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돈 침대 원안위 고발 사건, 검찰서 무혐의 처분…한의사 체외충격파 사용으로 역공 당하기도

대한의사협회가 제기한 여러 건의 고발 사건이 연이어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의료계가 당황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최근 의협이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와 강정민 전 위원장에 대해 '혐의 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내렸다.

의협 최대집 회장은 지난 2018년 5월 25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침대에서 발암물질인 라돈이 검출된 사태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시 최 회장은 “방사성 물질의 위험으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해야 하는 일차적 책임을 가진 기관인 원안위는 1차 조사와 2차 조사에서 서로 다른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국민들의 불신을 일으켰다”면서 “원안위가 ‘1차 조사 때에는 매트리스 커버만을 조사했지만 2차 조사에서는 매트리스 전체를 측정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결국 전문성의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라돈 침대에 사용된 방사성 물질인 모나자이트는 원안위가 관리해야 하는 물질”이라며 “결국 원안위의 해명은 방사성 물질의 사용과 관리에 대해 그동안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같은 날 오후 대검찰청에 원안위와 당시 원안위 위원장이었던 강정민 씨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가칭)‘라돈사태 진상 규명과 국민건강 특별위원회’를 발족키로 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근 원안위와 강 전 위원장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처분서에서 “방사선 관리 소홀로 인한 직무유기와 관련해 원안위는 관련 업체들에 안전관리 실태조사 실시, 방사선량 측정검사 후 과태로 처분, 안전관리책자 배포, 방사선량 측정 및 수거명령 등 실태조사, 안전교육, 행정처분 등 지속적으로 방사선 안전관리를 해 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방사선 관리와 관련된 의무를 의도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진침대 실태조사 결과 허위발표에 대한 직무유기와 관련해선 “원안위가 1차 조사결과 발표 시 추가 시료 확보 후 측정분석 평가를 한 사실, 1차 발표 후 최신 국제기준에 맞춰 내부피폭선량 평가방법을 결정한 점, 1차 발표 후 곧바로 2차 측정을 해 1차 결과발표의 오류를 시정한 점 등 1차 결과발표를 고의적으로 허위 발표를 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직무 방임 또는 포기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협은 또 기자회견 이후 ‘라돈사태 진상 규명과 국민건강 특별위원회’를 발족했지만 별다른 활동을 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체외충격파치료기와 CO₂ 레이저를 사용해 환자를 진료하다 의협으로부터 고발당한 한의사 역시 최근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대한한의사협회에 따르면 의협은 지난 2018년 11월 체외충격파 치료를 시행한 한의사 A씨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 회신 등을 토대로 한방분야에도 기계적 진동을 활용한 한방물리요법이 존재하고, 한의사의 체외충격파치료기 사용만으로 심각한 보건위생상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혐의 없음 처분을 내렸다.

또 한의사가 체외충격파치료기를 이용했다 하더라도 한방분야의 학문적 원리와 목적, 방식에 따라 의료행위가 이뤄졌다면 일괄적으로 의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의협은 지난해 8월 체외충격파치료기 사용은 한의학 이론이나 원리에 기초한 것이 아니고 한의사의 면허범위에 속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요청했다 하더라도 무면허 의료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는 논지로 즉각 항고했다.

그러나 대검찰청도 같은 이유로 의협의 항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의협은 지난해 8월, 대구지방검찰청에서 CO₂ 레이저 조사기를 이용해 여드름 질환을 치료해 고발된 한의사 B씨에 대한 무혐의 결정과 이번 결과를 근거로 한의사의 의과의료기기 사용 확대를 추진할 방침이다.

한의협은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검찰이 이같은 결정을 내림으로써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법적근거가 마련됐다”며 “의료계는 한의학 발전을 방해하는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무차별적 고발 행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의협은 또 “의료계의 부당한 압력에 맞서 적극적으로 현대의료기기 사용운동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며 “2020년은 체외충격파치료기를 포함해 CO₂ 레이저 치료기, 포터블 엑스레이 등과 같은 다양한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의협 고발이 오히려 한의계의 의과 의료기기 사용 주장의 빌미가 된 셈이다.

이외에도 의사에게 막말을 했다고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고발한 사건은 경찰에서 불기소 의견을 냈다. 현재 이 사건은 검찰에 계류 중이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협이 고소·고발이나 소송을 필요이상으로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의협은 회원 권익과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입장이다.

의협 박종혁 대변인은 본지와 통화에서 “문제가 되는 모든 사안을 고소·고발을 한 건 아니다”라며 “문제가 심각한 사안에 대해서만 대처의 한 방법으로 고소·고발을 진행했다. (고소·고발이)남용된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라돈 사태 때는 원안위가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킨 게 사실”이라며 “그 이후 협회는 해당 사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예의주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체외충격파치료기와 CO₂ 레이저를 사용한 한의사의 무혐의 처분에 대해선 “대단히 안타깝고 아쉽다”면서 “검찰이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의료의 특수성에 대해 서로 교감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박 대변인은 “(한의사의)체외충격파치료기 사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국민의 생명권은 굉장히 중요하고 신중하게 다뤄야 하는 문제다. 앞으로 법조계가 이런 문제에 대해 의료의 특수성을 인지하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로 소통하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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