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한의학적 치료 제안’ 기자회견 예고
의료계 "한의학적 치료? 오히려 국민에 혼란 줄 수 있어" 지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에 감염된 ‘우한 폐렴’ 확진 환자가 늘면서 치료 방법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의계가 한의학적 치료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의학적으로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대증요법에 기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한의계의 한의학적 치료 제안 계획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대한한의사협회는 29일 오후 2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한의학적 치료를 제안하겠다며 긴급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한의협은 지난 메르스(MERS) 발병 당시에도 의학과 한의학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의·한방 협진 제안서’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전달한 바 있다.

당시 한의협은 사스(SARS) 치료에 의·한 협진이 효과가 있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발표를 근거로 한의학 치료를 통해 임상증상의 개선, 폐의 염증 감소, 산소포화의 개선, 면역기능 활성화, 스테로이드 사용 감소, 사망률 감소 등의 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스 초기 치료에서부터 한의학을 적극 병행한 중국과 그렇지 않은 홍콩의 예를 들어 한의학 병행 치료 시 환자 사망률이 의학 치료만 했을 때보다 낮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한의협에 따르면 한의학 치료를 시행한 중국의 경우 사스 발병건수 5,327건 중 사망자수는 349명으로 사망률이 6.6%인 반면 홍콩은 발병건수 1,755건 중 300명이 사망해 중국보다 3배 가까이 많은 17.1%에 달했다.

그러나 메르스 당시 정부는 이를 채택하지 않았다.

이에 의료계에서도 한의협의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치료방법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을 틈타 그렇지 않아도 전통요법 등 치료에 도움 되지 않는 정보들이 인터넷을 타고 확산되고 있는데 한의협이 한의학적 치료를 들고 나오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기관지에 좋다는 도라지 청을 달여 먹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법으로 잘못 이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협의 한의학적 치료 제안 움직임은 오히려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감염학회에서도 치료제가 없어 대증적인 치료를 하고 있는데 한의학적 치료로 뭘 하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메르스 때도 한의협이 한의학적 치료를 제안한 적 있었는데 이번에도 발을 담아 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감염병 전문가들은 사스와 메르스에도 쓰인 C형 간염 치료제와 에이즈 치료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체 약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대증요법으로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기사: 치료제 없다는데…'우한 폐렴' 확진자는 어떻게 치료 받나)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현재로는 치료제가 없어서 일정 기간은 본인의 면역력으로 이겨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주요 장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대증요법으로 보존적 치료를 하면서 환자가 버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한림대강남성심병원 이재갑 교수도 “최근 동물실험에서 에이즈치료제인 칼레트라가 효과 있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도움이 될만한 약을 쓰면서 환자가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치료를 하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환자 스스로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힘을 갖추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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