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응급실 출입 이전 의료진의 환자 선별 방안 마련할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가 속출하면서 이들이 다녀간 종합병원 응급실들이 줄줄이 패쇄되자 중증 응급환자들의 의료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6일 29번째 확진 환자가 발생한 고려대안암병원은 19일 오전부터 응급실을 재개방했다. 15일 응급실이 패쇄 조치된 지 나흘 만에 정상 가동에 들어간 것이다.

고대안암병원 박종훈 원장은 "응급실을 재개방하자마자 응급환자들이 물밀듯 몰려들었다"며 "환자들 중에는 경북지역에서 온 응급환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40번째 확진 환자가 나온 한양대병원 또한 19일 외래방문이 있었던 호흡기내과뿐만 아니라 응급실까지 패쇄 조치에 들어갔다. 병원에 따르면, 확진 환자는 선별진료소를 통해 검사를 받았지만 선제적 조치로 응급실 패쇄를 결정하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 질병관리본부는 한양대병원에 대응팀을 파견해 환자의 이동 경로와 접촉한 사람들을 파악하고 있다. 한양대병원은 질본의 조사가 마무리되는대로 응급실 개방 시기를 조율할 예정이다.

특히 19일 31번째 환자가 격리되기 전 다녀간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다대오지파대구교회를 중심으로 16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등 하루만에 대구·경북지역에서 18명의 환자가 발생하면서 대구에 있는 경북대병원, 계명대동산병원, 영남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등 대학병원 4곳 응급실이 모두 폐쇄된 상태다. 중증 응급환자가 발생한다면 칠곡 경북대병원이나 대구파티마병원 응급실을 이용해야 한다.

대구시는 "현재로서는 칠곡 경북대병원과 파티마병원 응급실은 이용할 수 있지만 병상이 모자라면 대구시내 종합병원과 일반병원 응급실로 환자를 이송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29번째 코로나19 확진 환자가 방문해 패쇄 조치됐던 고대안암병원 응급실이 19일 오전 재개방됐다.

이처럼 확진 환자 발생에 따른 응급실 패쇄 조치가 이어지자, 치사율이 낮은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중증 응급환자에서 중대한 의료공백이 발생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도 브리핑을 통해 "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 대비 치사율은 낮지만 전염력이 강한 바이러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최근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CCDC)가 2월 11일까지 보고된 총 7만2,314명의 환자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코로나19의 역학적 특성에 따르면, 확진된 환자의 80.9%는 경증이었다. 14%는 폐렴과 호흡곤란을 포함한 중증 환자였으며, 약 5% 환자들은 호흡부전 및 패혈성 쇼크, 다기관 부전과 같은 치명적인 질환을 경험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코로나19 확진 환자에서 발생한 사망 사건은 총 1,023건으로 사망률은 2.3%였다. 다만 80세 이상 노인 환자에서 사망률은 14.8%였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감염된다 해도 중증 상태나 사망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때문에 종합병원과 같이 이 중증의 응급환자들이 찾는 응급실이 이처럼 패쇄 조치에 들어갈 경우, 사망위험이 고위험군 환자들이 제때 제대로 된 처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종합병원 응급실 방역 조치에 이러한 맹점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며 "지금으로서는 종합병원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할 경우, 최대한 빨리 조치해 응급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도 경증의 증상이 있을 경우 바로 종합병원이나 응급실을 찾을 게 아니라 지역에 마련된 적절한 진료소를 방문해야 하며, 병원은 응급실에서 받아야 하는 환자인지 사전에 선별해 위험을 막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도 응급실 의료진이 어떤 환자를 받아야 하는지 분류할 수 있는 자세한 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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