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심장학회,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 TICO 연구에 주목…새로운 1차 평가변수 'NACE' 제시

급성관동맥증후군(ACS) 환자의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후 허혈성 사건 예방을 위해 이뤄지는 표준치료인 이중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 + P2Y12억제제, 이하 DAPT)에서 '아스피린' 조기 중단이 허혈성 사건 예방 및 출혈 감소에 더 효과적이라는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돼 화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계 최초 가상(virtual)으로 개최된 미국심장학회 국제학술대회(ACC20/WCC)에서는 국내 3,056명의 ACS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자 주도 임상시험인 TICO 연구(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양수, 김병극 교수) 결과가 발표됐다.

이는 ACS 환자에서 PCI 시행 후 진행되는 항혈소판 치료에 대해 기존 표준치료 요법인 DAPT와 아스피린을 제외한 티카그렐러 단독요법을 비교 평가한 연구다.

연구진은 초기 3개월까지 DAPT로 치료 받던 전체 환자를 DAPT 유지군와 티카그렐러 단독군으로 나눠 12개월차 NACE(net adverse clinical event; 허혈성 사건과 출혈성 사건의 복합변수) 발생률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12개월차 티카그렐러 단독요법군에서는 NACE 발생률이 3.9%, DAPT 유지군에서는 5.9%로 나타났다. 티카그렐러 단독요법군이 DAPT 유지군 보다 허혈성 사건 및 출혈 발생 위험을 34% 감소시킨 것이다.

또 1차 평가변수에 대한 하위그룹 분석에서 다혈관질환이 아닌 환자군의 위험비는 0.41, 다혈관질환을 가진 환자군의 위험비는 0.86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2차 평가변수인 12개월차 주요 출혈 발생률은 티카그렐러 단독요법군 1.7%, DAPT 유지군 3.0%였다.

TICO 연구 발표 후 미국심장학회는 책임연구자인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양수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연구 배경, 디자인 및 결과에 대해 조명하며, 연구에 대한 높은 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미국심장학회는 30일 TICO 연구의 책임연구자인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장양수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연구 배경, 디자인 및 결과에 대해 조명했다.(*사진 출처: 미국심장학회)

한편, 장양수 교수는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번 TICO 연구결과는 ACS 환자의 치료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양수 교수는 "ACS 환자에서 PCI 시술 후 스텐트 혈전증이나 급성심근경색의 재발 등 허혈성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과 P2Y12억제제 등 두 가지 항혈소판제를 적어도 6개월에서 12개월 동안 사용하는 '이중항혈소판요법'이 표준치료로 사용돼 왔다"며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두 가지 항혈소판제를 사용하는 경우 허혈성 사건 예방은 효과적이나 반대로 출혈의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적인 가이드라인에서는 강력한 P2Y12억제제인 '프라스그렐'이나 '티카그렐러'를 아스피린과 같이 사용토록 했지만, 한국인에서는 이 경우 출혈의 경향이 올라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는 티카그렐러나 프라스그렐의 영향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아스피린을 조기에 중단함으로써 출혈 가능성이 현저히 적어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TICO 연구는 1차 평가변수로 'NACE'를 사용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양수 교수는 "'허혈성 사건 예방'과 '출혈 위험 감소'에 대한 균형을 맞춘 이상적인 치료법을 찾아내기 위해, 허혈성 사건과 출혈성 사건을 모두 고려한 복합변수(사망, 뇌경색, 심근경색, 치료했던 혈관의 재관류 필요 및 출혈 등을 종합)를 고려하게 됐다"고 밝혔다.

TICO 연구에서는 다혈관질환, 여성 등에 대한 하위분석도 시행됐다. 연구 결과 관상동맥의 동맥경화증이 여러 혈관에 있지 않았던, 즉 동맥경화 정도가 심하지 않은 환자에게서 조기에 단일 항혈소판제로 전환할수록 더 많은 이익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장 교수는 "여성에게서도 아스피린의 조기 중단이 더 효과적일 가능성을 보였으나,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장 교수는 "TICO 연구에선 ACS 환자에서 티카그렐로와 같은 강력한 P2Y12억제제를 사용함으로써 허혈성 사건은 그대로 억제하되, 아스피린의 사용기간을 현저히 줄임으로써 출혈을 감소시켰다"며 "이는 ACS로 스텐트 치료를 받은 환자에게 이중항혈소판요법(아스피린과 P2Y12억제제)을 단기간(3개월 정도) 사용 후 아스피린을 중단하는 것이 출혈을 의미있게 감소시킬 수 있는 이상적인 치료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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