한 폐렴으로 확진 받은 환자가 나타나면서 지역사회 2차 감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의료기관들은 설 연휴 기간에 진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28일부터 전 내방객 대상 발열 검사를 실시하고 선별진료소도 본격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면회 제한도 시작했다.

하지만 독감이나 감기 환자가 많은 겨울철에 발열 검사만으로 우한 폐렴 환자를 구별하기 쉽지 않아 긴장하는 모습이다.

한 의사는 “우한 폐렴이 독감이나 감기 증상과 비슷해서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 난감하다.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을 이용해 중국을 다녀왔는지를 알아보는 방법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다”며 “하지만 DUR도 지역사회나 2차 감염이 시작되면 무용지물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의사는 “일선 병원에서 증상이 없는 환자를 검사할 수 없다. 응급실에 와서 최근 중국에 다녀왔는데 우한 폐렴에 걸렸는지 검사해 달라고 해도 방법이 없다”며 “무조건 병원을 찾기보다는 증상이 있다면 1339나 지역 보건소로 먼저 연락해야 한다. 그래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도 지난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고위험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 분은 비록 증상이 없더라도 현재 추정되는 최대 잠복기인 2주까지는 불필요한 외부활동을 자제해 달라. 만약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이 시작될 때에는 반드시 1339로 연락해달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대책상황실을 설치하고 24시간 비상업무체계에 들어간 대한병원협회는 비상대응본부를 구성해 대응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병협 관계자는 “국내 세 번째, 네 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뒤늦게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봐서 지난주에 중국 우한 등지에서 들어온 사람들 중 환자가 더 생길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국민도 메르스 사태를 떠올리며 혼란에 빠질 수 있고 단순 감기 증상만으로도 병원을 찾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이다. 전국적인 방역진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의료기관들은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의심 환자를 분류했다.

“격상된 감염병 위기경보로 질본 중심 체계 흔들리는 일 없어야”

‘경계’로 격상된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일선 방역 현장 혼란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7일 네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가 발생하자 감염병 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격상했다. 감염병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주의 단계에 머물렀다.

복지부는 박능후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즉시 설치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방역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파견 인력 배치, 실시간 상황 공유 등을 지원한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메르스 사태 당시에는 주의에서 경계 단계로 올려야 한다고 했지만 초기 대응 실패로 인한 책임 소재 문제 등으로 주의 단계에 머물렀다”며 “이번(우한 폐렴 확산)에 경계 단계로 올리면서 복지부가 개입하기 시작한다. 경계로 올리면서 단순히 결재나 보고 라인 증가로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질병관리본부가 잘해 왔으니 인력 등 부족한 부분을 복지부가 지원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며 “복지부가 상위 기관처럼 질병관리본부를 부리거나 보고받으려는 행동을 보여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잠복기 전염? 근거 없다”

잠복기에도 전파될 수 있다는 중국 보건당국의 발표에 대해서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마샤오웨이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주임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아직 정보가 제한적이지만 잠복기는 최소 하루부터 최대 2주이며, 사스(SARS)와 달리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잠복기 전염력에 대해서는 쉽게 말해서는 안된다. 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다면 의심 사례를 보고하고 고민해야지 확정적으로 말해서는 안된다”며 “중국이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무마하기 위해 ‘우한 폐렴이 그 정도로 위험한 질병’이라고 과장해서 말한 것 아닌가 싶다. 면피용 발언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 질병관리본부가 중국 측에 잠복기 전염 가능성에 대한 근거를 제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지금까지 무증상 감염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거의 없었다”고도 했다.

한편,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에 따르면 27일 오후 10시 기준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확진자는 2,844명, 의심 환자는 5,794명이며 사망자는 81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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