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醫 이동욱 회장 “수술 집중도 저하‧환자 및 의료진 인권 침해‧불신 조장”
이재명 지사 “선량한 의사의 신뢰 회복 기회…도민 불안 해소는 도지사 의무”

의료계와 환자단체가 대리수술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의료인 처벌 강화에 공감대를 표해 주목된다.

경기도는 지난 12일 도청사에서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시범운영에 따른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환자단체와 의료계의 치열한 공방이 전개됐다.

의료계 대표로 참여한 경기도의사회 이동욱 회장과 대의원회 강중구 부의장은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해 강한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동욱 회장은 “대한병원의사협의회 회원 8,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수술을 하는 의사 중 78%가 수술실 CCTV 설치를 반대했다”면서 “수술 집중도 저하, 환자 및 의료진 인권 침해, 의사-환자 간 불신 조장 등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CCTV 설치는 대리수술 해결의 유일한 대안이 아니다”라며 “CCTV 설치가 (대리수술을 예방하는)유일한 해법이고 순기능만 있으면 모르겠지만 사회적인 비용이나 부작용 증가 등을 고려하면 그렇지 않다. 대리수술은 처벌 강화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대리수술 원인 중 하나로 PA(Physician Assistant)문제를 언급하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또한 “대리수술과 관련된 문제 중 하나가 바로 PA”라며 “고질적인 저수가 때문에 PA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의료계도 PA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데 보건복지부가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면서 “이재명 지사도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강중구 부의장은 대리수술이 있어서는 절대 안 될 일이라고 강조하면서도 극히 일부의 이야기를 침소봉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강 부의장은 “최근 언론에 다뤄진 대리수술에 대해 의사인 저도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면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 같은 의사입장에서 국민에게 죄송하다”고 했다.

하지만 “대리수술은 1년에 전국에서 이뤄지는 200만건의 수술 중 극히 일부”라면서 “이를 침소봉대하면서 그동안 국민을 위해 노력해 온 의사들을 감시하겠다는 것은 환자 불신만 조장할 뿐”이라고 말했다.

또 “과연 의사들의 범법행위나 잘못이 과거보다 더 늘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대리수술이 밝혀지는 것은)사회가 투명해 져서 그렇다. 정보가 공개되고 투명화 되는 속도에 의사가 못 따라 가는 측면이 있다. 사회가 발전해서 생긴 문제로 더 나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아울러 “CCTV 설치가 안전이나 사고 범죄예방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만능키는 아니다”라며 “CCTV로 인해 인권침해는 물론 범죄까지 일어난다. CCTV 설치가 환자를 위한 게 아니라 무서운 테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의료계의 이러한 지적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 내 CCTV 설치된 모습(위)과 통제실에서 본 수술실(사진제공: 경기도).

안 대표는 “대리수술이 극히 일부라는 건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범죄예방은 일부 극히 나쁜 사람들 때문에 이뤄진다”면서 “현재 응급실이나 진료실에 많은 CCTV가 설치 돼 있다. 앞으로 설치될 게 관리가 안 되면 이는 현재도 관리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CCTV 설치로 인한 인권침해의 가장 큰 피해자는 환자들”이라며 “환자들이 인권침해나 사생활침해의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CCTV 설치를 요구하는 것은 수술실에서의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CCTV가 의사들에 대한 감시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문제를 일으키는)극소수를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나머지 대다수의 의사들은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지금까지 의료계 내에서 대리수술에 대한 자정 노력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대리수술이 문제화 된 것은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의 양심고백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상황이 이렇게 될 때까지 의료계는 무엇을 했나. 나쁜 의사에 대한 대응을 의사사회가 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일침했다.

안 대표는 이어 “지금까지 많은 의료사고가 밝혀진 것은 CCTV 덕분”이라며 “의료계가 CCTV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분쟁에 불리하게 활용되거나 수술실에서 지켜야할 원칙이나 기준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인 것 같다”고 반박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개인적으로 CCTV 설치가 안됐으면 좋겠다. 수술실에서 생명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다면 다른 방안도 좋다”면서 “검찰과 경찰이 중하게 처벌하면 된다. 한 번의 대리수술로도 면허를 박탈해야 한다. 또 내부 고발자 보호와 고발에 대한 경제적 보상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경기도 "제재 아닌 예방 목적…환자 인권 침해 발생하지 않게 할 것"

경기도 이재명 지사도 수술실 내 CCTV 설치가 선량한 대다수 의사에 대한 신뢰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시범사업부터 환자 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는 “수술 장면을 가까이 찍는 게 문제가 된다면 CCTV 각도를 조정해 출입자나 수술 상황을 체크하는 정도만 촬영하면 된다”면서 “그러면 의료 기술 유출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또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무기평등의 원칙에서 환자도 의료기록에 접근하게 해줘야 한다”면서 “현재는 환자 입장에서 기록 접근 부분이 상당히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술실 내 CCTV 설치는 제재가 아닌 예방이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지사는 “CCTV 설치는 예방의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며 “도립의료원에서 이를 시행하는 이유는 최소한 성추행 등 인격침해행위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감시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개인정보 보호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면서 “그렇게 생각하면 모든 게 문제다. (CCTV 설치에 대한)이익도 분명히 크다”고 했다.

이 지사는 “환자들이 대리수술 등 황당무계한 일을 겪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환자들은 불신은 넘어 불안해하고 있다. 도민들이 그런 불안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게 도지사의 의무”라고 피력했다.

이 지사는 이어 “시범사업 결과와 여러 의견을 반영해 내부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겠다”면서 “만약 내부 토론에서 문제가 있으면 추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기도는 최근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이전 신축한 안성병원에서 1일부터 시범 운영을 시작, 내년에는 전면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1일부터 10일 현재까지 안성병원에서 진행된 수술은 모두 54건으로 이중 환자가 동의해 CCTV 촬영이 이뤄진 수는 24건이다.

경기도는 또 지난 2일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91%가 경기도의료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운영하는 것에 대해 ‘찬성’했으며, 93%는 ‘CCTV 설치·운영이 의료사고 분쟁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만일 수술을 받게 된다면 CCTV 촬영에 동의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48%가 ‘반드시 동의’, 39%가 ‘되도록 동의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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