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화의 심평통신

2015년도에 진료가 행해진 4대 암질환(대장암, 유방암, 폐암, 위암)에 대한 요양급여적정성평가가 한창 마무리 중이다. 의료평가조정위원회(이하 의평조)의 심의가 종료되지 않은 평가에 대헤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평가일정을 고려하면 더 늦기 전에 꼭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양기화 상근평가위원

가장 먼저 시작한 대장암평가는 5차, 유방암평가는 4차, 폐암평가는 3차, 그리고 위암평가는 2차 평가가 끝나고 있다. 2014년 진료분에 대한 평가가 종료되었을 때, 대장암평가를 제외한 나머지 암평가의 전체평균이 95점을 상회하였으니, 금년에는 더 높은 결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결과를 두고 최근 열린 의평조에서는 암평가를 계속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심지어는 같은 방식으로 평가를 계속하겠다고 한다면 차기 평가를 승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까지도 있었다.

이미 2014년 평가를 진행하면서 충족률이 높고 변별력이 없는 지표들을 제외하고, 암진료의 수준을 제고할 수 있는 새로운 평가지표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아 관련 학회에 검토를 당부한 바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학회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시기를 놓치고 말았던 것이다. 평가지표 유지여부를 두고 학회 간에 합의가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새로운 평가지표가 도입됨에 따라 종합점수가 대폭 하향 조정되는 것이 부담스러운 분위기였다.

사실 평가실 내부에서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했다. 평가항목 및 평가지표의 성과달성 기준을 설정하고, 달성수준에 따라서 존폐를 결정하는 ‘평가항목 생애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2016년 처음 적용하게 된 것이다. 방안에 따르면, 먼저 평가항목을 구성하는 평가지표의 핵심지표를 선정하고, 핵심지표의 성과목표치 달성여부를 측정하는 정량평가를 시행하고, 정량평가를 바탕으로 관리유형 결정을 위한 전문가 합의를 도출하는 정성평가를 시행하며, 마지막 단계로는 평가지속, 종료, 모니터링 전환 등 관리유형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암평가의 경우 19개에서 22개에 이르는 평가지표를 운용하고 있어 평가를 받는 요양기관의 부담이 크므로 평가지표를 축소하여 운용하자는 제안은 일찍부터 있었다. 문제는 적지 않은 평가지표들이 충족률이 높고 변별력이 없어 종료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가지표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현재의 평가결과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즉 새로운 평가지표의 도입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평가가 기록률과 진료기준의 부합률 중심의 과정지표 중심이었다고 한다면 똑 부러지는 결과지표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하겠다. 예를 들면 1차 평가의 대상이 되었던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이 좋은 지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물론 제외조건을 정교하게 보완하고, 중증도 보정모형이 구축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5차 평가가 종료되는 대장암평가와 4차 평가가 종료되는 유방암평가의 경우는 금년 중으로 새로운 평가 틀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다만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이루어지는 암진료가 평가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평가방식의 변화는 10월 31일까지는 예고가 되어야 하는 제약이 있다. 평가지표를 축소하여 적용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므로 2018년 진료분에 바로 적용이 가능할 것이나 새로운 지표의 경우는 검증기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효과분석을 위한 비교 값이 필요할 수 있기 때문에 2018년 진료분에 대하여 모니터링지표로 운용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암진료의 수준을 대표할 수 있는 좋은 결과지표가 제안된다면 현행 18~22개나 되는 평가지표들을 관리하는 부담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담아서 관련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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