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생위 이윤성 위원장 “정부, 사회 변화‧요구 파악해 적절히 대비해야…임상연구, 연구대상자 안전이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세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의 과정과 결과를 면밀히 평가‧분석해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이윤성 위원장은 지난 25일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사회의 변화 등과 관련해 생명의 가치와 보호에 기반한 대응의 중요성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위원장은 “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 지 6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세계적 대유행이 된 현재의 상황을 보며, 우리는 글로벌 시대의 전염병 관리에 대한 국가별 대응의 한계를 확인했다”면서 “하나의 질병으로 인한 위기지만, 각국의 돌봄 환경이나 질병관리체계, 사회 구성원들의 사고와 문화 등이 다양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비대면 문화의 출현이나 차별, 혐오 등의 사회적 문제 발생 등 다양한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이어 “안전하고 검증된 치료법이 없어 주로 대증요법에 의존하고 연구를 병행해야 하는 신종 전염병과의 싸움은 미래가 불확실하고 위험이 많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수행되는 연구나 조치는 기존의 과학적 근거나 윤리적 기준 또는 사회·문화적 기반과 다르더라도 종종 정당화될 수 있겠으나 위기나 긴급 또는 다른 방법이 없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적용되는 매우 제한적인 조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향후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제약·바이오기업, 연구자 및 사회 구성원인 국민 차원에서 고려할 사항들을 조언했다.

이 위원장은 먼저 정부가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합리적 리더십을 발휘해 책임 있는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생명윤리와 안전은 특히, 사회적 신뢰 안에서만 확보될 수 있으므로 기본원칙이 준수돼야 한다”면서 “현재 생명윤리 및 안전에 대한 예외 적용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그 예외적 상황에 대한 판단 기준과 절차 등에 대한 합리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모든 의사 결정은 전문지식에 근거한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명확한 책임의 범위와 한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의 변화와 요구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질병으로 인한 후유증만큼 사회·문화적 사건 후 심리적 충격도 중요하며 이는 미래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과 문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방역 관리와는 달리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변화와 반응 등을 살피고 그 영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비상사태로 인한 불가피한 일이 일상의 불신이나 혐오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윤리적 자문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의사결정을 돕는 기구의 운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정부가 공중보건의 위기 상황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형태의 취약한 집단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관리체계 내에서 구성원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되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특징과 반응, 변화 등을 민감하게 살피고 소외 계층이나 위기 상황으로 새롭게 발생하는 다양한 형태의 취약한 집단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면서 “기존 관리시스템을 적극 활용한 모니터링을 통해 필요한 관심이나 지원이 배제되지 않도록 하며, 지역사회의 취약한 집단뿐 아니라 전염병과 싸우고 있는 의료진도 포함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기업은 백신과 치료제 개발 등에 대한 공적 책임을 인식하고 국내 및 국제적 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노력과 협력에 앞장서야 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생각이다.

이 위원장은 “국내외 이동이 제한적이지만 환자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고 2차 유행 등이 우려되나 검증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치료제 개발을 위한 노력은 매우 중요하며, 무엇보다 글로벌 표준 안에서 연구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전염병 치료제 개발에 대한 사명감과 국제적 협력의 중요성 등을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임상연구와 관련해 연구대상자의 안전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아무리 급하고 중요한 목적이라고 해도 안전성이나 정당성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이는 기본 질서를 위협하는 것으로 결국 또 다른 사회적 불안 요소를 만들게 될 것”이라며 “모든 임상연구는 반드시 연구대상자가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인지에 대한 과학적·윤리적 판단 하에 생명윤리 기본 규범 내에서 진행되고 관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에게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가지고 자율적 사회적 거리두기와 감염병 예방 수칙 등을 실천해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지금까지 높은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잘 실천하고 있으나 전염병의 특성을 바르게 이해하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면서 “‘나는 아닐 거야’, ‘나는 괜찮아’와 같은 이기적 사고는 자칫 여러 사람의 위험 즉 공동체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개인보다 공동체 일원으로서의 각별한 주의와 연대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정부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독려하고 참여에 대한 존중과 존경을 표시하며, 공동체의 신뢰를 위협하거나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처해야 한다”면서 “개인의 일탈이 공동체의 안녕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고 함께 이룬 공공의 가치와 성과가 사회구성원의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위기는 지나갈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우리 사회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는 지금 우리의 선택”이라며 “다수의 환자와 사망자가 발생한 사회적 재난이지만, 지금의 위기뿐 아니라 앞으로 계속될 우리 사회의 안녕과 질서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과정과 결과를 냉정하게 검토·평가함으로써, 교훈을 얻고 개선의 계기를 마련해 함께 성장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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