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설명의무 위반 인정…“억제대 미사용은 주의의무 위반 아냐”

치료를 받던 환자가 호흡용 튜브를 스스로 뽑아 결국 사망에 이른 사건에 법원이 병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인천지방법원은 A씨의 유족이 B종합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선고하며 3,600만원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지난 2014년 8월경, B병원에서 지주막하 출혈 진단을 받은 A씨는 얼마 후 이와 관련한 수술을 받았다.

이에 B병원 의료진은 A씨의 성대 밑을 절개해 기관 튜브를 삽입하는 호흡 치료를 진행했는데 A씨가 스스로 기관 튜브를 제거하려 하자 신체 억제대를 이용해 묶어뒀다.

그리고 같은 해 9월경 A씨는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는데 이 때 의료진은 A씨에게 신체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얼마 후 A씨는 스스로 기관 튜브를 뽑았다가 반혼수 상태로 사지가 마비됐다.

이후 A씨는 재활병원과 요양병원 등을 옮겨 다니다가 결국 2017년 4월경 사망했다.

이에 A씨 유족은 B병원 의료진 과실을 주장하며 1억7,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유족은 “A씨가 중환자실에 있는 동안 지속적으로 기관 튜브를 제거하려 해 위험한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의료진이 일반병실로 옮긴 후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았다”면서 “또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의료진이 A씨를 일반 병실로 옮긴 뒤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선 과실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억제대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필요한 경우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일반병실로 옮긴 후 A씨의 행동이 비교적 안정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은 것을 주의의무 위반으로 보기는 어렵하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억제대를 하지 않을 경우 환자가 튜브를 스스로 제거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보호자 등에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의료진의 과실을 인정했다.

법원은 “의료진이 기관 튜브를 스스로 제거할 위험성이 있던 A씨를 일반병실로 옮기면서 억제대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면 보호자나 간병인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충분한 교육을 해야 했다”고 전제했다.

하지만 “간호일지에는 ‘낙상 방지와 일반적인 안전예방 교육을 했다’는 내용은 있지만, 억제대를 대체하는 처치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내용이 없다”면서 “이에 설명 의무를 충실히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한다”고 했다.

다만 법원은 A씨가 스스로 기관 튜브를 제거해 사고가 발생한 점 등을 고려해 B병원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저작권자 © 청년의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