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동의 없이 위임 신청…'보상 안해준다'며 강제 신청 요구하기도


[청년의사 신문 양금덕]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비확인제도가 민간보험회사들의 보험료지급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민간보험에서 환자의 동의없이 임의로 비급여 진료비확인 신청을 하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료비확인제도는 환자가 의료기관에 지급한 비급여 진료비가 적정한지를 확인해주는 권리구제제도로 인터넷, 모바일앱, 우편 등으로 신청된 건에 한해 실시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본인이나 배우자, 부모 등 직계존속 등이 진료비영수증을 첨부해 확인 신청을 하면 된다. 하지만 환자의 인감도장이 찍힌 위임장이 있으면 타인이 대신 신청을 할 수도 있다.

일부 보험회사에서 이같은 점을 악용, 보험가입 당시의 환자정보 등을 활용해 임의로 위임장을 작성, 환자의 동의 없이 확인요청을 해온 것이다.

심평원에 따르면 A보험사는 환자의 동의 없이 위임장을 위조, 진료비확인 신청을 해오다 덜미가 잡혔다.

심평원이 접수를 받으면 해당 병원에 진료내역을 요청하는데 병원이 환자에게 확인차 연락을 했기 때문이다.

이 환자는 심평원에 "신청사실이 없다"고 전하면서 "괜히 병원과의 관계가 어긋날까봐 걱정된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심지어 보험사에서 진료비 확인 신청을 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종용해 어쩔수 없이 신청을 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평원은 "진료비확인 처리과정에서 일부 부당한 사례가 확인될 경우 처리가 중단되지만 서류를 조작하거나 종용한 경우에 대한 별도의 처리 규정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은 보험회사의 불법적인 행태로 심평원과 병원의 행정적인 부담 증가는 물론 환자와 의료기관 간의 불신만 조장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민간보험사에서 진료비확인을 위임받아 접수하는 수가 늘고 있어 국민들의 알권리 충족 등을 이유로 실시되고 있는 제도가 민간보험회사들의 배불리기에 악용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실제 6월말을 기준으로 진료비확인 신청건수는 총 1만1,917건으로 이중 환자 본인이 신청한 건은 60%인 7,238건, 가족 등의 신청건수는 3,778건에 달했다.


사보험이나 사회복지사 및 법무법인에서 환자의 동의에 의해 위임받아 신청한 건은 7.6%인 901건이다. 하지만 제3자 중 사보험에서 신청한 건수는 전체 7.2%로 이는 2011년 0.7%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다른 신청비율에 비해 사보험사의 위임신청건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평원 관계자는 "본래 진료비확인제도는 환자에게 적정한 진료비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부 민간보험회사에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이를 악용하고 있다"면서 "지역본부 등에서 관련 부당사례를 수집해 본 결과 이러한 유형이 일부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회사들이 제도의 특성상 사전 확인이 안되는 허점을 노린 것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며 "위임장은 민원처리규정상 안전행정부의 기준을 따르고 있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보험사가 피보험자를 대신해 직접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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