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순환기학회 “임상적 근거 부족…‘단일리드로 허혈성 심장질환 진단’ 어불성설”
내과의사회 “법률 검토 필요함에도 전문가 자문회의만 거치며 일사천리로 급여 인정”

정부가 스마트워치 심전도 측정을 신의료기술 평가도 거치지 않고 의료행위로 인정하자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대한임상순환기학회는 25일 성명을 통해 휴이노(Huinno)사의 ‘메모워치’ 건강보험 진입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메모워치 심전도 측정을 기존 건강보험 급여대상인 ‘일상생활에서의 간헐적 심전도 감시’(항목코드: E6546)와 동일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임상순환기학회는 메모워치의 임상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임상순환기학회는 “특정 약이나 진단기술, 혹은 치료 행위가 건강보험 급여행위로 인정받으려면 임상연구가 근거가 돼야 함은 논쟁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본 사안의 손목시계형 심전도 감시 장치라면 이 기기를 통해 임상시험을 시행한 연구 논문들을 토대로 급여행위 인정 여부를 판단해야 하나 현재로서는 이러한 근거가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또 “‘환자에게 위험성이 없는 진단기기이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주장할 수 있겠으나 이는 심장질환의 진단의 중요성을 간과한 주장”이라며 “좋지 않은 심전도 검사 결과와 잘못된 심방세동 또는 빈맥 신호로 잘못된 진단이 내려진다면 불필요한 진료로 이어져 환자에게 경제적, 신체적 위해를 가할 수 있으며 위음성의 경우 중요한 치료의 기회를 놓치게 돼 국민 건강에 해악을 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해당 장치의 적용대상에 부정맥 뿐 아니라 ‘허혈성 심장질환의 진단과 치료효과 판정’이 포함됐는데 이 또한 심각한 문제라는 게 임상순환기학회의 지적이다.

임상순환기학회는 “이 기기가 일부 부정맥의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개연성은 있으나 허혈성 심장질환을 단일 리드만 기록하는 심전도 감시장치로 진단하고 치료 효과를 판정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면서 “12리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일반 심전도로도 진단이 쉽지 않은 게 허혈성 심장질환인데 단일리드로 허혈성 심장질환을 진단 할 수 있다고 하는 건 어불성설이자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절차상의 문제 또한 심각하다”면서 “최초의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라는 중요한 사안을 결정함에 있어 대한심장학회나 대한부정맥학회 등 유관학회와 충분한 토론이나 협의를 거치지 않고 심평원 독단으로 급여 적용 결정을 내렸으며 그 결과 임상연구의 근거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심장질환의 중요한 진단기기가 의료현장에서 섣불리 사용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성토했다.

임상순환기학회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바일 의료용 앱 안전관리 지침을 개정하면서 모바일 의료앱과 웨어러블 의료기기의 허가가 매우 용이해졌다”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하는 차원에서는 바람직한 방향일 수 있겠지만 실제 이를 의료 현장에서 적용할 때 충분한 검토와 학문적 근거 없이 섣불리 적용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의 낭비는 물론, 국민 건강에도 위해를 줄 수 있기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도 메모워치의 급여행위 인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내과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현재 행해지고 있는 비대면 의료행위는 코로나19 심각단계 기간에 한해 만성질환자의 의료기관 방문에 따른 2차 감염을 막고 의료기관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의료계에서 대승적인 차원에서 협조해 시행되고 있는 한시적인 의료행위”라며 “이에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거나 적어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비대면 의료행위는 중단하고 즉각 대면진료로 전환되는 것이 맞는 이치”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정부는 코로나19 사태를 틈타 비대면 의료행위를 더욱 조장하고 있다”면서 “비대면 의료행위로 인해 오진이나 진단이 늦어져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이로 인한 의료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져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대면 진료행위인 휴이노사의 심전도 감시 장치에 대한 급여행위 인정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피력했다.

내과의사회는 또 메모워치 보험급여 적용 결정의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내과의사회는 “신의료기술 평가 과정은 심평원에서 검토 후 한국보건의료원의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로 이관되면 250일 이내의 심사기간이 법적으로 규정돼 있으며, 이 기간 동안 관련 학회 및 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회의를 통해서 결정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번 사안은 이런 절차를 생략하고 전문가 자문회의 만을 거쳐 기존 기술과 다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급여 행위로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해당 기술은 아직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안 된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최초의 것이라서 기술 자체뿐이 아니라 의료법 등의 법률적인 문제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약식 형태의 전문가 자문회의만을 거치며 일사천리로 급여행위로 인정됐다”면서 “본 의사회는 이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며, 이번 결정을 즉시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