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의과대 한현욱 교수 “인공지능 기술 통해 의료질 개선하면 환자 쏠림 더욱 가중” 주장

정부가 추진 중인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 활성화’가 실현되면 지금보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 주목된다.

헬스케어 빅데이터 관련 연구를 자본력 있는 대형병원이 주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 연구용역까지 싹쓸이 하며 의료기관 간 기술격차가 커지면 결국 의료 질 차이로 이어져 환자 쏠림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차의과학대학 정보의학교실 한현욱 교수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Agenda 2050,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대한의료정보학회, 한국디지털헬스산업협회가 18일 공동 개최한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한 교수는 “정부에서 (헬스케어 빅데이터와 관련해) 추진 중인 여러 사업들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환자를 위한 정책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결국 대형병원들에 (환자) 몰아주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현상이 심해진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 대형병원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술 등을 도입해 의료 질을 더욱 개선하면 환자 쏠림 현상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대형병원들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체 연구도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 연구용역까지 싹쓸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방 중소병원들은 이런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 교수는 “이런 상황은 1차 의료기관이나 중소병원은 물론 상급종합병원 의사들도 원치 않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헬스케어 빅데이터 연구를 활성화하면서도) 1~3차 의료기관들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또 "이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헬스케어 빅데이터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부처들이 일관된 정책을 내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이들 부처들을 아우르는 통합 거버넌스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는 “헬스케어 빅데이터 관련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참여”라며 “환자 스스로 자신의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정책에 참여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어진 토론에서 정부 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 시 부작용 최소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의료정보정책과 박정환 사무관은 “헬스케어 빅데이터는 정말 어려운 분야인데, 지금까지 논쟁은 대부분 헬스케어 빅데이터 사용 여부 등 포괄적 논의였고 방식도 소모적이었다”면서 “앞으로 다양한 헬스케어 관련 주제들에 대한 논의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사무관은 “헬스케어 빅데이터는 적절한 의료전문성과 결합하면 극적인 결과를 불러오지만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우려사항도 많다”면서 “국민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기본원칙에 따른 활용 방안을 사회적 논의로 풀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실 김연용 센터장은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 거버넌스와 관련한 사회적 합의와 논의가 더 필요하다"며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용 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헬스케어 빅데이터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의미를 가지는지 여부를 봐야 할 것”이라며 “(학대 아동 발견 등) 사회 공공선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활용 원칙을 정해야 하며, 이를 통해 대한민국 누구나 건강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활용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김영성 팀장은 “산자부, 복지부, 과기부가 헬스케어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이제 첫발을 내딛었다.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기업선호 첫 사례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수직적인 생태계가 아닌 의료기관까지 참여하는 수평적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발제에서 지적한 것처럼) 헬스케어 빅데이터를 만든 후 누구나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하며, 그래야 활성화라고 할 수 있다”면서 “산학연병이 수평적 구조에서 연구하고 결과물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비자시민모임 황선옥 상임고문은 “산자부, 복지부, 과기부 등 정부부처와 관련 논의를 진행할 때 의료소비자가 반드시 포함돼야 하며, 대통령이나 총리 직속으로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면서 “의료소비자 스스로도 자신의 정보를 잘 관리할 수 있도록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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