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약사회, 성분명 처방‧대체 조제 두고 반박에 재반박 이어가
정성균 대변인 “진료‧처방 주체는 의사…약사는 처방대로 단순 조제만”

발암물질 함유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중국산 발사르탄 성분 고혈압치료제 사태가 직역 간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성분명 처방과 대체 조제와 관련해 의료계와 약계가 반박에 재반박을 이어가며 치열한 공방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포문을 연 것은 의료계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의 주요 원인이 기형적 약가제도에 기인한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더불어 복제약 검증 체계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권 보호 차원에서 성분명 처방과 약사의 임의적 대체 조제를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의협은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약이라도 그 약효를 100%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복제약을 무작위로 선정해 재검증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성분명 처방을 통해 복제약들을 약국에서 임의로 골라 조제하도록 하는 것은 국민 건강권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약효가 환자의 상황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의사의 처방약을 임의로 대체 조제하는 것 역시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대한약사회가 ‘의협이 약사직능을 매도하고 있다’며 맞불을 놓았다.

약사회는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의협이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원료의약품의 발암성 성분 함유로 인한 판매중지 사태를 계기로, 늘 그래왔듯 또 다시 뻔뻔한 대국민 기만극을 펼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리베이트에 만취된 의사들의 싸구려 약 처방행태로 문제가 커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의사의 처방대로 조제한 약사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해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려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의협이 대체 조제를 문제 삼는 것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약사회는 “대체조제는 전체 1%도 안 된다”면서 “현재 약사들은 품절되거나 시중에서 잘 구할 수 없는 약들만 의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체조제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약사회는 “다시 한 번 약사직능 매도에 나선다면 처방전 전수 조사에 즉각 돌입할 것”이라며 “몰지각한 일부 의사들의 처방만행과 몰염치한 처방행태를 만천하에 고발하겠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즉각 재반박에 나섰다.

의협 정성균 대변인은 지난 11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열린 제9차 정례브리핑에서 “리베이트는 현장에서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며 “만약 리베이트를 목적으로 약을 처방한다면 비싼 약으로 처방해야지 저가약은 (리베이트가) 얼마 발생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약사회에서)대체조제가 1%도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확률상 1%는 굉장히 큰 수치”라면서 “1%에 해당되는 환자한테는 심각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 대체 조제는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분명 처방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대변인은 “성분명 처방은 약사가 약 자체를 선택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약사가 처방하겠다는 소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약사는 의사의 처방대로 약을 조제하는 역할 이외의 다른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정부가 저가약 처방을 위해 의료기관을 압박하고 인센티브제를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다.

정 대변인은 “복지부가 ‘의사들이 오리지날 약을, 비싼 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재정에 도움이 안 된다’고 하면서 고가약을 쓰는 의원급 의료기관에 어느 정도 고가약을 쓰고 있다는 자료를 보낸다”면서 “이것은 의사들에 대한 경고이자, 협박”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저가약 인센티브제”라면서 “약국에서 약을 대체 조제를 하게 되면 (원가와 복제약의) 차액을 인센티브로 지급한다. 이러한 정부 정책이 분명히 이번 사건을 유발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복제약에 대한 과도한 약가 책정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 대변인은 “제약회사는 약을 만들어 판매해 이익을 내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연구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정부가) 복제약의 약가를 많이 인정해주기 때문에 복제약을 팔아서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변인은 “(제약회사가 복제약 판매로)이익이 많이 나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많이 주고 약사들에게도 백마진(Back margin)을 제공했던 것”이라며 “리베이트는 의사가 계속 과도하게 요구하다보니 그 부분 제재에 대해 제약사와 정부가 뜻이 맞아서 불법이 됐다. 하지만 백마진 시스템은 아직 운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미국의 상황만 보더라도 제약회사에서 의사에게 현금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하는 게 있다”면서 “리베이트라는 말을 범죄시하는 (우리나라) 분위기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다른 방향으로 의사들이 재정을 아낄 수 있도록 유도를 해야지 의사를 범죄자로 만들어 놓는 게 보건 당국에서 할 일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마지막으로 정 대변인은 “협회가 주장한 내용은 직역 이기주의가 아닌 원칙적인 면에서 현 제도의 잘못된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환자를 진료하고 처방하는 주체는 의사다. 약사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조제하는 단순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다른 의견은 자제하는 게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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