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지원, 한의사 배상 책임은 인정…유족에 4억7148만원 지급 주문

경기도 부천 한의원 봉침 사망 사건과 관련해 한의사를 도와 피해자인 여교사를 응급처치했던 가정의학과 의사가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게 됐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은 19일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로 뇌사 상태에 빠져 사망에 이른 30대 초등학교 교사 A씨의 유족이 응급처치를 도운 가정의학과 의사 B씨와 한의사 C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의사 C씨의 배상 책임을 인정, 유족에게 4억7,148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소송비용도 유족이 40%, 나머지는 C씨가 부담하라고 했다.

반면 재판부 B씨의 배상책임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았다. 소송비용 역시 원고 측이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주문만 선고하고 구체적인 판결 이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A씨가 지난 2018년 5월 15일 부천 모 한의원에서 봉침시술을 받고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발생해 뇌사 상태에 빠져 같은 해 6월 6일 사망하면서 시작됐다.

봉침 시술 당일 C씨는 A씨의 상태가 나빠지자 같은 층에 있는 가정의학과의원 원장인 B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에 B씨는 119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의 유족은 봉침을 놓은 C씨에게 9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응급처치를 도왔던 B씨의 이름도 함께 소장에 올렸다.

이로 인해 의료계 내에서는 선한 의도로 환자를 도운 의사에게 소송을 제기한 게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또 일부 의사들은 한방의료행위로 인해 발생한 사고에 대해 ‘무개입 선언’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의료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환영의 입장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은 “먼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감사드린다”면서 “선의의 행위에 대해 소송까지 갔다는 것 자체가 안타까운 현실을,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고 측 변호인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박 대변인은 “이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는 의료계에 오래 활동한 분으로 알고 있어 더욱 유감스럽다”면서 “선의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는 사례를 만드는 소송이 제기된 것에 대해서 안타깝다. 국민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올바른 의료제도를 위해서 의료인, 법조인, 국민 모두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당부했다.

법조계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해 합당한 결정이라 평했다.

한 변호사는 “합당한 결론이라고 본다. 한의사는 진료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의무에 따른 과실 책임을 물은 것이고 의사는 선한 사마리아인으로 계약에 따른 의무가 아닌 호의로 도와주러 간 것”이라며 “의사의 과실이 있었는지 여부도 다퉈졌을 가능성이 있지만 설령 과실이 있더라도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천수 교수는 “예상했던 판결”이라며 “판결문을 봐야 더 정확하게 알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사실관계대로라면 가정의학과 의사에게 책임 없다고 판결이 나는 게 맞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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