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일산병원, 병원 밖 주차장에 선별진료소·안심진료소 설치
김성우 원장 “공공병원, 유연성 중요”

이태원 클럽發(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늘면서 국내 상황은 제2의 국면을 맞았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도 언제 어디서 코로나19 환자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커졌다. 코로나19와 장기전을 준비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찌감치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했던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도 장기전을 위한 체제 정비를 마쳤다. 임시로 설치했던 선별진료소를 조립식 건물로 재설치하고 호흡기 환자의 동선을 분리한 안심외래진료소도 별도 공간에 마련했다.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일상을 준비한 것이다.

일산병원 김성우 원장은 지난 8일 청년의사 유튜브 채널 K-헬스로그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코로나19와 장기전을 치루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그 노하우를 공유했다.

김 원장은 “메르스(MERS)라는 아픈 기억이 있어서 어느 병원이나 원내 감염은 발생하면 안된다는 강한 신념 같은 게 있다. 우리도 (코로나19 발생 초기) 병원 안으로 의심환자가 들어오지 않게 하는 게 당면 목표였다”며 1월 26일부터 천막형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병원 출입을 통제했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김성우 원장은 지난 8일 ‘코로나 파이터스 라이브’(코파라)에 출연해 코로나19와 장기전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지, 그 노하우를 공유했다.

설 연휴 직후 출입 통제 강화…내원객 전원 ITS 조회
의료장비·소모품 구하러 직원이 발로 뛰어다녀

일산병원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방역체계도 개선해 나갔다. 설 연휴가 끝난 1월 28일부터 병원 출입구를 정문 하나로 통일했으며, 해외 여행력 제공 전용 프로그램인 ITS(International Traveler Information System)를 활용해 모든 내원객의 해외여행 여부를 조회하고 문진표를 작성하도록 했다. 이상이 없는 내원객에게는 팔찌를 착용하도록 했다.

“하루 외래진료 예약이 3,000명이라면 병원을 찾는 내원객은 5,000~6,000명 정도다. 예약 환자와 함께 병원을 찾는 보호자가 있고, 예약 없이 병원을 오는 환자들도 많다. 출입 통제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ITS를 조회하고 문진표에서 이상이 없는 환자에게 팔찌를 채워줘서 병원 내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같이 공부하면서 대응해 왔다.”

일산병원도 환자 치료에 필요한 의료장비와 방호복 등 의료소모품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었다. 김 원장은 “직원이 트럭을 몰고 지방을 오가면서 장비와 소모품을 구해왔다. 환자를 치료하려면 의료장비를 적절하게 구비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전쟁 아닌 전쟁을 치뤘다”고 말했다.

공공병원이면서 국내 유일한 보험자병원이기도 한 일산병원에는 의료진 파견 요청도 많이 들어왔다. 일산병원은 우한 교민 격리시설, 청도 대남병원, 대구의료원, 생활치료센터에 의사 6명, 간호사 15명, 간호조무사 2명, 보건직 직원 5명 등 총 28명을 파견했다.

“의료 인력이 파견을 갔다 오면 2주간 격리해야 하니 병원 입장에서는 타격이 크다. 파견을 다녀온 직원들의 경우 가족들도 있으니 집에서 자가격리를 하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기숙사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고 있던 곳이 있어서 그 곳을 활용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모바일앱(왼쪽)과 키오스크를 이용해 문진표를 작성하는 동시에 ITS를 조회할 수 있다(사진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선별진료소·안심진료소, 별도 공간에 설치
병원 출입 관리, 인력 의존도 낮추고 시스템화

인력 재배치가 필요했다. 또 코로나19를 알면 알수록 쉽게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섰다. 김 원장은 “코로나19 사태가 빨리 종식됐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들도 지치겠지만 병원 직원들은 긴장도가 높아 더 지치고 힘들다”며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최대한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일산병원은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 돌입했다. 우선 선별진료소를 개선했다. 응급실 앞 공터에 대형 천막을 설치해 운영했던 선별진료소를 조립식 건물로 바꿨다. 일산병원은 새로 만든 주차장을 선별진료 장소로 활용했다. 주차장에는 조립식 건물로 지은 선별진료소 6개가 추가로 들어섰으며 의료진 보호장구 탈의실, 검체 검사실, 선별진료소 전용 이동형 화장실과 워크 스루(Walk through) 검사실도 추가했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은 대형 천막으로 설치했던 선별진료소를 조립식 건물로 재설치했다(사진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호흡기질환자와 다른 환자의 동선을 분리해 진료하는 안심외래 ‘SaFE(Safe and Fast of Everybody) 클리닉’도 주차장에 설치했다. 선별진료와 안심외래진료를 병원 밖으로 빼 별도 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SaFE 클리닉은 현재 호흡기내과, 내과, 소아청소년과 진료실이 마련돼 있으며 엑스레이(X-ray) 검사실, 원무 접수실 등 모든 공간에 이동형 음압기를 설치했다.

“주차장에 선별진료소 6개를 설치했는데 부족해서 검체 채취실을 추가로 설치했다. 또 환자가 늘어서 SaFE 클리닉를 오픈하고 내과와 소아과는 병원 밖에서 외래 진료를 보도록 했다. 대기하는 사람들을 위한 화장실도 만들고 워킹 스루 검사실도 설치하다보니 조립식 건물 수가 점점 늘었다. 환자들이 들어가는 공간에는 음압이 걸리고 검사자가 들어가는 복도에는 양압이 걸리도록 했다. 쾌적한 환경에서 환자가 대기하고 의료진이 진료할 수 있도록 SaFE 클리닉을 만들었다.”

인력에 의존하던 병원 출입 관리도 시스템화했다. 모바일 앱이나 키오스크를 이용해 문진표를 작성하도록 했으며 이 과정에서 ITS 조회도 이뤄진다. 이상이 없는 환자가 착용하던 팔찌도 스티커로 바꿨다.

“수작업으로 하던 문진표를 없애고 모바일 앱과 키오스크를 이용하도록 했다. QR 코드를 찍어 모바일 앱으로 문진표를 작성하거나 키오스크를 이용할 때 ITS 조회가 이뤄지도록 했다. 수기로 문진표를 작성할 때보다 단계가 줄어 간단해졌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병원 밖 주차장에 설치한 SaFE 클리닉 모습(사진제공: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19와의 장기전에선 민관협력체계 중요

김 원장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는 민관협력체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 등에 1차와 2차 의료기관에서 의료진을 파견하는 등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또 경기도의료원 산하 파주병원을 비워 중등도 환자들이 입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생활치료센터는 일산병원이 맡아서 관리했다. 명지병원 등 대학병원은 중환자를 맡았다.

“고양시에는 일산병원 외에도 명지병원, 동국대일산병원, 일산백병원, 국립암센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공의료 병상이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기도 한다. 또한 고양시는 민관협력체계가 잘 작동되고 있다. 고양시의사회가 협력하면서 1차 의료기관 의료진도 선별진료소 검사를 도왔다. 1차와 2차 의료기관이 협력하면서 대응한, 모범적인 사례라고 생각한다.”

“더 강한 바이러스 나타나면 현 시스템으론 대응 못해”

김 원장은 공공병원이자 국내 유일한 보험자병원이라는 특성을 살려 코로나19 대응체계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향후 어떤 신종 바이러스가 올지 모른다. 더 강한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났을 때는 현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공공병원도 코로나19와 싸우며 얻은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유연성을 갖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산병원은 보험자병원이기 때문에 새로운 의료정책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원가나 수가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진료의 표준을 만드는 노력도 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생활치료센터 파견 후 관련 매뉴얼을 만들었으며 출국해야 하는 기업인을 위한 건강확인서 발급 절차도 표준화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해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향후 감염병 관리에서 일산병원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련 자료를 축적해 의료계와 정책에 도움을 주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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