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케어를 준비하라② 이건세 위원장 “의사들, 팀어프로치 능력 키워야”

보건복지부는 커뮤니티 케어 도입을 추진하면서 자문역할을 담당할 '커뮤니티 케어 전문위원회'를 구성하고 건국의대 예방의학과 이건세 교수를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 위원장은 최근 복지부가 일본의 커뮤니티 케어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담당 부서 공무원들을 파견했을 때도 동행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커뮤니티 케어 도입에 깊게 관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커뮤니티 케어의 도입을 위해서는 일차의료기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차의료기관들이 앞으로 다가올 커뮤니티 케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팀 어프로치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도 했다.

초기 보건소 중심…일차의료 참여 필수

다만 이 위원장은 커뮤니티 케어 도입 초기에는 부족한 인프라 때문에 지역 내 보건소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건소가 상당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방문보건사업' 등을 시행할 때 커뮤니티 케어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커뮤니티 케어는 취약계층 등 일부만을 대상으로 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보건소만으로는 제한적"이라면서 "의료계가 협력해야 한다. 보건소는 환자에게 약을 주거나 처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의료계와 협력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일차의료기관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아직 (일차의료기관의) 준비가 안됐다”며 “의사들은 오는 환자를 혼자 치료하기만 했지 보건소 등과 연계해 어떤 사업을 할 것인지 고민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의사가 간호사, 영양사,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 약사 등과 함께 팀을 꾸려야 커뮤니티 케어가 잘 된다”며 “일차의료기관도 이런 팀 어프로치를 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하고 거기서 의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가 중요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료법상 간호사는 처치를 못하고, 약사는 의사와 상담없이 환자에게 중복되는 약을 먹지 말라는 말을 못한다. 영양사와 물리치료사는 (단독으로) 노인환자 케어를 못한다”며 “커뮤니티 케어는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역할을 할 수 있게 코디네이션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의료계가 다른 전문 영역에 대해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의사도 반대 심했지만 결국 ‘도움된다’ 판단

이 위원장은 우리보다 약 20년 앞서 커뮤니티 케어를 도입한 일본 역시 초기에는 의사들의 반발이 컸다고 전했다.

이 위원장은 “일본의 경우 일정한 자격을 갖춘 간호사 3명 이상 모이면 방문간호스테이션을 개업할 수 있다”며 “이를 두고 일본의사들도 초기에 굉장히 반대했지만 결국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의사들이 개업 간호사들에게 자기환자에 대한 방문간호를 의뢰하는 식인데, 이는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자기환자를 더 관리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들이 (자기에게 더 신경써주는) 의사를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의료계도 커뮤니티 케어와 관련해 지역사회에서 어떤 인프라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위원장은 “의사들은 오는 환자만 진료할 뿐 지역사회 주민들이 실제 어떻게 생활하고 관리받고 있는지 모른다”며 “의사들이 지역 내 전문가와 팀을 구성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관리 통합, 커뮤니티 케어 뿌리될 것

이 교수는 복지부 내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 케어와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관리사업 통합(복지부,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관리사업 통합’ 본격 추진)의 연관성에 무게가 실리는데, 이 위원장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커뮤니티 케어와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관리사업 통합은 연관성이 크다”며 “새로운 시도고 (둘 다 의료기관이) 혼자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관리사업 통합을 의료계,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역사무소, 보건소 등 3자가 동의하는 지역에서 우선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위원장은 “지금 각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관리) 사업들을 보면 의원이 일대일로 참여하게 돼 있는데 (사업 통합과 관련해) 지금 논의되는 방향은 지역 의료계(지역 의사회, 지역 내과개원회, 20~40명의 의원 연합 등), 공단 지역사무소, 보건소 등 3자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지역에서 우선 실시하자는 것”이라며 “다만 보건소가 단순진료를 하지 않고 교육 등을 담당한다는 합의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이 모델에서 공단과 심평원은 해당 사업에 대해 건별로 심사하지 말고 만성질환자가 의료이용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게 만성질환으로 의료기관을 너무 많이 가는 사람은 조절해주고 만성질환이 있음에도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는 사람은 찾아서 보내주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 커뮤니티 케어 도입 ‘밑그림’이라도 그리길

하지만 이 위원장은 의사들이 커뮤니티 케어 도입을 위해 생각을 바꾸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위원장은 “(커뮤니티 케어 도입을 위한) 난관이 많을 것"이라며 “환자 흐름도 문제가 있고 환자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위원장은 “고혈압·당뇨병 등록 관리사업을 해왔던 의원 등 보건소와 협력사업을 해본 경험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변화도 보인다”며 “이런 경험들이 모이면 (커뮤니티 케어 도입을 위한) 좋은 씨앗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복지부가 목표로 잡은 8월말~9월초 종합계획 마련은 현실적으로 힘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위원장은 “의료·복지·돌봄이 지역단위에서 어떻게 상호 역할분담을 할지, 재정과 인력 등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등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하는 문제가 많아 종합계획은 8월에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아직도 전문가들 사이에도 커뮤니티 케어의 범위나 일차적으로 해야할 일에 대해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마스터플랜을 만드는 것만 해도 2년은 걸릴 것이다. 그 정도만 해도 문재인 정부의 큰 성과가 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밑그림이라도 문재인 정부에서 그렸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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