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비인후과醫 송병호 회장 “사전동의서, 불필요한 교육 이수 및 과도한 행정절차 등 지적…간소화 필요”

외과계 일차의료기관의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시작된 ‘수술 전후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이 낮은 수가와 복잡한 절차 등으로 인해 개원가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송병호 회장은 지난 20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제20차 학술대회 및 정기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수술 전후 교육상담 등 시범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개선을 촉구했다.

(왼쪽부터)이비인후과의사회 김규식 보험부회장, 한창준 총무부회장, 송병호 회장, 이비인후과학회 이재서 이사장, 박선태 공보부회장

환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투입해 교육상담을 실시할 경우 치료효과를 향상시킬 수 있지만, 그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교육상담료가 수가로 인정되지 않아 활성화 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특히 외과계열의 경우 질병 및 환자의 상태에 따라 기본적 진료행위와 별도로 체계적이고 구조화된 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있으나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미흡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2월부터 4회에 걸쳐 외과 계열 교육상담료 개발을 위한 협의체를 운영, 의견수렴을 거쳐 같은 해 10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 수가는 초회 2만4,000원, 재회 1만6,400원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을 이수해야하고 환자 진료 후 수가를 청구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과도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게 송병호 회장의 지적이다.

송 회장은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프로토콜 이수증을 받아야 하는데 그 절차가 쉽지 않다”면서 “특히 이비인후과 전문의로서 환자의 교육·상담과 심층진찰에 필요한 지식은 이미 다 갖추고 있는데 다시 교육을 이수하게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또 “환자에게 사전 동의서를 받고 실제 청구를 하기 위한 행정절차에 굉장히 많은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로 인해 시범사업 시작 3개월이 지났지만 일선 의료기관의 참여가 저조하다”고도 했다.

시범사업 수가가 너무 낮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비인후과의사회 안영진 보험이사는 “시범사업 수가가 말도 안 되게 낮게 책정됐다”면서 “종합병원의 심층진찰 수가는 9만원이 넘지만 우리는 2만4,000원에 불과하다. 종합병원에서 심층 진찰을 한다고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닌데 왜 차등을 두는지 모르겠다. 수가에 대한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송병호 회장은 “현재까지 진행사항으로 보면 복지부가 예측한 업무량의 두 배가 넘는 시간과 행정적 비용이 심층 진찰 및 교육상담에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렇게 시범사업이 계속 진행된다면 의료기관의 참여 부족으로 인해 적정한 사업결과를 도출할 수 없을 것이며, 이를 기초로 한 정책의 수립은 또 다른 기형적인 제도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는 올바른 시범사업 진행을 위해 지금이라도 드러난 문제점을 수정·보완해야 한다”면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절차 간소화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송 회장은 또 현재 진행 중인 3차 상대가치 개편 작업이 특정과에 대한 유·불리가 없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우리 의사회는 기본 진찰료의 개정을 골자로 진행되고 있는 3차 상대가치 개정 작업에 많은 기대를 갖고 적극 지지하고 있다”면서 “기본 진찰료의 현실화가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일차의료기관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안”이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최근 일이 진행되는 방향이나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개정 작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이 있다”면서 “일차의료기관 만성질환 관리제, 외과계의 교육상담료 시범사업, 일부 과에서 주장하는 초·재진 통합 등 전체 일차의료를 살리기 위한 방안이 아닌 지엽적인 해결책에 치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송 회장은 “기본 진찰료의 현실화 없이는 3차 상대가치 개정이 성공할 수 없다”면서 “진찰 행위는 말 그대로 환자를 만나서 문제를 듣고, 원인을 파악하고, 추후 검사 및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의료의 기본이 되는 행위다. 이 기본 행위의 가치를 원가 이하로 놔둔 채로는 의료의 정상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피력했다.

또 “현재 종별로 차등이 돼있는 가산 제도를 손질해 적어도 진찰료에 있어서는 의원급에 높은 종별 가산이 부여돼야 한다”면서 “문재인 케어 이후 상급병원 쏠림 현상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는데 일차의료기관의 몰락은 의료전달체계의 파탄을 불러올 수 있고, 결국 의료비 상승 및 의료 접근성 악화로 이어져, 현재 건강보험 체계의 존립 자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함께 초진과 재진의 진찰료 차등 강화 및 기본 진찰료에 포함된 행위들에 대한 별도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급성 감염성 호흡기 질환 진료에 대한 인센티브 및 감염 관리 수당도 신설돼야 한다”면서 “이비인후과 의사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사태나 해마다 많은 감염자 및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가 생기는 인플루엔자 감염 때에도 마스크 한 장에 의지한 채 질병 치료의 최전선에 뛰어 들었다. 이러한 급성 감염성 호흡기 질환 진료에 대해서는 적절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 감염의 조기 진압 및 확산 방지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진행된 제11대 이비인후과의사회장 선거에서는 기호 2번 박국진 후보가 기호 1번 김규식 후보를 누르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박 차기회장은 전체 681명 투표 중 348표를 획득, 간발의 차로 김 후보를 따돌렸다(무효 2표).

박 차기회장은 ▲회장 직통 핫라인 설치 ▲총액계약제에 대비한 이비인후과 보험 재정 확보 ▲3차 상대가치 개편에 이비인후과 최우선 수가 작업 ▲초·재진 통합 반대 및 대응책 확보 ▲실사 대응침 마련 ▲실질적인 보험 실무 교육 강화 ▲진료가치 상승 및 영역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 ▲대국민 홍보 방송국 설치 ▲의료장비 공동구매 추진 ▲이비인후과 전문의 구인-구직 시스쳄 구축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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