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삭감도 모자라 상대평가로 지불금액을 깎겠다는 갑질 행태…정당한 수가 책정 선결돼야”

정부가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라 급여를 가산 또는 감산하는 가감지급사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내과의사들이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대한개원내과의사회는 지난 22일 성명을 통해 “합리적인 대한민국의 의료제도 확립을 위해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수가가 책정이 선결돼야 한다”면서 “적정수가 확립이라는 대전제 없이 진행되는 가감지급사업의 확대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적정성 평가결과에 따라 상위등급기관 및 질 향상 기관에는 급여액 1~5%를 가산하고, 감액기준선 이하에 해당하는 의료기관은 급여액 1~5%를 감산하는 가감지급사업은 지난 2007년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급성심근경색증과 제왕절개분만에 대해 시범사업 행태로 시작됐다.

그리고 지난 2011년 1월부터 급성기 뇌졸중(종합병원급 이상), 수술의 예방적 항생제 사용(병원급 이상), 외래약제 3항목(의원급), 혈액투석(의원급 이상) 등 총 6항목에 대해 본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일차의료 현장에서는 가감지급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진료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는 불만이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심사체계 개편이라는 커다란 변화와 함께 정부가 가감지금사업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 전체가 우려하고 있다는 게 내과의사회의 설명이다.

내과의사회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13일부터 전국요양기관에 ‘가감지급 사업에 대한 인식도 조사’ 메일을 발송하고 있다.

조사내용은 ▲가감지급 사업에 대한 인지도 및 찬반여부 ▲바람직한 가감지급사업의 방향 ▲가감지급사업이 요양기관에 미친 영향 ▲가감지급사업 확대 필요항목 등이다.

이에 대해 내과의사회는 “인식도 조사가 표면적으로는 이 사업의 찬반 여부부터 묻고 있지만, 이후 각각의 설문 항목을 살펴보면 사업의 정당성과 향후 사업 확대를 위한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 포석에 불과하다는 걸 한눈에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과의사회는 “냉정하게 보면 현재 시행 중인 가감지급사업은 대한민국 의료 수가가 적정하게 책정돼 있다는 전제하에서 시작됐어야 할 사업”이라며 “원가에도 못 미치는 진료수가를 심사삭감하는 것도 모자라 다시 상대평가까지 해 지불 금액을 감액하겠다는 건 소위 말하는 갑질의 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성토했다.

더욱이 “가감지급사업이 의료질 지원금 제도와 마찬가지로 의료질 향상에 따른 보상 차원이지만 의료기관 별로 크게 차등지급을 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일선 개원의들은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 “의원급을 대상으로 시행 중인 항생제 등에 대한 외래 약제적정성 평가 가감지급제도는 OECD 평균을 앞세워 항생제 처방률만을 낮추려는 무리한 사업진행으로 일선 개원가의 많은 반발을 사고 있다”면서 “외국과 다른 자료 제출 방식과 불명확한 통계법으로 얻어진 항생제 처방률로 진료의 질의 판단하고 가감 지급하는 현재의 형태에 대해 일부 의사회에서는 법적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과의사회는 “불합리한 수가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요구하며 의사들의 일방적 희생을 통해서만 유지되는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제도는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합리적인 대한민국의 의료제도의 확립을 위해서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수가가 책정이 선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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