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정 연구소장, ‘건보 보장성 강화와 의료이용 현황 분석’ 공개…“다각도 분석 필요”
손영래 과장, 이달 내 의료전달체계 개편안 마련…“정부 초안으로 사회적 합의 나설 것”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을 가속화 시킨다는 일부 지적에 정부가 방어전에 나섰다.

오히려 전공의특별법 시행에 따라 전공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증가한 의료진이 느끼는 체감현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허윤정 심사평가연구소장은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형병원 환자집중 현황 분석을 위한 전문가 대토론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심사평가연구실 허윤정 소장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을 단순히 문 케어로 한정해 볼 게 아니라 다각도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이날 허 소장은 문재인 케어가 대형병원 환자 쏠림현상을 가속화 시킨다는 일부 지적에 대한 반박자료로 환자들이 진료 받은 날짜를 기준으로 한 진료시점 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문 케어가 도입된 시점인 2017년과 2018년 의료이용 현황을 비교분석한 결과, 2017년 대비 2018년 입·내원일수를 기준으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종합병원 의료이용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외래 내원일수는 종합병원이 2017년 대비 2018년 4.7% 증가했으며, 병원 2.6%, 의원 2.2% 순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은 0.9%로 가장 낮았다.

입원일수도 종합병원이 2.1%로 가장 크게 늘었으며, 상급종합병원은 0.1% 증가하는데 그쳤다. 병원의 경우 변동이 없었고 의원은 6.2%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입원과 외래를 합친 진료비 증감폭도 종합병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과 외래를 합친 전체 진료비 증감률은 종합병원이 14.2%로 가장 크게 늘었으며, 상급종합병원은 10.9%로 뒤를 이었다. 의원은 10.8%, 병원 9.9%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급종합병원 중에서도 빅5병원만 떼어낸 분석결과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빅5병원 입·내원일수를 분석한 결과 외래는 4.7%, 입원은 4.3% 증가했으며, 진료비도 1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종합병원 증가폭과 비슷하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허 소장은 “해당 기간 동안 상급종합병원에서 탈락해 종합병원으로 내려간 의료기관들로 인해 종합병원 의료이용 증가폭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 데이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빅5병원으로 인해 수도권 중소병원이나 의원들의 경영난으로 이어질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외래경증질환 52개의 내원일수 증감률에서는 종별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1년 사이 상급종합병원의 외래경증질환자는 10.6% 줄었으며, 종합병원이 0.9%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병원을 찾은 외래경증질환자는 2.6% 증가했고, 의원도 1.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 중 빅5병원을 찾은 외래경증질환자도 7.1% 감소했다.

허 소장은 “2017년과 2018년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의 경증환자 비율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고, 병의원에서는 증가하는 현상을 보였다”면서 “종합병원과 상급종합병원, 빅5병원에서는 모두 경증환자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허 소장은 “보장성 강화 이후 그간 진료비 부담으로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 이용을 하지 못한 중증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이용하게 됐다면 긍정적인 쏠림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허 소장은 “국민의 의료이용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환자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대형병원으로 몰리는 환자를 단순히 줄여야 한다기보다 진료비 문제나 환자 집중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정부가 문재인 케어 흠집 난다는 생각에 방어적으로 나오는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러자 허 소장은 이에 대해 적극 해명하며 다각도로 현상을 분석해야 한다는 뜻임을 강조했다.

허 소장은 “문제가 있다면 해결해야 한다. 회피하거나 문제 해결의 필요성이 없다고 인식하는 게 아니다”라며 “많은 데이터를 토대로 문제가 없는 것처럼 포장했다는 것은 오해”라고 해명했다.

허 소장은 “문 케어와 무관하게 다른 변수들이 많이 발생했다. 상급종합병원이나 빅5병원 보험심사 관계자들은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이나 빅5병원에 쏠렸냐고 하면 아니라고 한다”며 “전공의 특별법 이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전공의 업무를 교수 등 다른 의료진이 떠안게 되면서 업무 총량이 많아져 환자쏠림으로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소장은 “상급종합병원별 수술실, 병실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해야 하고 신중하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그런 노력의 발로이지 포장하거나 감추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정부안을 마련해 본격적인 논의에 나설 방침이라고 전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복지부 예비급여과 손영래 과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에 대한) 초안을 만들고 이를 토대로 논의해 나가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가 만든 초안을 중심으로 사회적인 의견을 구하고 조정해 나가면서 논의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 과장은 “의료전달체계 개편은 정부가 정확성을 갖고 올바르게 갈 수 있는 방향성을 정해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그 과정에서는 종별 의료기관들은 물론 환자들까지 모두가 손해를 조금씩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 그래야 개편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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