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의대 마취통증의학과 임현경 교수(미래한국의사회 부회장)

의료폐기물은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고, 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할 수 없는 문제이다. 현재 의료폐기물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 부제로 의료계는 화가 나 있고, 폐기물 처리 업체는 대안이 없다고 하소연만 하고 있다.

2011년 12만5,000톤이었던 의료폐기물이, 6년 만에 거의 두배 가까이 늘어 2017년에는 21만9,000톤으로 늘었으며, 전국 13개 의료폐기물 처리업체는 현재 최대 소각 가능 용량인 24만6,000톤의 90% 수준을 처리하고 있다는 게 언론보도의 내용이다.

현재 의료폐기물의 92.87%가 소각되고, 7.12%은 멸균분쇄, 0.01%만이 재활용 되고 있지만 계획 했던 의료폐기물 소각 시설은 주민의 격한 반대로 건설이 중단됐거나 증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도권의 의료폐기물 문제는 더욱 더 심각하다. 대형 의료기관들이 밀집되어 배출양은 많은 데 반해, 처리 시설은 부족하고, 수거가 지연되면서 의료폐기물 보관기간이 초과되기도 한다. 소각시설을 찾아 원거리 이동을 하는 경우도 흔한 일이 됐다. 의료폐기물의 원거리 운반은 감염 우려 등으로 바람직하지 않지만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손 놓고 지켜만 보아야 하는 것일까?

한국폐기물자원순환학회(Journal of Korea Society of Waste Management)의 2019년 4월 REVIEW PAPER에서 자원순환기본법 시행과 폐기물관리 논문 중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다.

폐기물 관리정책의 우선 순위는 ①발생억제 ②재사용 ③재생이용 ④에너지회수 ⑤적정처분으로, 모든 정책이나 법률에서 반드시 준수하도록 강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EU나 일본 정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앞으로 폐자원 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때에는 발생억제나 재활용이 회수보다 우선해야 함을 강력하게 시사하고 있다.

또한 병원폐기물이 곧 의료폐기물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병원에 감염병 환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감염우려가 전혀 없는 환자들이 더 많으며, 병원 직원과 보호자도 있다. 여기에서 발생되는 병원 폐기물의 대부분은 (약80%, 2012 미국질병관리국) 일반 사무용 빌딩에서 발생하는 폐기물과 같으며, 상당부분이 자원으로 재사용 될 수 있는 폐기물이라 한다.

의료기구를 포장하는 포장재는 더 이상 의료 폐기물이 아니며, 수액을 비운 용기들은 재활용 가능한 자원이다. 감염 방지와 일회용 의료(용)품 사용의 적절한 적용 등 두 가지 목적을 이룰 수 있는 연구와 지침들의 개정이 필요하다.

의료 용품을 만들고 공급하는 기업들은 의료 기구가 사용된 이후 처리과정에 대한 연구와 발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소각에 의존했던 처리 방법도 보다 친환경적이며 자원을 얻을 수 있는 멸균 분쇄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은 병원폐기물의 분리수거에 관한 교육을 받고 실천해야 한다. 병원폐기물과 의료폐기물은 구별 되어야 하며, 의료폐기물의 분류와 수집 방법도 간단하게 하고 보다 친환경적이며, 위험이 적은 용기를 사용하도록 이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과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세계자연기금(WWF)의 “플라스틱으로부터 바다를 지켜주세요”란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또한 개인 텀블러 사용, 플라스틱 프리 챌린지 캠패인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의 상황을 보면, 국가별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 1위(2016년 통계청 자료기준 98.2 kg), 연간 종이컵 사용량 230억6200만개, 비닐봉투 사용량 211억390만개(2015년 기준 자원순환 사회연대 및 환경부 추산), 이러한 통계들은 더 이상 한국에서 이런 폐기물의 관리를 미룰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기후 변화와 미세먼지 등이 우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고 폐기물의 증가와 관리 실패가 그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의료인들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발생을 줄이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분리 배출을 실천함으로써 우리 자손들에게 보다 나은 환경을 물려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투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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