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협 “법원이 ‘고의적·상습적 성추행’ 단편적 정황만 고려해 무죄 판단…상식 벗어난 판결”

법원이 수술 중 간호사를 성추행한 의사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자 간호계가 유감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간호협회는 28일 성명을 통해 “최근 법원이 수술 상황이라는 단편적인 정황만 고려해 의사의 고의적이고 상습적인 성추행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며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간협은 “본 사건이 벌어진 기관에서 해당 의사의 평소 품행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이와 관련된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발언을 통해 충분히 해당 행위가 고의성이 있었음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며 “상식을 벗어난 판결을 재고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간협은 수술실에서 해당 의사가 간호사에게 다분히 의도적인 신체접촉을 수차례 가했으며, 그 이후에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만한 대화가 오갔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에 피해 간호사는 계속해서 직장을 다닐 수도 없었고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면서 정당한 권리구제와 판결을 법원에 구했지만 법원이 단편적인 정황만 고려해 무죄로 판결냈다는 게 간협의 주장이다.

간협은 “이번 판결은 일부 의사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으로 간호사에게 우월적 지위와 권한을 행사하는 행태가 문제의식 없이 용납되는 구태의연함이 법정판결에서조차 통용된다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또한 “간호사는 엄연히 의료법상 의사와 동등한 의료인"이라며 "그 역할이 상이한 것임에도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방지 못하고 의사로부터 당하는 성적 수치심과 폭언 정도는 참아내야 한다는 구태의연 의식을 가진 해당 의사의 행태를 용인하는 심각한 판결에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간협은 일선 간호사들이 존중받는 사회분위기 조성과 인식 확산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일부 의사들의 전근대적인 인식과 행태가 근절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간협은 “사법부는 간호사에 대한 괴롭힘과 성추행 등에 대해 엄중하게 다뤄줄 것을 촉구한다”며 “성추행 등 성범죄는 피해자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줄 뿐 아니라 직업적 자부심과 자긍심마저도 상실하게 한다”고 말했다.

간협은 “간호사가 간호 현장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열악한 근로환경에서 존중받지 못하는 의사들의 행태가 큰 몫을 하고 있고 그 결과 안전한 간호사가 불가능해 국민건강권이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되는 중대한 문제를 초래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일부 의사들의 전근대적인 인식과 행태가 근절될 때까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싸울 것”이라며 “간호사가 전문 의료인으로서 자긍심과 숭고한 소임을 다할 수 있는 풍토와 인식 확산을 위해 43만 회원들의 힘을 결집해 나갈 것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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