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의대 알렉산더 구민스키 교수, 공격적인 메르켈세포암 특성상 신속한 '바벤시오' 치료 강조

올해 3월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가 면역관문억제제 중 유일하게 전이성 메르켈세포암 치료에 국내 허가를 받으며, 화학항암요법 외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었던 해당 치료 분야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2019년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은 전이성 메르켈세포암 치료에 면역항암요법을 권고하며 '바벤시오',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옵디보(성분명 니볼루맙)' 이 세가지 면역관문억제제를 권고했지만, 그중 현재까지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제품은 '바벤시오'와 '키트루다'뿐이다.

이에 본지는 종양학 치료 분야의 석학이자, '바벤시오' 처방 경험이 많은 호주 시드니의대 종양내과 전문의 알렉산더 구민스키(Alexander D Guminski) 교수를 만나 메르켈세포암의 임상적 양상과 치료 전략, 그리고 '바벤시오' 처방 노하우에 대해 들어봤다.

알렉산더 구민스키 교수는 현재 시드니 로열 노스 쇼어 병원(Royal North Shore Hospital)에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 7~8일 개최된 2019 대한종양내과학회 국제학술대회(KSMO 2019)에 발표자로 초정돼 방한했다.

호주 시드니의대 알렉산더 구민스키(Alexander D Guminski) 교수

-KSMO 2019에서 발표한 내용은.
희귀질환인 메르켈세포암에 대한 정보를 한국 선생님들께 알리는 시간이었다. 메르켈세포암은 피부 상층부에서 말초신경 가까이에 위치한 메르켈세포의 악성 변화로 진피표피경계에서 발생하는 굉장히 공격적이고 흔치 않은 질환으로, 의료진들 또한 치료 경험이 많지 않다. 유병률은 서구보다 아시아에서 훨씬 낮다. 해당 질병의 일부 원인이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유럽, 미국, 호주 지역에서 더 흔하다. 하지만 지역과 상관없이 인구 고령화에 따라 발생률은 전반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켈세포암은 다른 암종과 혼동되는 경우가 있어 진단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이 암종은 신경내분비 종양 또는 소세포폐암과 언뜻 비슷하게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소세포폐암을 바탕으로 메르켈세포암을 이해하고 있다. 환자가 종종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이유도 소세포폐암이나 신경내분비 종양과 혼동하기 때문이다.

메르켈세포암은 1972년 완전히 새로운 질병, 별개의 암으로 밝혀진 이후 지난 30년 동안, 특히 지난 10년간은 새롭게 밝혀진 것들이 많다. 메르켈세포암에 걸리는 경로는 두 가지 정도가 밝혀졌다. 첫 번째는 바이러스 감염, 두 번째는 지나친 자외선 노출이다. 호주 대부분의 케이스는 자외선 노출에 인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보고된 바에 따르면 바이러스 감염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바이러스는 대부분의 사람들 피부에 존재하고 있어 사실 누구나 다 갖고 있을 수 있다. 메르케세포암은 이 바이러스가 세포 내부로 침투하면서 변이를 일으켜 발병하는데 일단 피부, 얼굴, 목에서부터 시작해 핑크색, 보라색 결절로 나타난다.

-메르케세포암의 병기별 특징과 치료전략은.
메르케세포암은 대부분의 환자들이 초기에 진단이 된다. 처음에는 국소 부위 피부병변으로 자그마하게 시작되지만, 다른 부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30~40%의 환자는 작은 병변으로 시작해서 신체의 다른 곳으로 아주 광범위하게 빨리 전이된다.

초기에 발견된 환자들은 국소 부위 종양을 먼저 절제하고 국소 림프절까지 치료한다. 초기 치료는 수술적 절제와 방사선 치료를 받는 경우가 많다. 병기가 더욱 진전되면 면역항암치료 또는 전신치료를 하게 된다. 하지만 메르켈세포암의 특징은 수술을 완전하게 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 두경부에 증상이 발생하면 손상 부위를 치료(repair)하고 수술을 추가로 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동안에도 종양이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전이성 메르켈세포암의 경우 현재 면역관문억제제인 '바벤시오' 등 면역항암요법이 새로운 표준치료로 자리잡았다. 화학항암요법은 치료효과는 좋지만 효과가 단기적이며, 2~3달이 지나면 종양이 다시 자라난다. 그런데 대부분의 메르켈세포암 환자들이 고령이며, 이미 건강상태가 취약하기 때문에 화학항암요법을 견디기가 힘들다. 면역항암요법은 효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반응지속기간 또한 2~3년 정도로 길며, 반응률 역시 화학항암요법만큼 좋다. 현재로서 면역항암요법은 전이성 메르켈세포암 치료에 최선의 선택이다.

호주 시드니의대 알렉산더 구민스키 교수

-한국에는 최근에야 면역관문억제제 중 '바벤시오'가 최초로 전이성 메르켈세포암 치료 영역에 허가를 받았다. '바벤시오' 실제 처방에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바벤시오'의 흔한 부작용 중 하나가 주사부위 반응이다. 하지만 대부분 1, 2차 주사 시 발생하며, 비교적 관리하기가 쉽고 2차 주사 후에는 보통 나타나지 않는다. '바벤시오' 연구 결과 3~4 등급의 심각한 독성은 없었고, 유일한 독성 사례도 혈액검사에서만 검출됐을 뿐 환자에게 보이는 증상은 없었다.

또한 '가짜진행(pseudoprogression)의 판별은 모든 암종에서 면역관문억제제의 문제이다. '가짜진행'의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초기 스캔상으로는 안 좋아 보일 수 있는데, 이럴 때는 치료를 지속해 4주 후 스캔을 다시 찍어서 확인하면 된다. 하지만 종양 사이즈도 커지고, 환자가 체중 감소 및 피로감 등 상태가 좋지 않다면 질병이 진행됐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병변 4~5개가 여러 부위에 있는데 소수 병변을 제외하고 모두 면역관문억제제에 반응한다면, 그 소수의 병변이 면역관문억제제에 민감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 경우 해당 병변은 방사선치료 또는 절제술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메르켈세포암 치료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면.
첫째, 메르켈세포암은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설마 메르켈세포암일까'라고 생각될 때, 의심해야 하고 정확한 병리학적 검사를 해야 한다. 둘째, 전이 단계의 환자라면 최대한 빨리 면역관문억제제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희귀질환 특성상 해당 분야는 전 세계 의료진들이 굉장히 오픈되어 있고, 교류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필요시 서로 교류하며 도움을 받아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어떤 경우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이 반복적인 수술 또는 대수술을 강행하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외과 의사가 일단 가장 큰 덩어리는 절제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을지라도, 실제로 절제할 때쯤이면 이미 다른 곳으로 전이되었을 수 있다. 또 수술이 가능한 환자에서도 이미 한번 수술을 하고 다시 재발한 경우에는 2차 수술은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다. 그런 경우에는 차라리 면역관문억제제를 처음에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 다만, 메르켈세포암은 굉장히 빨리 진행되는 암이지만, 가끔 진행이 매우 느린 환자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방사선치료 등 다른 옵션을 생각해 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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