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양기화와 함께 가는 인문학여행 - 아프리카

언제 잠들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알람이 울릴 때까지 푹 잤다. 비행기를 탄 시간만 21시간, 공항에서 대기한 시간이 8시간, 도합 29시간 만에 도착한 나이로비공항에서 다시 이동하고, 저녁을 먹고 그리고 사파리 캣츠쇼를 보느라 7시간을 보내는 중에 비행기 안에서 겨우 몇 시간 토막잠을 잔 것이 전부였기 때문일 것이다. 잠에서 깨자 묘한 소리를 다시 들었다. 전날 밤 잠들기를 훼방하던 소리인데 소쩍새 같은 밤새가 우는 소리였나 보다. 뷔페식으로 아침을 먹고는 고즈넉한 정원 분위기가 기가 막힌 사파리파크 호텔과 아쉬운 작별을 한다. 탄자니아와의 국경도시 나망가까지는 세시간반 정도 그리고 입국수속하는데 한 시간 정도 걸리며 경비행기를 탈 아루샤공항까지는 다시 한 시간반 정도 가야한다.

어제 거쳐 온 도로를 되짚어 가고 있어서인지 도로변 풍경이 눈에 익다. 토요일이고 아침 6시를 겨우 넘긴 이른 시간인데도 도로를 달리는 차들도 많고 오가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이들의 부지런한 모습에서 케냐가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과 다른 이유를 발견한다. 나이로비 시내를 벗어나자 비교적 단순한 풍경이 이어진다. 저 멀리 야트막한 산이 눈에 들어올 뿐 거칠게 없다. 두텁게 드리워졌던 구름이 조금씩 벗어지고 있어 킬리만자로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커진다.

파라다이스 갤러리라는 거창한 이름을 달았지만, 소박한 기념품 가게이다.

나망가에 도착하기 직전에 파라다이스 갤러리라는 이름의 기념품점에 들렀다. 아프리카 냄새가 물씬 나는 풍경과 그들의 삶을 표현한 그림과, 목각 등 다양한 공예품을 팔고 있었다. 무료로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속셈이었는데, 그런 속셈을 다 알고 있는 듯 기념품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다. 국경에서는 먼저 케냐 출국수속을 했다. 대기하는 사람들의 줄을 관리하는 남자직원이 우리말로 인사하는 것을 보니 이곳을 지난 우리나라 사람들이 적지 않았나 보다. 케냐 출입국관리가 아내더러 ‘사진보다 젊어 보인다’면서 이것저것 꼬치꼬치 캐묻더란다. 수작부리는 것은 아니었나 열을 받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탄자니아 입국수속은 복잡했다. 비자신청 서류를 낸 다음에 길 건너에 있는 은행출장소에 가서 비자비용을 내고 영수증을 받아서 출입국사무소로 돌아와 제출하면 입국스탬프를 찍어준다. 케냐의 출국수속은 줄도 길지 않고 절차도 간단해서 금세 끝났는데, 탄자니아 입국수속을 하는데 세배 정도 시간이 걸려 모두 1시간여 걸린 셈이다. 웬만하면 비자비용을 받는 은행창구를 같은 건물에 두어 이용자의 편리를 도모할 듯도 한데 그리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늘면 개선될까?

나망가에서 아루샤로 가는 도로 변에서 풀을 뜯는 양과 소떼(좌), 간혹 이를 지키는 소년들이 보인다.(우)

국경마을을 떠나 아루샤로 향한다. 너른 평원의 끝에 서있는 야트막한 산을 향해 도로가 빨려들 듯 똑바로 나있다. 자칫 단조로운 운전이 될 듯하다. 아니나 다를까 뒷자리의 일행으로부터 ‘운전하는 친구가 조는 것 같으니 이야기라도 붙여보라’는 말이 전해진다. 탄자니아국경을 넘어 달려가는 동안 화두는 단연코 ‘킬리만자로산을 볼 수 있을 것인가’였다. 불행하게도 킬리만자로산이 있음직한 방향으로는 지평선 위로 구름이 두텁게 덮여있다. 심지어는 구름이 산처럼 보인다.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라고 한 조용필의 노래 <킬리만자로의 표범>가사처럼 말이다. 초원에 서있는 키 낮은 나무들 사이로 소떼나 양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이따금 소치는 아이들이 보이기도 한다. 나뭇잎이 생기가 없어 보인다 했더니 이곳은 이미 초가을이다. 떠나온 한국은 막 여름이 시작되고 있는데 말이다.

탄자니아합중국은 적도의 남쪽 중앙아프리카의 동쪽 끝에 위치한다. 1961년 독립한 탕가니카(Tanganyika)와 1963년 독립한 잔지바르(Zanzibar)가 통합하여 1964년 출범한 나라로 나라 이름도 두 나라의 이름을 합성한 것이다. 탕가니카는 스와힐리어로 ‘돛’을 의미하는 탕가(tanga)와 ‘사람이 살지 않는 평원’ 혹은 ‘야생’을 의미하는 니카(nyika)가 결합하여 ‘야생의 돛’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로 때로 탕가니카호수를 지칭하던 것이다. 잔지바르는 검정색 원주민을 나타내는 단어 젠지(zengi)와 아랍어로 해안을 의미하는 바르(barr)가 결합된 말이다.

탄자니아의 인구는 5182만(2014년)이며 120개가 넘는 부족들로 구성된다. 수쿠마족, 하야족, 니아큐사족, 니암웨지족, 차가족 등은 100만이 넘는 대규모 부족이나 소수부족들도 많다. 대부분의 탄자니아사람들은 반투족의 갈래에 속하지만 케냐에 많은 마사이족이나 루오족처럼 닐로트족 계열도 있다. 부족마다의 고유 언어가 있고, 헌법에 정해진 공용어는 없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이 스와힐리어를 사용하고 정부 역시 공적 업무에 스와힐리어를 사용하나, 일부 부처에서는 영어를 같이 사용하기도 한다. 토착종교와 이슬람이 다소 우세하지만 기독교 역시 비슷한 수준이며, 종교 간의 갈등은 비교적 심하지 않은 편이다. 명목상 국민소득은 일인당 1,302달러이나 구매력은 3,296달러라고 한다.(2017년 기준)

면적은 947,303 km²로서 세계에서 31번째로 넓은 나라이다. 북쪽으로는 빅토리아 호수를 사이에 두고 케냐와 우간다와 국경을 접하고, 서쪽으로는 르완다와 부룬디 그리고 이번에 에볼라가 발생하였다고 해서 잠시 긴장했던 콩고민주공화국이, 남서쪽으로는 잠비아와 말라위, 남쪽으로는 모잠비크와 국경을 나누고 있다. 동쪽으로는 인도양에 연하고 잔지바르 섬이라고도 하는 웅구자섬이 있다. 북동부는 해발 5,896m로 아프리카대륙의 최고봉인 킬리만자로를 비롯하여 해발 4,556m인 메루산이 있는 고산지대이며, 북서쪽은 아프리카에서 최대의 빅토리아 호를 비롯하여 아프리카에서 가장 수심이 깊은 탕가니카 호가 흩어져 있는 호수지대이다. 중부지방에는 넓은 평원이 펼쳐진다. 탄자니아에는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광대한 규모의 야생공원이 많이 있다. 우리가 돌아볼 예정인 북쪽의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응고롱고로 자연보호구역을 비롯하여 남쪽에는 셀로우스 사냥제한구역과 미쿠미 국립공원이 있고, 서쪽에는 제인 구달박사가 침팬지의 생태연구를 수행하여 유명해진 곰베국립공원이 있다.(1)

탄자니아의 응고롱고로 보호지역에 있는 올두바이 협곡에서 호모 에렉투스의 흔적이 발견되었지만, 고대사 부분은 여전히 분명치 않다. 언어학적, 고고학적 연구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4천년 전부터 2천년 전에 이르는 동안 남부 에티오피아에서 남부 쿠시어를 사용하는 부족들이 이주해 들어왔다. 비슷한 시기에 서부 아프리카로부터 철기문화를 가진 마샤리키 반투(Mashariki Bantu)부족이 빅토리아 호수와 탕가니카 호수 부근으로 이주했다가 2,300년 전부터 1,700년 사이에 탄자니아의 다른 지역으로 이주해 나갔다. 이들은 얌을 비롯한 서부아프리카의 농업기술을 전파했다. 마사이부족을 비롯한 동부 닐로트부족은 이들보다 500년에서 1,500년 늦게 남수단으로부터 이주해왔다. 기원후 100년 무렵에는 페르시아만과 인도로부터 여행자와 상인들이 동부해안에 도착하기 시작했으며 이슬람은 서기 8세기에서 9세기에 걸쳐 전파되었다. 1498년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가 탄자니아 해안에 도착한 이후로 1506년부터는 포르투갈사람이 해안지역을 지배하였지만, 1698년에는 오만계 아랍에 의하여 밀려났다. 1840년 오만의 세이드 사이드(Seyyid Said) 술탄이 도읍을 잔지바르시로 옮긴이래 잔지바르는 아랍 노예무역의 중심지가 되었다.

19세기 들어 독일제국이 이 지역을 점령하고 지금의 부룬디와 르완다에 통합하여 식민화하였는데,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연합의 헌장에 따라 영국에 지배권을 내주어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탕가니카는 연합군에 가담하였고, 전쟁기간 중에 주요 식량공급기지 역할을 했다. 줄리우스 니예레레(Julius Nyerere)가 1954년 탄자니아 아프리카 국가 연합(TANU)을 설립하면서 주목을 받았고, 1960년에는 총독의 자리에 올랐다가 1961년에는 독립을 얻어내고 초대 수상에 취임하였다. 니예레레는 중요한 기업들의 국유화를 선언하는 등 사회주의 체계를 적용하였지만, 결국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1995년 베지만 음파카 대통령이 취임하여 시장경제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였다.(2)

참고자료:
(1) 위키백과. 탄자니아.
(2) Wikipedia. Tanz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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