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 지지부진한 감염병전문병원 건립 사업 비판

“지금은 영웅이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할 것이다.”

조승연 인천시의료원장은 메르스(MERS) 사태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다시 꺼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지금도 5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인천시의료원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에볼라바이러스, 메르스 등 해외 유입 신종감염병 방역 최전선에 있었다. 에볼라나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입국자가 있으면 인천시의료원에 입원해 감염 여부를 확인해 왔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조 원장은 3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의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감염병) 재난 사태가 발생하면 그냥 노력으로 막는 것 같다”며 ‘열정 페이’에 기대는 감염병 대응체계 문제를 지적했다.

감염병전문병원 부재를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이 추진됐지만 5년 동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인천시의료원 조승연 원장은 3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의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에 출연해 감염병대응체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감염병전문병원은 감염병에 특화된 병원이다. 질병관리본부에서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 5개소 정도가 필요하다고 제안됐지만 이번에 또 못했다”며 “예비타당성조사에서 타당성이 없다고 나왔고 예산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감염병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일반 병원은 기존 다른 환자들을 충실히 진료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게 감염병전문병원의 목표”라며 “대학병원에 감염병 환자가 가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반 환자와 감염병 환자가 한 건물에 섞여서 진료를 받는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도 작게 봤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다.

조 원장은 “코로나19도 지나가면 또 언제 그랬냐고 할 가능성이 크다. 사건 하나로 이뤄졌으면 벌써 이뤄졌다”며 “메르스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등 많은 사람이 인천시의료원을 방문해 해도 따고 별도 따준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받은 보상금은 인건비 지급하기에도 부족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보건의료정책이다. 우리나라는 국가보건의료정책에 공공의료가 없다”며 “국립중앙의료원만 봐도 시설이 열악해 박물관으로 보일 정도다. 국립대병원 10개소도 공공병원의 역할을 하기보다는 수익을 많이 내야 훌륭한 경영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감염병 대응체계는 공공의료의 핵심이다. 하지만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지금까지 감염병전문병원도 설립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의료환경은) 재앙이 될 수 있다. 앞으로도 감염병으로 인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 원장은 지금이라도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원장은 “공공의료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 전체 의료기관의 5% 정도이고 중소병원 수준인 공공병원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최소 20~30% 정도는 공공병원이어야 하고 그래야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감염병 사태가 발생하면 정부가 민간병원에 가서 사정한다. 공공의료 인프라를 확대하지 않으면 힘들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앞으로 10년, 20년 내에 공공병원을 얼마나 짓겠다 등 구체적인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항상 계획만 나오고 실행이 되지 않는다. 계획과 현실이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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