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醫 “국민 건강권‧저출산 대책 위해 필수 진료과로 지정돼야”
지병협 “범죄자 양산하는 법…공공성 높은 영역, 민간에 책임 전가 안돼”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에 산부인과 개설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의료계 내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의원은 최근 이같은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 의료법 제3조의3 제1항 2호는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 설립기준으로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 중 3개 진료과목,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 또는 병리과를 포함한 7개 이상의 진료과목을 갖추고 각 진료과목마다 전속하는 전문의를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100병상 이상 300병상 이하인 종합병원에 산부인과 개설을 의무화하고 전속 전문의를 두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분만건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의원급 분만실의 병상수가 2011년 2/4분기 1,212개에서 2018년 2/4분기에 849개까지 감소하는 등 분만실 운영을 포기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종합병원 역시 분만실 설치 등의 부담으로 인해 산부인과를 진료과목으로 두지 않으려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개정안을 통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한 의료계 반응은 상반됐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법안 발의를 적극 환영하는 반면, 중소병원들은 분만에 대한 책임을 민간에 전가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해당 개정안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종합병원은 설립 목적에 맞게 공공 의료의 역할을 해야 하며 종합병원의 위상과 조건에 맞게 기본적으로 주요 메이저과가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산부인과를 개설함에 있어 타과에 비해 독립적인 진료실 확보 및 장비구축과 낮은 수가정책으로 인해 필수 진료과목으로 기피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산부인과가 없는 지역이 속출하고 원정출산 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산부인과의사회는 “국가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만취약지에 산부인과를 유치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도 많은 출산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00병상 이하 종합병원 설립 시 산부인과를 배제하는 것은 국가의 출산 지원책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우리 의사회도 그간 종합병원 설립기준에 산부인과가 필수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국민 건강권과 국가 저출산 대책을 위해서는 종합병원의 명칭 사용을 하는 곳은 반드시 산부인과가 필수 진료과목으로 지정돼야 한다”면서 “더불어 인력부담이 크고 위험도가 높은 산부인과에 대해서는 수가인상 현실화를 비롯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한지역병원협의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역에 있는 중소병원이 (산부인과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산부인과는 소송에 대한 부담도 크고, 개설한다고 수가를 더 주는 것도 아니다.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 분만병원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개정안이 통과되면 많은 병원들이 의료법에 따른 개설허가 요건을 저촉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전부 범죄자가 된다. 범죄자를 양산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안정적인 진료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한다고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필수의료에 대한 국가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면서 “응급의료나 분만과 같은 공공성이 높은 영역은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민간에게 책임을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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