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대책위 "3개월 내 권고안 이행 약속한 서울시, ‘오리무중’…더 이상 목숨 끊는 일 없어야”

서울의료원 서지윤 간호사의 죽음이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이라는 진상조사 결과에 따라 권고안이 마련된 지 2개월 가까이 됐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권고안이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서울의료원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故 서지윤 간호사 사망 사건 시민대책위원회와 서울시의회 정의당 권수정 의원은 지난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로 활동했던 한림대 간호대학 강경화 교수는 이날 ‘진상대책위 활동의 의미와 이후 과제’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서 간호사의 죽음은 직장 내 괴롭힘에 의한 사망이자 공공의료기관에서 벌어진 중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서울의료원이 근본적으로 쇄신하기 위해 ▲경영진과 간호 관리자의 인적쇄신 ▲간호부원장 제도 도입 ▲상임감사제도 도입 ▲조직 전반에 걸친 경영진단 등을 핵심 권고사항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진상대책위 권고안이 마련되고 3개월 내 이행을 약속했던 서울시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림대 간호대학 강경화 교수

강 교수는 “서울시는 3개월 내 진상대책위 권고안 이행을 약속했지만 서울의료원 구성원과 서울시민은 서울시가 권고안 이행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아직 모른다”며 “34가지 권고사항 중 유가족에 대한 사과 1개와 행정부원장이 다른 곳으로 배치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10월 중순 이전에 서울의료원 구성원들이 알 수 있도록 권고이행점검단이 활동을 알리겠다고 했지만 아무 것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서울의료원 내부 문제는 10년 넘게 곪아 있다가 터진 사건이다. 10년 넘게 이를 관리감독 하지 못한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에도 원망스러웠다”며 “지난 9월 6일 진상조사 결과 발표 이후 서울의료원에서 발생한 문제는 서울시와 서울시의회의 책임이 크다”고도 했다.

강 교수는 서 간호사의 죽음을 단순히 ‘태움’으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태움이 간호 영역에서만 보이는 독특한 것은 아니다. 태움이 발생하는 조직의 특성을 보면 대체적으로 위계문화가 강하고 외형적인 성장을 강조하는 성과 중심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태움은 권위적인 위계 문화와 비슷한데 조직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했다.

강 교수는 “때문에 간호사의 태움을 간호사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조장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태움이 간호사를 교육하는 특별한 방법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교육과 태움은 엄격히 구분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상대책위가 권고한 서울의료원 조직 개편 등 9개 분야 20개 영역 34개 과제 등 개선 대책을 조속히 이행해 줄 것을 서울시에 촉구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새서울의료원분회 김경희 분회장은 “서울의료원 관리자들은 지금도 이 또한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권고안이 이행되고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는다면 예전의 서울의료원으로 돌아가 교묘히 직원들을 괴롭힐 것”이라고 비난했다.

김 분회장은 “서울시가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해 서울의료원을 바꿔야 한다. 권고안 이행계획이 탁상공론에 머무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어렵게 만들어낸 권고안이 제대로 된 이행돼 더 이상 간호사 등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없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김진경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장도 “서울시가 권고안 이행과 개선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로 했지만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며 “서울시가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면 공공병원 바로잡기 위한 투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진상대책위원으로 활동했던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상임활동가는 “서울의료원장을 3차례 연임하며 강력한 인적 지배력으로 사병원화 됐다. 경영 전횡과 의사결정의 폐쇄성, 불합리성이 서울의료원장과 관계됐다는 것”이라며 “병원 경영진이 교체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의료원, 서 간호사 죽음에 민·형사상 책임 있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정병욱 노동위원장은 서울의료원이 서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위원장은 “(서 간호사의 죽음은)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괴롭힘의 문제도 컸다”며 “조직적, 환경적,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은 서울의료원의 민사책임을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서울의료원을 관리감독 해야 하는 서울시의 민사책임도 인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또 "괴롭힘은 폭행과 상해, 강요죄이고 연장과 야간근로 위반은 근로기준법 위반에 해당되기 때문에 서울의료원은 형사상 책임도 있다”며 “진상대책위의 조사 과정에서 자료제공을 거부한 것 역시 업무방해, 공무집행방해 등에 해당된다”고 했다.

이어 “서 간호사 사망 사건 관련해 산업재해 신청을 했으나 아직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며 “직무상 스트레스로 사망할 경우 산재로 인정되는 추세다. 괴롭힘으로 인한 자살 산재로 인정 판례가 있는 것으로 봐 서 간호사도 산재로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서울의료원 간호사 사망사건 진상대책위원회 조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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