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무죄 선고한 원심 파기하고 벌금 100만원 선고…“의료업 판단 기준, 대가와 무관”

타인 명의의 의료기관에서 대가 없이 진료를 본 의사는 유죄일까, 무죄일까?

의사 A씨는 지난 2005년부터 전주에서 B안과의원을 개설·운영해 왔다. 그러던 2014년 4월, 군의관을 전역한 C씨가 B의원의 공동 개설자로 참여했다.

C씨는 B의원에서 3개월 가량 근무한 후 서울 서초구에 D안과의원을 개원했다. 하지만 수술을 직접 진행하기 부담스러웠던 C씨는 친분이 있는 A씨에게 수술 일부와 수술 방법 지도를 부탁했다.

이를 수용한 A씨는 D의원에서 2014년 7월부터 같은 해 10월 말까지 D안과에서 환자 58명의 안과 수술을 했다.

하지만 현 의료법 제33조 제1항은 “의료인은 이 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개설하지 않고는 의료업을 할 수 없으며 특별한 경우 외에는 그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업을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의료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재판에 넘겼고 1심 법원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현행 의료법은 의료행위와 의료업을 구분하고 있고, ‘업’은 직업과 같은 말로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일정한 기간 동안 계속해 종사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다”고 전제했다.

법원은 이어 “의료기관의 장은 그 의료기관 환자를 진료하는 데에 있어 필요할 경우 해당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의료인에게 진료하도록 할 수 있고 의료인이 의료업을 영위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이를 계속·반복적으로 행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의료행위를 통한 성과가 그 의료인에게 귀속됨이 요구된다”며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수술을 한 A씨가 의료업을 영위했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시했다.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했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인정,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다르게 의료행위를 통한 대가 취득 여부가 의료업 판단 기준과 무관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A씨가 D의원에서 계속·반복적으로 의료행위를 수행해왔고 이 의원에서 진료할 필요성에 대한 구체적인 판단 없이 일정 기간 내원하는 환자를 상대로 일률적으로 안과 수술을 집도하는 등 실질적으로 주도적인 위치에서 의료행위를 수행해 온 점을 고려했을 때 D의원에서 사실상 의료업을 영위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A씨가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해 달리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D의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환자 58명의 안과 수술을 하는 등 그 죄질이 가볍지 않다”면서 “다만 A씨가 초범인 점, 범행이 이뤄진 기간이 3개월 정도로 길지는 않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다”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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