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 한방진료제도 개선 방안 토론회 열려...첩약 성분 공개부터 현지조사 등 다양한 해결책 제시

한방 의료기관들의 자동차보험 진료비가 급격히 증가하자 수가체계와 인정기준, 현지조사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정종섭 의원과 보험연구원은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제도 개선방안 정책토론회’를 열고 한방 의료기관의 자보 진료비 증가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보험 진료비 급증 원인이 한방 진료비 증가에 있다는 분석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보험연구원 송윤아 연구위원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한 발제에서 “한방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자보에서도 한방 진료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환자들의 건강권 및 자기결정권 보장을 위한 법률 검토와 한방의 진료수가 기준 개선, 부당청구 방지 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자보 진료비는 연평균 8%씩 증가해 지난해 1조6,586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이중 한방병원의 자보 진료비가 연평균 46%, 한의원은 25%씩 증가하면서 한방 진료비의 연평균 증가율이 31%에 달했다.

이는 전체 자보 진료비의 28%에 이르는 수치로 자보의 의과 진료비 증가율 1.2%에 비해서도 26배가 높다. 건강보험에서 한방의 연평균 진료비 증감률 9%, 산재보험에서의 -9%보다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송윤아 연구위원은 “아주 일반적이지 않은 이상 상황이다”라며 “한방은 진료인원뿐만 아니라 1인당 진료비도 크게 늘어 이로 인해 한방 진료비가 증가했다. 특히 비급여가 한방진료비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한방 진료비를 세부적으로 나눠보면 급여는 2014년 대비 3%p가 감소한 데 비해 첩약과 추나, 약침, 물리요법 등 비급여는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한방병원에서 진료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은 한방물리요법 진료비가 매해 197%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송 연구위원은 “한방에서 적정 수가가 정해져 있지 않으면 불필요한 진료가 발생하고 기관별 청구단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면서 “특정 의료행위나 약제를 급여화 할 때는 적응증, 시술횟수, 유사중복시술제한 등 세부인정기준을 적시하고 의료기관이 이에 맞게 진료하지만, 한방은 진료의 적절성을 통제하고 관리하기 쉽지 않는 등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첩약 청구시 청구자료에 주요성분·원산지·효능을 표기하는 것을 의무화해 심평원과 보험회사가 모니터링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하며, 부당청구를 방지하기 위해 건보에서처럼 진료받은 내용 안내제도 도입, 국토부 의료기관 현지검사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보 진료수가 적정 기준을 정하기 위한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춘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방 진료비 급증, 관리체계 만드는 게 최우선

이날 토론에 참석한 전문가들 역시 한방 비급여 관리를 위한 수가산정, 급여기준 설정, DUR 확대 등의 다양한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대학교 김대환 교수는 “한방은 의과에 비해 정부가 관리하기 어렵다. 자율성이 더 인정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면서 “수가 인정기준이 부족한 것이 관리할 수 있는 무기가 약하다는 것으로, 잘못을 해도 통제할 권한이 약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가장 시급하고 가장 합리적이며 유일한 방법은 관리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면서 “전체적으로 환자의 1인당 진료비가 증가하는 부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방과 의과를 같이 관리해야하며, 현지조사를 해왔던 보험사 시스템을 심평원이 공조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 김영훈 경제실장은 첩약의 성분표기 문제를 지적하며 DUR에도 한방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훈 실장은 “한방은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이어서라기보다 보장이 많기 때문으로, 이러한 행태는 보험료 인상 등 보험체계에 위험을 줄 수 있다”면서 “인터넷이나 길을 가다보면, 눈에 띄는게 ‘교통사고 전문’, ‘본인부담없이 100% 치료’ 등의 광고로 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최근 한약을 복용하고 난 후 탈모가 나타난 어린이 사건으로 한방 첩약의 성분표기가 문제되고 있다”면서 “진료내역은 공개하지만, 첩약을 지시했다고만 할뿐 성분을 알 수 없다. 상식적으로 과자를 살때도 열량 표시 등 성분이 표기되고, 의약품은 더 깐깐하게 하고 있지만 첩약은 전혀 제공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방에서 첩약 성분을 공개하면 그대로 제조가 가능해 함부로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의약품의 일종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통일된 기준을 적용하고 DUR에도 한방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의계에서는 한방 자보 진료비 급증은 특수적인 상황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라고 반박했다.

대한한의사협회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한방의 58%가 ‘근골격계 및 결합조직의 질환’ 환자로, 이를 특화한 한방에 환자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완수 수석부회장은 또 “추나 시술이나 직접구를 10분 이상 해야만 인정한다. 이는 실제 진료현장과 맞지않다”면서 “절대적인 시간이 아니라 능숙도와 포인트를 잡는 것에 달려있다. 시간을 고집하면 문제가 더 생긴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분 공개와 원산지 표시는 환자와 의료계가 같이 고민을 해야한다”면서 “한의계 내에서도 많이 논의되는 사안이지만, 원산지 표시를 다하는 게 중요할지. 더 민감하게 다뤄야 하는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보에서 사고를 당한 이들이 평소에 치료를 못하더라도 자동차 수리 이외에 몸 치료를 더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줄어들어서는 안된다”면서 “한방 첩약의 투여기간을 '1회 처방시 10일 이내'가 아닌 '11일 이내'로 변경하고 경피전기자극요법과 침전기자극술을 동일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 등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한방, 질환적 특성탓 말도 안돼"

그러자 보험업계는 한방에서 과도하게 진료를 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첩약의 성분표기 의무화 등 알권리 강화, 심사기준 명확화 등 강도 높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손해보험협회 자동차보험부 박종화 본부장은 “한방 진료비가 높은 것은 근골격계 질환이 많기 때문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방의료기관이 특정 지역에만 집중되는 것도 말이 안된다”면서 “피해자가 적정하게 양질의 진료를 받는 것에는 보험업계도 이견이 없지만,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화 본부장은 “한방의 골반견인치료가 2,000원에서 5만원까지 다양하다. 도인운동도 최저 2,500원에서 최고 7만5,000원으로 같은 요법이라고 해도 25~30배 차이가 나는 것은 적절한 진료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실제 한방에서 진료를 받고 첩약을 안먹겠다고 했는데도 집에가면 이미 배달돼 있는 사례가 적잖게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한의계 자체적으로 정화와 개선이 필요한 사안이다”라면서 “한의계 자체에서도 첩약의 성분 표시와 표준화를 통한 알권리를 제공해야 하며, 진료수가심의기구를 만들어 구속력을 갖춘 행정기구로 전환하고, 심평원에 심사기준재정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동차보험심사센터 강지선 센터장도 “한방의 첩약, 물리요법, 약침술, 양·한방 동시 진료 등의 진료수가 및 인정기준을 명확히 해야한다”면서 “이를 위해 국토부 산하에 독립적 위원회를 구성하고 심평원이 실무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강지선 센터장은 “자보진료수가에 관한 고시는 위원회 필수 심의로 하고 심사기준에 관한 사항은 심평원장 결정사항으로 하는 근거를 마련해 건보처럼 권한을 부여해 줘야한다”면서 “제한적인 현지확인 심사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현지방문조사 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자동차운영보험과 오성익 과장은 “한방 진료비용의 상승은 보험료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어 가볍게 생각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수가 기준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지만 이해관계자들 입장이 제각각이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

오성익 과장은 “자보는 치과에서도 비급여가 40.6%가 증가했다. 이는 한방이기 때문이 아니라 비급여이기 때문에 증가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라며 “보장성 강화로 인한 한방 비급여가 급여화된다면 수가도 같이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기존의 심의위원회가 더 공정성 있는 기구가 돼야 한다는데 공감하며 어떻게 구성할지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복지부와 기준설정을 같이 검토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가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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