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코 막힘, 기침, 가래 등 감기 증상과 유사…감염증 초기 단계서 정밀폐CT 유용
증상 발현 3일째 폐렴 급속히 진행…"증상 있는 모든 환자에 선별검사 필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 감염증 초기 단계에서 흉부방사선촬영보다 정밀폐CT(HRCT)가 조기진단에 유용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천의료원 김진용 과장과 서울의대 내과학교실 오명돈 교수팀은 4일 대한의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JKMS(Journal of Korean Medical Science)에 지난달 20일 확진 판정을 받은 국내 첫 번째 환자인 중국인 여성의 임상적 특징과 방사선학적 소견을 담은 증례보고를 발표했다(A First Case of 2019 Novel Coronavirus Pneumonia Imported into Korea from Wuhan, China: Implication for Infection Prevention and Control Measures).

논문에 따르면 35세 중국인 여성인 1번 환자는 입국 하루 전인 지난 1월 18일 발열, 오한, 근육통 증상으로 우한 지역 내 클리닉을 방문했으나, 흉부 방사선촬영 결과 침윤이 보이지 않아 감기로 진단받았다.

다음날인 19일 우한에서 입국하는 과정에서 체온이 38.3°C로 측정돼 즉시 지정된 격리병원에 입원했으며, 판 코로나바이러스 검사결과 양성 판정을 받았다. RT-PCR(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입원당시 진행된 신체검사에서 체온은 38.4°C, 분당 호흡수는 22회, 분당 맥박 수는 118회, 혈압은 139/92 mmHg로 나타났으며, 비만(체질량 지수, 33.4kg/m2)했지만 건강한 상태였다.

환자의 흉부 영상. (A)흉부방사선촬영(2020년 1월 21일, 증상 발현 후 3 일) 결과, 흉부방사선 사진에서는 폐 침윤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B-E) 같은 날에 실시 된 HRCT 스캔은 음영이 나타났다. (F)흉부방사선촬영(2020년 1월 25일, 증상 발현 후 7 일) 사진은 왼쪽 하단 폐 침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출처: A First Case of 2019 Novel Coronavirus Pneumonia Imported into Korea from Wuhan, China)

입원 후 진행된 초기 흉부방사선촬영 결과에서 침윤은 보이지 않았지만(사진1 A), 증상 발현 4일째인 21일 정밀 폐CT에서 양측 흉막 사이 여러 개의 음영(사진1 B)이 나타났다. 실험실 테스트에서도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증, 간 효소 증가 등의 경미한 변화가 보였다.

같은 날 동맥 산소 포화도가 약 91%로 감소하면서 약한 호흡 곤란 증세를 보여 비강 캐뉼라(3 L/min)를 통해 산소를 공급했으며, 24일에는 6 L/min로 늘려 공급했다. 다음날인 25일 촬영한 흉부방사선 결과 우측 폐 하부에서 침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열은 10일 간 지속됐다. 증상이 나타난 7일째 되는 날 38.9°C로 가장 높았고, 11일째(28일)에 가라앉았다. 증상 발현 14일째(31일)부터 호흡 곤란이 개선되기 시작해 산소 공급량을 줄였고, 흉부방사선 결과에서도 폐 병변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 실험실 테스트에서 백혈구 및 혈소판 감소증, 간 효소 증가 등의 경미한 변화가 보였으며, 입원 기간 동안 코 막힘, 기침, 가래, 흉막염 및 묽은 설사 증상이 있었다.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비아러스 감염증으로 진단된 1월 21일부터 HIV 치료에 쓰이는 항레트로바이러스 약품인 로피나비르(lopinavir) 400mg/리토나비르(Ritonavir) 100mg을 치료제로 사용했다.

현재 1번 환자는 폐렴 증상이 거의 사라져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초기 증상이 발현된 지 3일 만에 폐렴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밀폐CT가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의료진은 “처음 3일 동안 흉부방사선촬영에서 폐렴을 암시하는 임상적인 특징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정밀폐CT를 하지 않았다면 폐렴 진단을 놓쳤을 수도 있다. 가래, 흉막염, 객혈 등 임상학적 증상들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의료진은 “증상이 발생한 첫주 동안 폐렴임에도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임상학적 특징은 메르스(MERS)와 유사하다”고 했다.

이에 의료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기(infectious period)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만큼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대상으로 선별검사를 수행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의료진은 “폐렴이 발병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선별검사를 하는 것보다 역학적 위험이 있는 보이는 모든 환자에 대해 선별검사를 수행하는 것이 안전하다”면서 “감염 초기단계에서 무증상 환자나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환자에 대한 전염규모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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