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의학회·역학회 공동 성명 발표…과학적 근거에 따른 합리적 대응 강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나 인근 학교·상점 문을 며칠간 닫는 것은 공중보건 측면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 오히려 공포와 낙인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소모하게 된다."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관련해 과도한 불안을 조장하는 과잉 대응을 지양할 것을 당부했다. 자원과 인력이 한정된 상황에서 합리적 대응은 철저히 하되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두 학회가 주도하는 신종 코로나 대책위원회(대책위)는 10일 오후 서울대 의과대학에서 이같은 내용을 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한 대국민 성명서'를 발표했다.

역학회 김동현 회장(한림의대 사회의학교실)을 비롯해 예방의학회 감신 이사장(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기획위원장(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기모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위원장(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이 자리했다.

대책위는 성명서에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당국의 노력에 시민들의 협조를 부탁하는 동시에 과도한 불안을 부추기는 근거없는 뉴스나 효과 없는 과잉 대응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대표적으로 대책위는 확진자가 다녀간 장소를 며칠간 폐쇄하거나 인근 학교, 상점 문을 닫는 것을 과학적 근거가 없는 불필요한 과잉대응으로 꼽았다.

김동현 회장은 "확진자가 있었던 곳은 방역당국이 동선을 따라가며 공간 전체를 방역하게 되는데, 그러면 바이러스가 남아있을 확률은 0%다"라며 "방역 시간을 감안해 하루 정도의 출입 규제는 할 수 있지만, 며칠간 폐쇄하는 것은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휴교 역시 과학적 근거에 따른 조치라기보다 시민들의 공포로 인한 '심리 방역'의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신종 코로나 확진 사례를 살펴보면, 아동·청소년 감염 사례는 극히 드물며 사망사례는 아예 보고된 바가 없는데도 확진자가 다녀간 지역에서 학교나 어린이집을 휴교하는 이유는 학부모의 심리적 공포를 잠재우고자 하는 '심리적 방역'에 불과하다"며 "그런데 이러한 조치가 지역사회 내에서 더 큰 불안감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입국 제한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정부는 중국 후베이성 체류·방문 이력 외국인에 대해서만 입국을 금지하고 있다.

기모란 위원장은 "현재 3만명이 넘는 중국 내 환자를 분석해보면 2만명 이상이 우한 지역에서 발생했다. 치명률도 우한 및 후베이성을 제외한 기타 지역은 0.16%으로 독감과 비슷한 정도"라며 "중국 내 다른 지역을 우한과 비교할 정도가 아니며, 입국 제한 지역을 중국 전역으로 확대하면 중국을 거친 모든 사람들을 자가격리해야 해 여기에 모든 자원을 쏟아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려면 과학적 근거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대책위는 마늘 섭취나 진통소염 연고 도포, 중국산 수입식품 배척 등 온라인에 떠돌아다니는 근거없는 정보를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이러한 백가쟁명식 해결책은 아무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신 비누로 손 씻기, 기침예절, 발열, 기침 환자의 마스크 착용, 신속한 선별진료소 방문, 해외여행력 정직한 공개 등 검증된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책위는 "현재 공중보건학적 위기상황임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일상을 위협할 수준으로까지 진행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철저한 대응은 필수이지만, 비이성적 공포로 이를 넘어서 과잉대응을 한다면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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