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김동석 회장 “원격진료 도입 세력, 국민 건강권 해치는 파렴치…일방적 추진 안돼”
“삼성화재 ‘비급여 주사제 적정 치료 협조 요청’ 공문, 부당"…본사 차원 사과 및 재발 방지 촉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진료 활성화를 추진하자 개원가에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지난 24일 스위스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제25차 춘계연수교육 학술세미나 기자간담회’에서 “진료는 대면진료가 원칙이며 우리나라처럼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국가에서는 비대면진료가 필요 없다”면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의사들이 이렇게 힘들게 전염병과 싸우고 있고, 아직도 위험한 상황임에도 일부에서 전화진료,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발을 하고 있다”면서 “위기의 상황에서 이뤄진 전화진료를 일반화 해 평소에도 하자고 주장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전시의 진료는 평상시와는 전혀 다르며 상황에 따른 변칙 진료가 허용됐던 것”이라며 “이런 특수상황의 진료행태인 전화진료, 원격의료를 급하게 도입해야 한다고 밀어붙이는 세력은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는데 앞장서고 있는 파렴치”라고 성토했다.

김 회장은 또 의료접근성이 뛰어난 우리나라에서 원격진료가 필요한 경우는 도서벽지나 원양어선 등처럼 극히 제한적이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원격진료가 도입되면 국민 건강권 보장과 고용 창출 측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은 “(원격진료는)조제약에 대한 복약지도나 증상에 따른 약의 추가나 용량 증감을 할 수 없어 치료 방해를 유발한다”면서 “나아가 원격의료 도입이 대기업에 해택을 줄 수 있고, 간호사‧간호조무사 등 의료기관의 직원을 대체하는 등 인력 감소를 유발하는 반 노동정책이다. 약국도 인력 감소와 결국에는 택배 약 배송으로 인해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개협 좌훈정 기획부회장은 원격진료의 안전성 및 유효성 문제를 지적하며 실제 본인이 겪은 사례를 설명하기도 했다.

좌 부회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환자들에게 전화를 많이 받았는데 대부분 다 (의료기관으로)오라고 했다”면서 “그런데 전화로 설명한 내용과 진단이 다른 경우가 많았다. 감기 증상을 이야기했는데 실제로는 장염이나 통풍인 환자도 있었다. 또 내가 볼 환자가 아니어서 선별진료소로 보낸 환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원격진료를 도입하기 보다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을 통해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박국진 회장은 “이비인후과가 호흡기 질환 최전선에 있는 과이다 보니 자가격리도 가장 많이 당했다”면서 “더욱이 (확진자)동선 노출로 이차적인 낙인효과가 생겨겨 큰 피해를 입었다. 자연스레 진료가 위축이 됐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이비인후과 의사 입장에서 무차별적인 자가격리와 확진자 동선 노출 제한 정도의 배려만 해줘도 부담 없이 진료를 할 수 있다”면서 “나아가 손실부담까지 해주면 우리가 더 나설 수 있는데 아무 것도 없다. 피해자가 가해자처럼 모든 것을 다 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비대면진료로 전환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동석 회장도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대한 즉각적인 보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각종 보상 대책이 연일 발표되고 있지만 의사나 의료진에 대한 확실한 지원책은 명쾌하게 발표되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는 진료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감염위험, 의사와 의료진의 자가 겨리나 폐업 등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유지 및 병원 유지를 위한 경영 지원책, 세제해택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한다. 의료기관에 대한 확실한 지원책이 적극적으로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게 되고 그것이 국민 건강권 보호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개협은 삼성화재 일부 지부에서 의료기관들에 보낸 ‘비급여 주사제 적정 치료 협조 요청’ 공문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대개협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의료기관에 보낸 공문을 통해 “환자의 실손보험금 지급 심사 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의 효능효과를 기준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며 "처방된 주사제가 식약처의 허가사항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치료 목적이라는 소견서만으로는 고객에게 실손의료비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수 있다”고 통보했다.

이에 대해 대개협은 실손보험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료기관에 이러한 내용의 공문을 보낸 건 잘못이라고 비판했다.

김동석 회장은 “우리나라의 의료기관들은 의료법에 의해 보건복지부의 지도 감독을 받고 건강보험법에 따라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소위 실손보험에 대해서는 어떠한 법률적 구속도 받고 있지 않다. 삼성화재는 보험 계약을 체결한 가입자에 대해서 계약의 권리와 책임을 다툴 뿐이지, 제3자인 의료기관들에게 권리 책임 관계를 요구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과 의료진은 의학적 판단에 따라 환자를 진료하고 그 진료비를 청구할 뿐”이라며 “환자가 진료비를 다시 자신이 계약한 보험사에 청구하는 건 의료기관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따라서 삼성화재의 몇몇 지부들이 환자들이 보험금 수령을 위해 제출한 영수증이나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에서 취득한 의료기관의 정보를 이용해 공문을 보내는 매우 부당한 일”이라고 성토했다.

또 “만약 삼성화재에서 의료기관들을 겁박할 목적이 아니라, 안내 또는 홍보를 위해서 그러한 공문을 시행했다고 해도 이는 의료기관과 의사의 소신 진료에 저해가 되는 일”이라며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시행하는 비급여 진료행위는 건강보험 재정의 문제로 인해 급여 적용이 되지 않았을 뿐이지, 의학적 타당성을 갖췄기에 의료기술로 인정돼 시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개협은 삼성화재 본사 차원의 공식적인 사과와 더불어 해당 공문을 보낸 삼성화재 지부 책임자들의 문책과 차후 재발 방지 조치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국가적인 방역 위기를 맞아 대통령 이하 온 국민들이 의료진의 노고에 감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이렇게 무례하고 불법적인 공문으로 의사들을 모욕하고 사기를 꺾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이는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이라고 불리는 삼성의 위상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