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 완벽히 차단하면서도 중증 혈액질환 환자 정상 진료
코로나19 시기에도 이전과 비슷한 진료 건수 유지…영국혈액학회지서 주목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속 서울성모병원의 중증혈액질환 대책을 담은 연구결과가 세계적 권위를 지닌 국제학술지 '영국혈액학회지(British Journal of Haematology)' 지난 18일자에 실렸다. 국내 첫 사례로 코로나19 유행시기에도 혈액병원 진료를 정상적으로 시행한 점이 주목을 받으며 최종 게재 승인을 받았다.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장 김동욱 교수, 감염관리실장 이동건 교수, 감염내과 조성연 교수,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

논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에 빠진 상황에서도 면역기능이 고도로 저하되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한 혈액질환 환자들을 완벽하게 보호하면서 항암요법, 면역억제요법,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정상적인 진료를 제공한 병원의 코로나19 대응전략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국내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며 위기감이 고조되자 국내외 주요 대학병원들은 불요 불급한 진료를 최소화하기 위한 초진환자 진료와 수술 제한, 역학적 위험지역 환자 비대면 진료 등 고강도 병원 내 확산 억제 정책을 취해 왔다. 감염에 취약한 백혈병 등 중증혈액질환 입원 환자가 많은 서울성모병원도 비상에 빠졌다.

코로나19 위기가 최고조에 달한 3~4월 유럽조혈모세포이식학회는 혈액암의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이식이 급하지 않다면 가능한 연기를 권고하는 지침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내 상당수 병원들도 항암요법과 조혈모세포이식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중증 혈액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당장 치료가 중단되거나 연기될 경우 돌이킬 수 없이 질병이 악화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병원은 약 1만5,000명의 각종 혈액질환 환자를 관리하며 매달 9,000명 이상의 외래 환자 진료와 50건 이상의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병원은 환자 진료를 축소하는 대신 선제적인 코로나19 차단 전략을 수립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코로나19 대응 전략은 ▲문진표를 사용한 선제적 환자 분류 ▲환자 분류에 따른 이동동선 분리 ▲한시적 대체 진료(선별진료소, 안심진료소, 비대면 진료 등) 활성화 및 선별 진료소를 본관과 분리해 설치/개설 ▲코로나19 확진/의심 환자 병동 시설 확충 ▲혈액병원 안심진료소 별도 운영 등이다. 특히 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독립된 공조를 가지는 한 층 전체를 비우고 병동을 세부 분리해 중증 환자뿐 아니라 폐렴 또는 역학적 요인이 있는 환자들을 별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일에는 인도 뉴델리에서 급성백혈병 진단을 받은 A(5)양이 치료를 위해 서울성모병원을 찾기도 했다. 코로나19 속에서도 7,000km를 날아 한국에 온 A양은 도착 즉시 병원으로 이송돼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후 현재 무균병동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원내 코로나19의 발생이나 확산없이 한시적 대체 진료한 혈액병원 환자들은 지난 3월 기준 749건이었다. 3월 신규 환자 수는 다소 감소했으나 외래 환자수, 재원환자수는 코로나19 위기 이전과 비슷했다. 조혈모세포이식 건수도 동일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조성연 교수(공동 제1저자), 혈액내과 박성수 교수(공동 제1저자), 감염관리실장 이동건 교수(감염내과, 공동 교신저자), 혈액병원장 김동욱 교수(혈액내과, 공동 교신저자) 연구팀은 "전세계적인 코로나19의 대유행 속에 서울성모병원은 진료를 제한하기보다 별도의 혈액병원 안심진료소 운영 등 적극적인 대응전략을 수립해 대처한 것이 혈액질환 환자의 진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동욱 혈액병원장은 "이번 논문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로 정상적인 진료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는 전세계 의사와 환자들에게 참고가 되어 중증혈액질환 환자의 진료가 차질없이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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