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중복 심사·부처 간 이견으로 허가 지연" 한 목소리

디지털약 등 환자 투약 편의성을 높인 융복합 의료 제품 개발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제도가 개발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여전히 시장 출시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2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 융복합 제품개발 현황과 허가제도 개선 방향'을 주제로 열린 '제5회 헬스케어 정책포럼'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들은 융복합 제품 허가 과정에서의 경험을 발표하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5회 헬스케어 정책포럼

융복합 의료 제품이란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서로 결합된 형태를 말한다. 멸균주사침이 장착된 프리필드시린지 등 의약품을 용이하게 전달하는 목적의 전통적인 융복합 제품부터 의료기기와 색물학적 제제가 복합된 복잡한 형태의 융복합 제품 등 무궁무진한 형태의 융복합 제품이 개발을 마쳤거나 개발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융복합 의료 제품 시장은 연간 7.9%씩 성장해 2016년 약 963억 달러에서 오는 2024년에는 1,777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편리한 제품을 빨리 받아들이는 특징을 지닌 아시아에서 융복합 제품의 성장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또 고령화로 질환 유병기간이 점점 길어지면서 환자 만족도와 편의성을 높이는 제품이 더욱 주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융복합 제품을 의약품이나 의료기기 어느 쪽으로 분류할 것인지 체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 많은 개발업체들이 허가 과정에서 난항을 겪어왔다.

실제로 이날 발표를 진행한 한국릴리 정유진 부장은 "멸균주사침이 장착된 프리필드시린지 허가 당시에는 주사기와 주사침이 조합된 형태에 대한 심사 가이드라인이 없던 때라 심사가 중복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과거의 경험을 전했다.

릴리가 개발한 융복합 제품은 약액이 축전된 멸균주사기에 멸균 주사침이 부착된 형태로 당뇨병 환자들이 용량 조절할 필요 없이 주 1회 투여가 가능해 투약 편의성을 한층 높였다.

회사는 프리필드시린지 허가를 위해 의료기기 심사를 위임받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 및 식약처 유관 부서 등과 1년 전부터 사전 논의를 통해 심사 방향성이나 필요한 서류 등을 준비해 왔다.

이를 통해 2등급 멸균 주사침에 대한 기술문서심사에 합격, 식약처에 합격 통지서를 제출했으나 기술문서 심사 통지서로는 심사를 대체할 수 있는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기술문서 심사 시 제출했던 모든 자료를 다시 제출해야 했다. 이렇게 주사침에 대한 심사를 다시 받은 후에야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결국 멸균주사침에 대해 KTL과 식약처 양 기관에서 중복 심사를 받게 된 셈이다.

온도감응형 하이드로젤 기술로 수술 후 마취제가 3일간 방출되도록 해 통증을 완화시키는 약물전달기구 'PF-72'를 개발 중인 티젤바이오의 허가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4등급 의료기기로 식약처 허가를 진행 중인 PF-72는 의료기기 해당여부 및 품목 분류를 결정하는데에만 무려 1년 9개월이 소요됐다. 기술문서 작성과 시험검사를 위한 식약처 사전 상담과 공인기관 시험검사, 비임상, KGMP 심사까지는 총 1년 4개월이 걸렸다. 허가 가이드라인 부재로 의료기기와 의약품 등 관련 5개 부서가 세 번의 통합회의를 거치고, 담당 주무부서의 인사이동으로 동물이 변경돼 돼지에서 쥐로 재시험을 진행해야 했다.

이후 탐색임상시험계획서 승인, 임상 실시와 종료 보고, 허가 신청 전 사전 상담, 임상시험계획서 승인을 받는 데까지 3년이라는 시간이 더 걸렸다. 지금까지 4년 4개월이 소요된 것이다.

향후 확증임상을 실시해 품목허가 신청, 심사 종료 등의 관문이 더 남아있어 PF-72 시판까지는 앞으로 약 2년 6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티젤바이오 황창순 연구소장은 "PF-72 의료기기 허가 주무부서인 구강소화기기내과에서는 약물 혼합 후에 대해 순환계약품과로부터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하고, 순환계약품과에서는 주무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의견을 주는 것이 한계가 있다고 했다"며 "각각의 부서가 자신들의 주장만을 이야기하다 보니, 부서간 조율도 어려울 뿐더러 병원 현장에서의 현실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 부서간 통합된 운영원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아가 황 소장은 허가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신의료기술평가를 위한 임상을 추가로 진행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상황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는 "식약처와 심평원의 임상 유효성 평가 기준이 달라 최악의 경우 허가 후 심평원을 위한 추가 임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식약처와 심평원 간에도 통일된 평가기준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융복합 제품 허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식약처는 올해 3월 신속한 허가를 지원하는 '융복합혁신제품지원단'을 발족했다. 지원단은 허가 및 심사 체계를 개선하고 큰 틀에서의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식약처 융복합기술정책과 정현철 팀장은 "지원단 발족 이후 6개월간 융복합 제품의 신속 허가에 대한 고민이 꾸준히 이뤄졌다"며 "예비 심사제 도입, 보완 요청 개선, 보완 조정 절차 신설 등 심사 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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