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쇄신이냐 해체냐' 시리즈①…구조조정에 이어 해체 압박 받는 공단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국준모’. 이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대표카페’ 중의 하나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줄임말이다. 4만5,000여 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2009년 카페 개설 이후 278만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가 많다.

취업 준비생들이 공단을 선호하는 이유는 뭘까.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성, 전국에 지사가 있어 지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근무가 편리한 점, 업무 대비 높은 보수와 다양한 복지혜택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인기만큼 국준모에서는 다양한 이들이 활동하고 있다. 고등학생이나 대학생 등의 취업 준비생은 물론 주부,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재취업과 이직을 꿈꾸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주로 공단 입시를 위한 최신 정보와 스펙 평가, 면접 노하우, 시험교재 및 동영상 강의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카페지기에 따르면 이들은 공단 입사를 위해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4년 이상 준비를 하는데, 연 평균 293명 모집에 지원자 수가 수만 명에 달해 ‘270대 1’이라는 경쟁률을 기록한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합격한 이들 중에는 SKY 출신, 토익 고득점자, 정보처리기사·통역사 등 각종 자격증 보유자, 어학연수·봉사활동 등 대외활동 경험자, 간호사 등 보건의료계 종사자 등 뛰어난 스펙을 소유한 이들도 많다고 한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심평원 직원들조차 대거 공단으로 이직하는 일이 있었다. 공단이 지난해 상반기 채용에서 건강직 3급과 6급 갑 등 간호사 65명을 모집한다고 하자 심평원 직원 20여 명이 지원, 이중 10여 명이 최종 합격한 것이다.

당시 심평원 관계자는 “심사직 대부분이 간호사 출신 여성으로 원주 이전에 따른 고민이 많은데, 공단은 전국 지사로 근무지를 변경할 수 있다는 점이 영향을 준 것 같다”면서 “직급도 심평원보다 올려줘 급여 대비 만족도가 높다고들 하더라”라고 전했다.

국준모 회원 A씨는 “공단이 정년까지 무난하게 일할 수 있다고도 하고 몇 년만 근무하면 연고지 발령도 쉽게 난다고 들었다”면서 “안정적이고 돈도 꽤 버는 곳이라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공단은 취업준비생은 물론 비슷한 업무의 종사자들 중에서도 이미 ‘꿈의 직장’이 된 지 오래다. 그렇다면 공단이 이처럼 꿈의 직장인 이유는 뭘까.

공단은 국민의 질병·부상에 대한 예방·진단·치료·재활과 출산·사망 및 건강증진에 대해 보험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보건을 향상시키고 사회보장을 증진함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공익법인이다. 국민건강보험법 등에 규정된 사업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설립됐다.

업무는 크게 ‘건강보험’과 ‘장기요양’ 사업으로 나뉘며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자격관리 ▲보험료 기타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한 징수금의 부과·징수 ▲보험급여비용의 지급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건강의 유지·증진을 위해 필요한 예방사업 ▲자산의 관리·운영 및 증식사업 ▲의료시설의 운영 ▲장기요양보험가입자 및 그 피부양자와 의료급여수급권자의 자격관리 ▲장기요양보험료 등의 부과·징수 ▲장기요양급여의 관리 및 평가 ▲수급자에 대한 정보제공·안내·상담 등 장기요양급여 관련 이용지원에 관한 사항 등이다.

이를 위해 공단은 현재 본부의 경우 19실 74부, 서울지역본부 등 6개 지역본부와 178개 지사를 갖고 있다. 올해 6월말 현재 공단 일산병원을 제외한 지사 등에 근무하는 인력은 총 1만 2,677명이며, 이들에게 한해 지급되는 인건비 등 관리운영비만 9,249억여원(2014년)에 달한다.

공단은 2000년 통합당시 정원이 1만5,653명이었다. 통합공단이 출범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원이 줄지 않자 끊임없이 구조조정 압박을 받아왔으며, 공단은 단계적으로 2007년까지 1만334명까지 인원을 감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단은 2008년 장기요양보험 업무를 새롭게 맡게 되면서 건강보험 업무 인력 1,460명을 장기요양보험 업무 인력으로 재배치하고, 1,000명의 신규인력을 채용하면서 다시 정원을 1만1,370명으로 늘렸다.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보건복지부가 대폭적인 약가인하 정책과 수가인하 정책을 단행하던 2010년에도 공단은 오히려 900명 가까이 인력을 충원했다. 더욱이 공단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인 국준모에는 최근 공단이 앞으로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한다는 정보가 게재돼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꿈의 직장’에 쏟아지는 구조조정 요구

하지만 의료계 일각에서는 공단이 하는 일에 비해 인원이 너무 많아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을 입히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단 본부를 비롯해 6개 지역본부, 178개의 지사에 총 1만2,677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비해 본연의 업무인 보험료 징수는 물론 체납관리, 부당요금 환수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12년 감사원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비용 관리실태 감사결과’에 따르면 공단은 지난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보험료 장기 체납자 222만 명에 대해 단 한 차례도 급여제한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보법에 따르면 공단은 보험료 체납횟수가 6회 이상이면 급여제한 통지를 하고 통지일로부터 완납 때까지 보험급여를 제한할 수 있다. 급여제한 기간 중 보험급여를 받을 경우 해당비용은 부당이득금으로 환수해야 한다. 이는 장기 체납자의 부당한 급여이용을 막고 건보재정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공단은 ‘매달’ 이를 통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공단은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 10년 동안 그나마 급여제한 통지를 한 경우도 8회에 불과했다. 통지 간격 또한 매달이 아닌 6개월에서 길게는 3년 2개월로 비정기적이었다. 즉, 그간 공단은 건보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기본 업무조차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공단 본연의 업무인 건강보험료 징수 업무 또한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공단에 따르면 건보 체납액은 지난 2012년 2조1,566억원에서 이듬해 2조3,718억원으로 2,152억원이 늘었다. 올해 6월 기준으로는 체납액이 총 2조3,992억원에 이른다. 이처럼 체납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고소득자인 체납자의 보험료 징수와 압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건보재정이 줄줄이 새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의원협회 한 관계자는 “보험료 체납액은 매년 꾸준히 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징수업무나 압류조치가 부실해 사후관리의 허점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공단 자체적으로 결손처리를 해 재정낭비를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부당청구 환수 노력도 게을리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사무장병원으로 적발돼 환수조치가 이뤄진 보험급여비는 총 4,668억원이다. 하지만 6월말 현재 실제 환수가 된 금액은 전체 8%인 374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사무장병원이 근절되지 않는 근본적 이유가 환수조치 미흡이라고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은 이와 관련 “사무장병원 적발건수와 금액이 매년 급증하고 있는데도 미징수금액 비율이 92%로 오히려 상승하는 등 개선되지 않고 있다”면서 “사무장병원은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저하뿐만 아니라 공단 재정누수를 발생시키는 만큼 사전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구권 이관에만 눈독 들이는 공단

하지만 공단은 오히려 사무장병원, 산재 및 자보환자의 건보진료, 부당청구 등으로 인한 건보재정 누수를 막으려면 심사·청구를 공단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단은 요양기관이 진료비 청구를 진료비 지급 책임이 있는 보험자에게 직접 해야 진료비 심사·지급·사후관리가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심평원에 청구하도록 돼 있어 공단이 불필요한 사후관리를 하는 행정적 낭비가 초래되고 있다는 것.

진료비 청구를 공단으로 하면 사전관리 후 전산심사(91.6%)를 제외한 전문심사(8.4%)만 심평원에 의뢰해 진료비 지급 지연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진료비 전 지급과정을 공단이 총괄하면 사후관리도 연계돼 사무장병원이나 무자격자의 건보 진료도 예방할 수 있어 연간 2조원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다.

공단은 또 해마다 끊이지 않는 보험료 관련 민원 역시 직장·지역가입자로 이원화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때문이라며,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 부과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단 한 관계자는 “보험료와 관련된 대부분의 민원들은 건보료 부과체계의 모순으로 인한 것”이라며 “소득 중심의 부과체계 개편이 선행된다면 형평성 있는 건보료 책정과 건보 수입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이의신청 결정건수 총 3,034건 중에서 보험료 관련 민원이 1,809건으로 전체 59.6%에 달했다. 이어 보험급여가 634건(20.9%), 자격 500건(16.5%), 요양급여비용 91건(3.0%) 순이었다.

민원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주로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 자동차 등 생활수준을 평가해 보험료를 부과해 실질 소득보다 더 많은 보험료가 책정되기 때문이라는 게 공단측 설명이다.

하지만 의료계에서는 공단이 심평원의 청구권을 가져갈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기반한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청구를 공단에 해야 재정누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논리의 오류”라면서 “사무장병원은 검찰조사에서나 발견되는데, 공단은 마치 심평원이 일을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는 식으로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평원에 자료를 더 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그동안 재정절감을 위한 공단의 노력이 미흡했는데, 다시 청구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심사는 중립적이어야 하며 재정논리에 흔들려서는 안 되는 만큼 심평원의 청구권 이관은 공보험과 의료계의 계약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들쑥날쑥 건보재정, 피해는 요양기관이?

공단이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안정적인 재정관리를 못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급격한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에 따른 질병구조 변화로 인해 국민의료비는 2001년 33조원에서 2011년에는 91조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때문에 건강보험의 재정관리가 시급하지만 건보재정은 수년간 흑자(2008년, 2011년)와 적자(2009년, 2010년)를 반복하며 불안정하다.

또 정부가 매년 건강보험 국고지원금을 적게 지급하고 있는데도 이를 정상화할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정부가 지급하지 않은 국고지원금은 총 6조5,232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미지급금에 대한 정산규정이 없는 상태로 해마다 미지급사태는 반복되고 있다.

의원협회 관계자는 이와 관련 “공단이 국고 미지원 금액에 대해 보험자로서 정부에 이의제기를 해 건보재정 안정에 노력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혀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등 지출액은 늘어가는 데도 수입자체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건보재정 불안정은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공단은 요양기관과 이듬해 수가인상률을 두고 협상을 진행한다. 지난해부터는 기존 10월말에서 5월말로 시기를 앞당겨 수가협상을 하고 있지만 인상률은 여전히 제자리다. 유형별 수가협상이 시작된 지난 2008년 이후 연평균 인상률은 2.1%로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 평균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건보재정이 흑자로 돌아섰음에도 수가인상폭은 변동이 없다. 흑자라고 해도 건보재정이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이며 재정적립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공단의 설명이었다. 결국 의료계에서는 적정수가를 지급받지 못해 경영악화 등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공단의 건보 수입·지출관리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건보체계가 개선된들 상황이 나아지기는커녕 더 악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가 건강검진 사업, 여전히 외면

건강보험 관련 업무 이외 가입자 및 피부양자의 건강 유지·증진을 위해 실시하고 있는 국가 건강검진 사업의 내실화 부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공단은 일반건강검진, 생애전환기건강검진, 암검진, 영·유아건강검진 등과 의료급여수급자를 대상으로 하는 검진위탁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수검률이 개선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공단의 건강검진 실태를 살펴보면 일반건강검진의 1차 수검률은 2011년 기준으로 72.6%인데 비해 2차에서는 35.5%로 크게 떨어지고 있었다. 영·유아 건강검진 수검률도 53.8%에 그치고 있다.

공단이 매년 건강검진 사업에 8,978억원(2011년)을 투입하고 있지만 수검률이 낮고, 부당청구관리 등 사후관리도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공단이 최근 공개한 연도별 부당청구 검진비용 환수결정 현황을 보면 지난해 968개소에서 18억여원 상당의 부당청구 사실이 확인됐다. 개인적으로 받은 일반검진을 공단 검진비용으로 또다시 청구하거나 인력, 시설, 장비 등 검진기준을 위반하거나, 출장검진의사 1인당 수검자 100명 실시기준을 위반한 경우 등이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단은 행정처분 기준이 미비해 관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

공단, 쇄신을 외치다

곳곳에서 업무 태만 등의 지적이 잇따르자 공단도 위기를 감지한 듯 지난 2012년 1월 국민건강보험공단 쇄신위원회까지 만들어 건강보험 체계를 바꾸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쇄신위원회는 6개월 만에 ‘실천적건강복지플랜’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지속가능한 보장성 강화 ▲소득중심의 보험료 부과체계 단일화 ▲노인장기요양보험 보완 개선 ▲평생 맞춤형 통합 건강서비스 제공 등을 내놓았으며, ▲급여결정 구조 및 진료비 청구·심사지급체계 합리화 방안도 도출해냈다.

이어 공단은 ‘국민건강보험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필두로 ▲경영합리화 ▲재정누수클린업 ▲흡연피해구제 ▲부과체계 개선 ▲맞춤형예방 서비스 등 7개 세부 추진단을 구성해 보고서 내용을 현실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공단이 쇄신을 위해서는 심평원의 진료비 청구심사권을 공단으로 이관해 보험자가 진료비 청구부터 지급까지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사무장병원 척결을 위해서는 현지확인권 부여 등이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의료계에서는 쇄신이라는 구호를 외쳐가면서 세를 확장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채 체계만 바꾼다 한들 공단의 몸집 키우기에 불과하며, 더 큰 재정낭비와 건보제도의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의협 한 관계자는 “공단이 불합리한 건보체계를 바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공단 내부의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공단이 직원들의 업무태만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제도가 바뀌어봤자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쇄신이 아니라 공단을 아예 해체하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단 업무의 상당수가 타 기관에 위탁이 가능한 만큼 몸집을 줄이고 내실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공단이 현재 하고 있는 보험료 징수업무는 소득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국세청이 맡고, 건강증진사업이나 가입자 관리 등은 주민센터(동사무소)에 이관하면 된다”면서 “대신 노인장기요양보험공단을 별도로 독립시켜 집중적으로 관리해 건강보험과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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