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업체들, 의료계 반발 우려해 "공급 불가"…"친한의계 회사 만들어 수입할 것" 지적도

"한의사들은 어떻게 엑스레이 장비를 조달한다는 것일까?”

대한한의사협회가 오는 8월부터 일선 한의원에서 ‘휴대용 엑스레이’를 사용하겠다고 밝힌 후 의료기기업계에서 제기된 의문이다.

의료기기업계는 한의원에 엑스레이 등을 공급하는 걸 꺼린다. 자칫 의료계의 타깃이 돼 불매운동 등으로 번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한의사들로부터 예상치 못한 오작동 등의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 엑스레이 장비를 제조 또는 수입하는 주요 의료기기업체들은 한의협 등의 요청이 와도 공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직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오히려 한의협이 엑스레이 사용을 천명한 게 의아하다는 게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모 의료기기업체 관계자는 “엑스레이 장비는 방사선 문제로 특히 요주의가 필요한 의료기기”라며 “이런 장비를 의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한의원에 공급할 업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의료기기업계 일각에선 “한의계가 엑스레이를 다루지 않은 업체를 섭외해 한의원에만 공급토록 할 것”, “친 한의계 회사를 만들어서 중국 등에서 엑스레이 장비를 수입할 것” 등과 같은 시나리오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한의계 A단체에서 엑스레이와 혈액검사기 제조 요청을 받은 바 있다는 의료기기업계 한 관계자는 후자에 무게를 싣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A단체 대표에게 (엑스레이나 혈액검사기) 국내 제조업체를 연결해 주면, 최소 1,000대를 팔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의료기관들과 척을 질 수 없어 고사했다”고 전했다.

이어 “A단체 대표가 해외를 자주 오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때문에 국내에선 기기를 조달하기 힘드니 해외에서 (엑스레이 등을) 수입하려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의료기기업계 내 돌기도 했다”며 “엑스레이는 수입허가 절차를 밟으면 국내에 공급할 수 있다. 한의협이 8월 사용을 선언한 건 A단체 등에서 새로 설립된 회사나 친한의계 업체와 손잡고 이미 엑스레이 수입허가절차를 마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 대한영상의학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등은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한방의료행위의 범위를 넘은 행위일 뿐아니라 저선량 엑스레이라 하더라도 무분별하게 사용될 경우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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