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무면허 의료행위 조장하고 의료법 위반 소지”

바른의료연구소가 부산광역시에서 진행하는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4일 ‘2017년도 부산시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 결과보고서’ 분석 자료를 발표했다.

부산시는 부산광역시한의사회와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2억원의 예산투입해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을 시행했다.

사업의 목적은 60세 이상 노인 중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진단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6개월간 한약, 침 및 약침 등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조기에 치매예방을 도모하는 것이다.

인지기능 변화의 평가지표로는 간이정신상태검사(MMSE)와 몬트리얼 인지평가검사(MoCA) 두 가지가 사용됐다.

부산시는 2016년도 사업 참여자 중 희망자(기존 참여군)와 2017년도 신규 참여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기존 참여군은 2016년 4월에서 10월까지, 그리고 2017년 4월에서 10월까지 부산시 관내 지정한의원에서 치매예방 목적으로 한의학적 치료를 받은 사람들로서 총 사업 종료인원은 97명이며, 신규 참여군은 2017년 4월에서 10월까지 6개월간 치료를 받은 사람들로서 총 인원은 109명이며, 이중 22명이 탈락해 최종 완료된 인원은 87명이었다.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2년 사이에 기존 참여군 전체에서 MMSE 점수는 25.05점에서 26.47점으로 1.42점 상승하고, MoCA는 20.93점에서 24.11점으로 3.18점 상승해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다고 했다.

신규 참여군에서도 MMSE는 25.61점에서 26.90점으로 1.29점 상승하고 MoCA는 20.58점에서 23.57점으로 2.99점 올라 통계적인 유의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바른의료연구소는 ▲대상자 선정 ▲예방효과에 대한 결과 없음 ▲유효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을 이용한 임상연구 ▲허가된 면허 외의 의료행위 등 해당 보고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의 즉각 중단을 촉구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MoCA 검사에서 양성이더라도 경도인지장애가 아닌 초기 치매일 수도 있고, 인지기능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건강한 사람일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부산시는 경도인지장애를 엄밀한 진단기준이 아니라 인지장애 유무를 선별하는 도구에 불과한 MoCA 점수만을 기준으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또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치매예방 효과를 주장하려면, 치매로의 이행 여부에 대한 의학적 분석이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부산시 사업에서는 치매로의 진행 여부나 이행률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이 단지 인지선별검사 점수의 호전 정도로만 인지기능 개선을 평가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도인지장애 치료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경도인지장애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따라서 부산시 사업은 2016년도에 이어 2017년도에도 여전히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을 이용한 임상연구를 시행한 것”이라고 평했다.

특히 한의사가 허가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시행했다고도 지적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 사업에서는 인지기능 선별검사인 MMSE와 MoCA 등을 지정한의원에서 한의사가 직접 시행했다”면서 “이 검사 항목은 의과의료행위로 분류돼 한의사들이 무단으로 사용할 경우 의과행위의 침해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법률전문가의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또 “2017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 결과보고서에서 ‘일반 한의사의 치매진단 참여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향후 객관적이고 과학화된 한방 치매진단법을 제시할 것’을 제안했다”면서 “한의사들이 의료기기 사용을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부산시가 MMSE와 MoCA 등의 의학 검사법 사용한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본인부담금 면제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부산시 한방치매 예방관리사업은 대상자 선정의 오류, 정밀 진단과정의 부재 등 총체적인 부실로 인해 치매예방사업이 아니라 인지점수 올리기 사업으로 전락했다”면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방치료의 치매예방 효과가 무작위 대조 이중맹검 임상시험을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시민들을 대상으로 이를 시행했다는 점”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한의계가 지자체 사업결과를 근거로 한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것처럼 주장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한의계가 지자체 사업을 한방치매 예방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으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이에 “부산시는 효과와 안전성도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삼고 혈세를 낭비하는 한방치매예방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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