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두통학회, "편두통으로 인한 일상생활 제약 곧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져"

'꾀병'이라 평가절하돼 왔던 두통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두통학회가 19일 창립 2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편두통 유병 현황∙장애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두통학회 김병건 회장(을지병원 신경과)은 "편두통은 단순히 머리가 아픈 증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질환"이라며 "편두통은 4시간에서 길게는 72시간 동안 머리가 지끈거리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구역∙구토 등의 소화기 문제가 동반되는 특징을 보인다. 일부 환자는 빛이나 소리에 의해 편두통이 더욱 심해지는 빛 공포증이나 소리 공포증을 경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대한두통학회 주민경 부회장

이날 대한두통학회 주민경 부회장(세브란스병원 신경과)은 대한두통학회가 2009년과 2018년 국내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편두통 유병 현황과 장애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조사는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19세 이상의 성인 인구를 지역별, 연령별, 성별 분포에 비례해 할당한 비례 표본 조사로, 2009년에는 1,507명, 2018년에는 2,501명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2018년 기준 편두통 유병률은 16.6%로 2009년의 17.1%와 큰 차이가 없었으며 전체 인구로 환산하면 830만 명이 편두통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민경 부회장은 "주목할만한 점은 유병률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진단율과 두통으로 인한 장애 검사에서는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됐다"며 "전체 편두통 환자 중 의사의 진단을 받은 비율이 2009년 30.8%에서 2018년 33.6%로 약 10% 상승했으며, 편두통으로 인해 결근이나 결석을 하거나 가사노동을 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환자가 31.2%으로, 과거 12.1%에 대비해 2.5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업이나 직장 업무, 가사에서 능률 저하를 느꼈다는 응답도 44.8%로 2009년 26.4%에 대비해 1.7배 증가했다"고 말했다(그림1).

그림1. 편두통으로 인한 결석, 결근 여부 및 능률 저하(좌), 두통으로 인한 영향 평가(HIT-test)

주민경 부회장에 따르면, 두통으로 인한 영향을 평가하는 HIT-6(Headache Impact Test-6) 검사에서도 영향 점수의 평균값은 큰 차이가 없었지만, '상당하거나(Substantial Impact)', '심각한(Severe Impact) 영향'이 있다고 답한 편두통 환자는 2009년 29.7%에서 2018년 40%로 약 1.3배 높아진 것도 확인됐다(그림1).

주민경 부회장은 "강도 높은 통증이 반복,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구역과 구토 등이 동반되는 편두통은 WHO에서 선정한 질병 부담 2위의 질환으로 이번 조사를 통해 국내 역시 편두통으로 인한 환자들의 사회적 제약이 심각하고, 그 부담이 과거 대비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편두통이 한창 사회생활을 하는 중년층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임을 고려했을 때, 편두통으로 인한 일상생활의 제약이 반복된다면, 이는 곧 사회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조사 결과에서는 편두통 환자 5명 중 3명(66.4%)이 두통으로 인한 영향으로 적절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전문 치료를 위해 병의원을 방문한 환자는 16.6%에 그쳐 적극적인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주민경 부회장은 "과거에는 두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두통을 꾀병이라 치부해 버리는 인식이 만연했던 탓에 통증이 심한 편두통 환자들도 고통을 숨기는 경향이 있었다"며 "이에 학회는 2015년부터 두통의 심각성과 전문 치료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두통도 병이다'라는 메시지 하에 두통 인식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2016년부터 매년 1월 23일을 '두통의 날'로 지정하여 두통 환자들의 올바른 진단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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