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오주환 교수 “1~2차 기관 신사협정 맺으면 서비스 제공량 적어지고 이익 늘 것”

지역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지역 의료비를 지불한 후 의료서비스 제공과 예산 분배는 지역 내 의료기관에 맡기는 것으로 지불제도를 개편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질환’ 단위로 지불하는 DRG를 ‘지역사회에서 제공되는 모든 의료’로 확대한 개념인데, 이를 활용할 경우 의료기관 간 역할 분담이 명확해지고 의료서비스 공급과 이용 과정의 불확실성과 혼란이 감소한다는 것이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의 주장이다.

서울의대 오주환 교수는 26일 원주에서 열린 한국보건행정학회 전기 학술대회에서 ‘건강보험 지불제도 개편 방안과 공단의 역할’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오 교수는 “한 지역에서 입원, 외래를 하나로 묶어 지역 예산을 받고 (해당 지역 의료기관이 의료서비스를) 분업하고 예산을 나누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며 “이미 캐나다 등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으며 영국에서는 80년대 대처정권에서 1차의료 강화를 위해 시행한 바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는 공급자의 역할분담을 스스로 향상시킬 수 있는 구조다. 이런 모델을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도 고민할 때가 왔다”며 “최근 정치적 환경이 변하면서 기회가 왔다”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자율성이 향상된 상황에서 공급자가 자기 역할을 잘하면서 공급자 이익은 물론 환자의 이익까지 같이 생각하면 사회적 효율성도 동시에 이룰 수 있다. 공급자와 보험자가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목표를 같이 이루는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이같은 지불제도를 도입하면 지역 내 의료전달체계 구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오 교수는 “지역 내 1, 2차 의료기관이 신사협정을 맺으면 서비스제공량은 적어지면서 이익은 양 쪽 모두에 극대화 된다. (의료서비스 제공의) 마지노선도 정하고 동료평가도 스스로 하게 될 것”이라며 “지역사회 단위가 도 단위로 커지면 1, 2차의료기관은 물론 3차의료기관까지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같은 지불제도 도입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적극적인 역할도 주문했다.

오 교수는 “공단이 새로운 지불보상제도 실험을 체계적으로 진행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참여자 모집, 평가방식과 자료체계 확보, 시범사업 참여 지역에 실험적 지불제도 운영, 과학적 평가와 결과 공유, 시범사업 지역 확대 및 궁극적인 전국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를 위해 ▲TF 구성 ▲시범사업 설계 및 참여자 모집(1~2년) ▲시범사업 진행(1~3년) ▲시범사업 통해 전국적인 지불제도 변화 도입 ▲사회적 공감대 형성 등의 로드맵을 제안했다.

아이디어는 좋지만 현실적으로 우려가 큰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포괄수가실 이충섭 실장은 오 교수의 주장에 대해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응집된 결론을 도출하고 실행해야 하는데, 솔직히 걱정도 된다”며 “이해당사자가 어떤 대표성과 권한을 가진 집단인지 알기 어렵다. 또한 지불제도 개편과 관련해 예전부터 굉장히 많은 위원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논의됐고 의사결정이 있었지만 한번도 흔쾌히 혼연일체가 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의료서비스가 지금처럼 박리다매 형태로 제공되는 상황에서는 지불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하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 실장은 “우리 의료구조가 박리다매다. 역으로 이야기 하면 (의료서비스) 단가가 높지 않고 고품격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라며 "이러한 구조를 놓고 Bundling 등 지불제도 개편을 이야기하는 게 맞는지 전제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실장은 “우리나라처럼 가격이 통제된 억압구조에 대한 불만족을 전제로 시작하면 형태를 바꾼다고 해서 해법이 될 것 같지 않다”며 “(지불제도 개편) 합의에 이르기 위한 객관적인 데이터도 없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정통령 과장은 가입자와 공급자가 함께 지불 수준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과장은 “제도 개선은 목표를 명확하게 하고 방법은 전략적이고 섬세하게 만들어야 한다. 최근 공급자 입장에서도 Bundle payment에 대한 거부감이 줄어들 고 있다고 본다. 결국 가입자와 공급자가 지불 수준에 대해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가입자와 공급자가 생각하는 적정한 지불 수준을 가지고 성공의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Bundle payment에 대한) 인식이 확산돼 나간다면 좀 더 쉽게 제도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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