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 성공한 전상훈 원장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헬스케어 산업 육성할 것”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원장(흉부외과)이 연임에 성공하며 지난달 2일부터 새임기를 시작했다. 홍보실장, 대외협력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병원 내 요직을 두루 거친 전 원장은 지난 2016년 6월 서울대병원 역사상 처음으로 타교 출신 병원장 타이틀을 달았다. 이후 2년 간 병원을 이끈 전 원장은 3,000억원이 투입된 헬스케어혁신파크를 본궤도에 올리며 ‘헬스케어 산업’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의료정보시스템 중동 및 미국 수출, 러시아 스콜코보 국제의료특구 병원 건립 등 굵직한 사업을 성사시키며 경영자로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최근에는 병원의 의료질 지표를 공개, 질적인 성장까지 도모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전상훈 원장

- 지난 2년간 병원을 운영하며 가장 의미 있는 성과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의미 있는 성과는 병원이 최적의 진료와 첨단 연구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인프라 구축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7월 국내 최고 수준의 전임상실험 시설을 갖춘 ‘지석영 의생명연구소’가 첫삽을 떴다. 연구소는 1단계로 지하 3층에서 지상 1층의 연면적 3,000평 규모로 건립될 예정인데 미래 의학연구 인프라에 대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상부증축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임상연구를 위한 실험 시설이 완성되면 기존의 웻 벤치(Wet Bench), 드라이 벤치(Dry Bench)에 더해서 동물실험 시설까지 완벽한 라인업을 갖추게 되며 아이디어 발굴 단계부터 실험연구 및 사업화 단계까지 헬스케어 연구 개발 전주기 지원체계를 완성하는 국내 최고의 의생명 연구개발 시설이 될 것이다.

러시아 의료진 교육연수사업에서 시작된 러시아 프로젝트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병원 진출을 위한 첫걸음으로 모스크바시 국제의료클러스터재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했고, 지난달 22일에는 모스크바시 정부와 스콜코보 국제의료특구 사업진행 MOU를 맺었다. 스콜코보 국제의료특구에 건립하고자 하는 병원은 첨단 병원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전주기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설계 및 운영될 예정이다. 작년에 진행한 사업타당성 분석을 통해 모스크바 시민 및 러시아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진료과목 및 질환에 대한 분석을 마쳤고 이에 따른 맞춤형 진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병원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해왔다. 병원이 여러 가지 연구도 하고 진료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들에게 최적의 진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의료질 지표(Outcomes Book)’를 출간했다. 의료질 지표 공개는 우리 스스로 보완할 점은 보완하고 잘하는 부분은 더 발전시키자는 취지에서 추진하게 됐다,

- ‘국가대표 헬스케어 클러스터 조성’을 임기 내 이뤄내겠다고 했다.
미국 등을 보면 병원을 주축으로 하는 헬스케어 클러스터가 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이끌고 있다. 투자 규모도 상당해 고용효과 등 경제 성장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다. 특히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등을 중심으로 형성된 바이오테크 단지인 ‘보스턴-케임브리지 바이오 클러스터’는 약 200만㎡의 면적에 18억2,00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기업의 지원도 끊이지 않는다.

매우 부러운 환경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일이 해외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역시 각계 기관 및 전문가가 힘을 모은다면 병원이 주도하는 바이오 클러스터 모델을 성공적으로 정착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 및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분당서울대병원이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중심으로 의료시설과 함께 연구 및 교육시설을 구축해 클러스터의 핵심 구조를 만들기는 했지만, 세계적 클러스터들의 규모와 비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러나 다행히 병원 주변으로 개발 가능한 공간과 부지가 있다. 때문에 정부 및 지체와 협력해 체계적으로 부지를 정비하고 교통 인프라를 갖추면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헬스케어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 자부한다.

- 진료 수익 등 병원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연구 및 진료 등 질적인 면에서도 빅5 병원에 뒤지지 않는다.
지난 2013년 병원에 신관(지금의 암뇌신경센터)을 오픈했을 당시에는 인건비나 장비에 대한 비용 등 고정비용이 수입보다 높았다. 하지만 점점 신관에서의 진료가 활성화되고 모든 의료진의 노력으로 진료와 의료서비스의 수준이 높아져 병원을 찾는 환자도 늘어 운영이 점점 안정됐고, 고정수입이 증가해 결과적으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질적인 면에서는 중증환자를 위주로 한 진료에 중점을 뒀다. 중증환자 신환율은 소위 메이저병원보다 우리가 높다. 중증환자가 오는 것은 병원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때문에 병원 자체적으로 질 유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병원 및 헬스케어혁신파크 전경사진 앞에 선 전상훈 원장

- 헬스케어혁신파크도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인가.
국내에서 병원 주도로 산학연을 초청, 체계적으로 생명과학분야 융합연구를 진행하는 곳은 분당서울대병원이 유일하다. 의료산업은 기초연구부터 임상까지 병원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데, 병원 근처에 전후방 산업의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산업계와 학계, 병원 모두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입주 기업과 신제품 기획부터 출시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논의하는 등 다각적인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아이디어 발굴 단계부터 각 단계별 연구와 사업화를 위해 의료법, 윤리위원회, 특허, 임상시험 등 전주기를 지원하는 ‘가변형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입주 기업 및 기관들은 각 기업의 성정 흐름에 맞는 최적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생물안전 3등급(ABL3)’ 수준의 동물실험시설과 영상실험센터를 갖춘 전임상실험센터가 내년 초 문을 연다. 또 의료진과의 보다 긴밀한 소통과 융합을 위해 의료시설인 병원과 연구시설인 헬스케어혁신파크를 잇는 연결통로(The Walking Gallery)도 내년 초 완성될 예정이다.

이러한 시설들이 완성되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헬스케어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다수의 첨단산업과 연결되면서 전에 없던 다양한 일자리도 만들어질 것이다.

"의료질 지표 공개에 반대도 있었지만 질적 성장 방향 등에 공감"

- 특히 수술 후 사망률, 재원일수, 환자 만족도 등 병원의 의료질 지표를 공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2003년 개원부터 ‘최고의 의료’, ‘최적의 진료’를 핵심가치로 생각하고, 이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개원 후 혁신의 아이콘으로 성장해오면서 이제는 진료의 양적인 면뿐만 아니라 질적인 부분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미국 등의 선진병원들은 오래 전부터 주요 의료 지표를 공개해 왔으며, 이런 자발적 공개는 병원의 발전과 의료 소비자들의 이해를 높이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현재 우리 병원, 그리고 우리나라의 의료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부분도 있지만 아직은 부족한 부분도 상당하다. 이에 우리가 잘하는 부분은 잘하는대로 공유해 발전시켜 나가고, 부족한 부분 역시 더욱 개선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의료질 지표(Outcomes Book)’를 공개하게 됐다.

국내 최초로 의료질 지표 공개를 준비하면서 합병증이나 생존율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 공개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었으나, 자료 공개의 공익적 가치나 질적 성장을 위한 방향성 등을 고려해 내부적으로 많은 토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했다.

‘Outcomes Book’ 발간을 통해 교직원들도 많은 것을 느꼈으며 내년에 발간될 두 번째 판을 더욱 알차게 만들겠다는 자발적인 공감대도 형성됐다. 매년 분석한 의료질 지표의 추이를 면밀히 검토해 지속적으로 진료패턴을 개선해 나갈 것이며, 관리 지표 항목도 추가할 계획이다. 또 세계 유수 병원의 지표와 비교할 수 있도록 글로벌 기준에 맞춘 지표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해외 환자 유치 및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한 영문판 ‘Outcomes Book’도 출간할 예정이다.

- 공공의료도 분당서울대병원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헬스케어혁신파크와 지석영 의생명연구소, 연결 터널 공사 등 클러스터 조성을 위해 자체 자금만 거의 4,0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 비용을 회수할 생각은 없다. 이 클러스터에서 기업이 성장하고 대박을 터트리면 된다. 병원의 투자 자체가 공공성을 가진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중앙치매센터, 권역응급의료센터,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 경기도공공의료사업단, 경기감염병관리본부 등을 운영하면서 우리 병원의 책임에 대해 항상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병원으로 거듭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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