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지역의사회 관계자 “대구시의사회 역할 재조명 필요…더 이상 의사 소명감에만 기대선 안돼”
의협 박종혁 대변인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민관 협력 반드시 필요…대구는 모범사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우려가 커지면서 지역의사회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다.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당시, 대구광역시의사회가 자발적으로 의료진을 모집해 의료지원에 참여한 것처럼 해당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대비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A지역의사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있어 가장 큰 역할을 한 곳은 대구시의사회라고 평했다.

이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신천지 등으로 인해 확진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병상이나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현재는 의사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안 나온다. 그 이유는 정부에서 무엇을 했다기 보다 대구시의사회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의사회는)의무감이 있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그런데 대구시의사회는 대구에 있는 의사들을 모아 지원자를 뽑고 일과가 끝난 저녁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있는 병원으로 들어가서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지역의사회나 개원의사회가 인력 지원이나 성금, 지원물품을 보냈을 때 대구시의사회가 이를 조율하며 창구 업무를 했다”면서 “지역 내 커멘드 센터 역할을 복지부나 질본에서 한 게 아니라 대구시의사회에서 했다. 이번 사태에서 대구시의사회가 한 역할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구시의사회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던 이유로 의사회가 가진 인맥과 역량을 꼽았다.

그는 “대구시의사회는 국가랑 관계있는 것도 아니고 의협이 시켜서 움직인 게 아니다”라며 “대구는 지역에 대학병원들이 꽤 많은 편인데 그 사람들이 다 동문으로 엮여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를 지키기 위해 움직인 것이다. 체계가 없어 보일 수 있지만 그게 지금까지 사태를 수습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거꾸로 이야기하면 지역사회 연계가 부족한 곳에서 코로나19 대규모 확산이 발생했다면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라며 “솔직히 내가 있는 의사회도 그렇다. 대구시의사회만큼 역량과 조직을 갖춘 의사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에 그는 다른 지역들이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하고 앞으로 다른 전염병 사태가 터졌을 때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지역의사회 조직을 정비하고 역량을 키우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공중보건의사와 군의관 수는 줄어들 것이고 그러면 공공적인 의료에서 인력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지역사회에서 보건의료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은 지역의사회 밖에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지자체는 지역의사회가 참여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컨택을 해야 한다”면서 “이와 함께 지역의사회들이 조직을 정비할 수 있도록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이를 통해 지역의사회와 지자체가 상황에 따른 단계별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나아가 그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의사들에게 소명감만을 요구하기 보다는 의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간 의사들은 문재인 케어 등으로 공격당하고 이익집단으로 매도됐다”면서 “그럼에도 의사들이 현장으로 달려간 이유는 마지막 남은 소명의식 때문이다. 정부가 좋아서 움직인 게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사들의 소명의식을 더 끌어낼 수 있는 시스템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먼저 의사들에 의료 지원에 참여하다가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대한 보상이 확실해져야 한다. 단순히 의사만 격리시키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폐쇄명령을 내려주고 나중에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에 의사들을 계속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게 좋은 정책이 아니란 걸 알려야 한다”면서 “의사들의 소명의식을 인정해주면서 함께 갈 수 있는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러한 준비 없이 의사들의 소명감에만 기대는 건 도박”이라고 단언했다.

대한의사협회 박종혁 대변인도 본지와 만나 “코로나19 사태가 그나마 이 정도로 유지되는 건 사실 대구시의사회의 공이 가장 크다”면서 “대구시의사회 이성구 회장의 요청으로 단숨에 지역 의사들이 모였고 이들이 환자들을 위해 크게 헌신했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팬데믹 상황으로 접어든 이 때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대구는 이런 부분에 있어 모범사례”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의사회와 지자체가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코로나19긴급대책단 임승관 단장(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도 현 상황을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선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단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병상 자원 관리 등도 지자체가 한다. 지자체와 민간이 협력해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야 한다”면서 “대구에서 일어난 일이 다른 지역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 다만 지자체마다 역량이 같을 수 없기에 역량이 부족한 지자체는 그 지역에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서 상황을 공유하고 작전을 짜고 공부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