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호 실장 "2년 반 동안 세계서 통하는 기술 축적…신약 개발 등 본격 시작"

“오가노이드(Organoid) 기반 신약 개발과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를 실현할 겁니다.”

인터파크홀딩스(이하 인터파크) 바이오융합연구소 홍준호 기획조정실장의 일성이다.

최초 인터넷 쇼핑몰이자 국내 대표 전자상거래 업체로 유명한 인터파크가 ‘오가노이드’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보고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인터파크는 2014년 의약품 유통기업인 안연케어를 인수하며 헬스케어산업에 진출한 바 있다. 여기에 오가노이드란 차세대 헬스케어산업을 이끌 분야로의 진출을 선언 한 것.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3차원적으로 배양하거나 재조합해 만든 장기유사체(또는 미니장기, 유사장기)다. 이를 이용하면 신약, 유사장기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특정 환자에게 의약품을 ‘맞춤형’으로 제공할 가능성도 높아 ‘정밀의료’를 실현하는 첨병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와 전망은 모두 ‘미래형’이다.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이러한 가능성에 연간 수십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오가노이드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그룹과 경영진의 신념 때문입니다.”

홍 실장에 따르면 인터파크 이기형 회장은 2014년 ‘과학지식의 공유’와 ‘기초과학의 대중화’를 기치로 내걸고 설립한 카오스재단에서 매년 과학콘서트를 개최하고 있다. 그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오가노이드였다. 이 발표를 들은 이기형 회장 등이 오가노이드의 잠재력과 가치에 주목했고, 이는 2017년 4월 인터파크 바이오융합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졌다. 홍준호 실장은 2018년 연구소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후, 연구소의 안살림과 함께 비전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 유수의 기업과 견줄 정도의 오가노이드 기술이 확보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당장 사업화로 이어질 정도는 아닙니다. (오가노이드 기술의) 토대를 다지고 이제 막 사업화를 위한 초기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연구소 설립 후 2년 반여가 지난 현재, 홍준호 실장은 인터파크의 오가노이드 사업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인터파크는 2017년 4월 인터파크 바이오융합연구소를 개소한 이래, 2018년 11월 연세의료원 오가노이드 정밀의학공동연구단을 출범시키고, 지난해 12월에는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Institute of Molecular Biotechnology, 이하 IMBA) 구본경 박사를 자문 교수로 위촉했다. 구본경 박사는 IMBA에서 오가노이드를 통한 유전자 조작법을 연구하고 있는, 오가노이드 분야 대표적인 석학 중 한명이다.

또 같은 달 국내 최초로 네덜란드 휘브레흐트 오가노이드 테크놀로지(Hubrecht Organoid Technology, 이하 HUB)와 오가노이드 기술사용 특허권 및 기술 이전에 대한 라이선스 계약도 체결했다. HUB는 세계 최초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오가노이드 배양법을 개발한 한스 클레버스 교수가 소속된 곳이기도 하다.

“오가노이드 기술을 이용해 계획 중인 사업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가까이는 신약 후보물질 발굴 및 검증, 그리고 정밀의료와 재생의료입니다.”

오가노이드는 신약 개발 시 후보물질을 기존보다 효율적으로 검증할 수 있고, 실시간 약물 반응 측정이 가능해 특히 암 연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인터파크 역시 이러한 오가노이드의 특징을 살려 항암제 후보물질 발굴 및 개발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 세브란스병원 연구진과 폐암, 위암 등 암 관련한 오가노이드 유전자 패널을 구축하고 있다. 또 유전자 패널을 활용해 특정 환자에게 적합한 항암제를 찾는 맞춤형 진단 사업도 전개할 방침이다. 인터파크는 위암, 폐암, 대장암 등에서 3년간 유전자 패널 총 450개를 구축한다는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며, 동시에 신약 개발을 위한 별도의 팀을 꾸리는 작업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오가노이드를 활용하는 데 답안지는 나와 있지 않다. 답을 찾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며,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로 세포의 3차원 배양을 위해선 지지체(생체재료)와 배양액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배양액 성분 중에는 1mg당 500만원이 넘는 것도 있으며, 오가노이드 개발 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지지체인 매트리젤(Matrigel)도 단가가 높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홍준호 실장은 이러한 고비용 문제를 해결코자 공동연구 등을 통해 지지체 등의 ‘국산화’를 추진 중이라고 했다.

“지지체 등의 국산화 작업은 인터파크 오가노이드 연구의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또한 사업적으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오가노이드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전제되고, 인터파크 또한 연간 40억~50억원을 연구소 등에 투자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인터파크가 현 단계에서 외부투자를 받을 계획이 없다는 점이다.

“가능한 펀딩을 늦추려고 합니다. (오가노이드 개발이) 시작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전임상이나 1상이 아닌 3상에 진입할 정도로 확신이 생기면 투자를 고려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자체 개발에 매진하자는 게 경영진의 판단입니다. 인터파크가 대기업처럼 돈이 많은 기업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체적으로 연구 투자를 할 정도는 됩니다.(웃음)”

심지어 국책과제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다고 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적이고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죠. 때문에 저희 연구와 방향이 맞지 않은 과제를 맡을 계획은 없습니다. 일단 우리가 (오가노이드)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투자도 이뤄지고 있고요. 재생의료 분야의 경우는 단일 기업으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면 고려해 볼 수 있겠지만, 그 외는 현재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연구소 및 기관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은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바이오 분야에서의 M&A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홍 실장은 인터파크의 오가노이드 개발을 ‘담대한 도전’이라고 평했다.

“오가노이드는 1, 2년 하고 성과를 기대하는 분야가 아닙니다. 산업을 넘어 국민 건강 증진이란 소명 없이는 하기 힘든 사업입니다. 담대한 도전을 추구하는 인터파크이기 때문에 가능한 도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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