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출신 국회의원과 비서관이 만나 더 빛났던 국감…"의사 편든다는 건 오해"
더민주 김현지 비서관 "결과만 놓고 탁상행정, 총파업 이야기할 때 안타까워"

김현지 전문의(내과)가 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실 비서관으로 국회에 입성한 지 4개월이 지났다. 의사출신 보좌진은 김주경 전 새누리당 신상진 의원(현 자유한국당) 보좌관(산부인과), 서정성 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대표 보좌관(안과)에 이어 김현지 비서관이 세 번째다.

‘정부와 보건의료계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국회 활동을 시작한 김 비서관은 의료 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보다 전문적인 보건의료 정책 수립에 애쓰고 있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의사 출신인 윤일규 의원을 보좌해 국립중앙의료원(NMC) 대리수술 의혹 및 전문의약품 한의원 납품 문제 등을 공론화시키며 큰 활약을 펼치기도 했다.

임상보다는 보건의료 정책 분야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쳐보고 싶다는 김 비서관. 그를 만나 정책 보좌를 하는데 있어 의사 출신으로서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그동안의 활동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었다.

지난 2011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김 비서관은 서울대병원에서 인턴과 전공의 과정을 거쳐 올해 내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책관리학 석사 과정을 이수했다. 또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대한전공의협의회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같은 기간 수련평가위원회 기관평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 국회에 들어간 지 4개월이 지났다. 국회의원 보좌진이라는 직책이 힘들지는 않는지.
생각보다 적성에 잘 맞고 재미있다. 내 아이디어가 질의서에 들어가고 그로 인해 보건복지부가 반응을 보이고, 일부는 정책 변화로 이어진다는 점이 제일 좋다. 국정감사를 준비하면서 많이 힘들기도 했지만 나름의 성과를 거뒀고 보람도 느꼈다.

- 왜 임상 의사를 그만두고 보건의료 정책으로 진료를 정했나. 당시 주위 반응은 어땠나.
전공의 초반에는 전임의를 안하고 그대로 나가서 동네 주치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3년차 때 대전협 활동을 하면서 내 의견이 보건의료 정책에 실제 반영이 되는 것을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동네에서 주치의를 하는 일도 보람 있지만 의사들이 환자들을 제대로 진료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만드는 일도 보람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4년차 때 보건의료 정책 쪽으로 진로를 결정했다.

부모님이 정말 반대를 많이 하셨고 지금도 싫어하신다. 이제는 격렬한 반대는 안 하시지만 여전히 탐탁지 않아 하신다. 반면 주변의 젊은 의사들은 ‘멋있다’고 응원해준다. 하지만 같이 하자고 하면 싫다고 한다(하하).

- 임상 현장에서 멀어진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아쉬움은 없나.
‘그동안의 임상 경력이 아깝지 않냐’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보건의료 정책 전문가로서 현장의 디테일을 잘 알고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보건의료 정책에 관련한 일을 계속하고 싶고 임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게 목표다.

환자를 보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임상을 접을 때 아쉬움은 있다. 나름 좋은 의사라고 생각했고 환자를 보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다시 임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게 목표지만 의원님께서는 ‘혹시 어찌될지 모르니 항상 공부를 하라’고 말씀하신다.

-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평소에는 오전 9시 출근해 업무를 시작한다. 주된 업무는 정부에 자료를 요청하고 그것을 분석해 문제점을 파악한 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일이다. 또 질의서, 성명서, 보도자료를 쓰고 토론회 개최 준비 업무 등도 맡고 있다. 의원님 지역구나 보건의료계 민원 처리도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때문에 업무 시간에 민원인과 공무원들과 응대하는 일이 많다. 퇴근은 오후 6시에 할 때도 있지만 야근을 하는 날이 더 많다. 특히 국정감사 때는 출퇴근 시간이 따로 정해진 게 없다. 제시간에 퇴근하는 날이 정말 손에 꼽을 정도였고 주말에도 계속 출근을 했다.

- 이번 국정감사에서 윤일규 의원은 국립중앙의료원 대리수술 의혹 및 한약재 발암물질 검출, 전문의약품 한의원 납품 등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며 눈에 띄는 활약을 했다.

이번 국감은 전문성에 포커스를 뒀다. 현장에서 40년 활동하던 신경외과 의사와 7년 활동한 내과 의사가 만났기에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에서 욕창 항목이 부적절하다고 질의한 내용은 내가 요양병원에서 근무할 때 느꼈던 바를 인용한 것이다. 국립중앙의료원 대리수술 의혹은 의원님이 신경외과 의사였기 때문에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구체적이고 날카롭게 질의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의사 출신 의원과 비서관이 만나다 보니 의료계 편을 들면서 한의계를 공격한다는 오해도 많이 받고 있다. 한약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된 것에 대해 전혀 관리를 안 하고 있는 식품의약품안전처나 한의원에 전문의약품이 납품되고 있는데도 전혀 상황 파악을 하지 않은 복지부에 대한 질의가 대표적이다. 그래서 사실 확인을 더 열심히 했다. 우리가 정말 의사 편만 들고 한의사를 공격하려 했다면 국립중앙의료원의 대리수술 의혹을 제기했겠나. 그 질의는 의원님도 매우 가슴 아파하셨다. 하지만 이 문제를 자정하지 못하면 의료계가 쇄신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철저히 준비했다. 그래서 의사 편만 든다는 오해를 받는 게 억울하기도 하다.

- 업무를 하면서 가장 힘들고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아직은 대인관계가 제일 어렵다. 국회가 감시기관이다 보니 정부부처의 공무원들이 굉장히 잘해준다. 때문에 혹시라도 우리가 항의를 하거나 질의를 할 때 마치 갑질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공무원들에게 잘잘못만 따지고 파헤치는 사람이 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 비서관으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생각은 무엇인가.
정부, 특히 복지부를 보는 시각이 가장 많이 달라졌다. 의사일 때는 정부가 전문가인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원망하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막상 국회에 들어와 보니 정부가 의료계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나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료계는 결과물만 놓고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하며 궐기대회나 총파업을 이야기한다. 중간에서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또 정책 하나를 만드는데 있어 다양한 정부부처와 사람들이 관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이전에는 무조건 수가를 올려달라고 한마디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국회에 들어오고 나서는 어떤 수가를 왜, 얼마나, 어떻게 올릴 것인지 정하는데 굉장히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 다른 의사들에게 국회에서 일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나.
적극 추천하고 싶다. 사실 이전에는 보좌관이랑 비서관이 어떻게 다르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실제로 일해 보니 할 수 있는 게 꽤 많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정책에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직업이 몇 개 없을 것이다. 이 직업을 평생 할 것이냐는 다른 문제지만 적어도 경력을 쌓는 한 단계로는 추천하고 싶다.

- 비서관으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개인적으로 이번 국감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전문성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일반 국민이 공감할 만한 내용을 많이 다루지 못했다. 비서관으로서 의원님이 전문성 뿐 아니라 대중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잘 보좌하고 싶다. 또 지금까지는 의사와 관련한 안건을 많이 다뤘지만 앞으로는 보건의료계의 전반적인 안건을 다루고 싶다. 복지 분야와 관련해서도 할 일이 많다. 남은 기간 복지 분야에 대해서도 전문적인 공부를 했으면 한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보건의료 정책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 후배 의사들이 있다면 선배들을 찾아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도 전공의 1년차 때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다. 그래서 해외에 가서 의사를 하거나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것, 복지부나 국회에서 일하는 것까지 다양한 옵션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봤다. 선배 의사들과 함께 고민하다 보면 더 많은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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